싸우는 울프 형제, 2라운드에 들어서다!

라운드 ㅣ 우리문고 23
마커스 주삭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11년 4월

 

오른손에 끼고 있는 권투 글러브만 아니었다면. 늑대형상의 그림자만 보고 난 아마 <글러브> 이 책이 늑대인간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을 거다. 하지만 전경으로 보이는 작고 낡은 집들을 보는 순간 이 책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늑대인간’이 아닌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언지 궁금했다.

이야기는 개 경주장에서 출발한다. 형제로 보이는 두 소년은 자기들 대신 개 경주에 돈을 걸어줄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가타부타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않을 사람. 그들이 선택한 사람은 뜻밖에도 경찰. 형은 넉살 좋은 웃음을 날리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지금 자신들이 시도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금지된 불법 도박이니 경찰제복의 끝자락만 봐도 피해야 할 상황인데 도리어 그 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걸 보면, 이 녀석들 보통이 아니다.

예사롭지 않은 두 소년의 이름은 루벤 울프와 카메론 울프. 아버지가 배관 폭발 사고로 실직했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서 가정 경제를 감당하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큰 형이 벌이를 해서 보탬이 되려 하지만 부모는 극구 반대한다. 결국 세금 납부마저 버거운 상태에 이르지만 아버지는 실업수당마저 거부한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학교에서 누군가가 소년들의 누나를 헐뜯는 말을 건네자 형 루브는 주먹을 날린다.

그 후 낯선 사람이 소년들을 찾아온다. 형 루브가 주먹 꽤나 쓴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울프 형제에게 내기 돈이 걸린 불법 권투 시합에 참가해보라고 제안한다. 시합에서 이기면 상금 50달러를 벌지만 지거나 부상을 입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하더라도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시합. 두려움 때문에 울프 형제는 고민하지만 그들은 시합에, 사각의 링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싸우는 루벤 울프’ ‘천하의 약골’이란 이름을 가지고.

카메론에게 있어 날랜 몸과 잘생긴 외모, 매서운 주먹을 지닌 루브 형은 친구이자 형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권투 시합에서 맞서기보다 피하고 도망다니는 자신에 비해 루브는 언제나 승리를 거뒀다. 단번에 스타가 된 형이지만 그의 내면엔 뭔지 모를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울프 형제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소설의 후반,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지만 그들이 누군가. 싸우는 울프형제, 싸우는 울프 가족은 역시 뭔가 달라도 달랐다. 가난에 허덕이는 가운데서도 자존심을 지키려 애썼던 그들은 고난마저 기회로 만들어 버렸다.

아들만 둘이어서 이 책 <라운드>의 울프 형제의 이야기가 더욱 실감있게 와 닿았다. 자신의 인생을 찾아 거리로, 세상으로 나선 그들에게 모쪼록 희망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