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인의 영웅들
칼 J. 리차드 지음, 박태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이라면 종류나 분야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은 책도 간혹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속이 후련하다. 그런 내게 유독 어려워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그리스로마신화와 세계사이다. 틈나는대로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려고 눈에 띄는 책은 꼭 읽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이윤기님의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는 중간에서 읽다 말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는 읽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왜?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왠지 어려울 거 같으니까.




<한권으로 읽는 그리스로마인 이야기>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이었다. 얼마전에 세계사의 흐름과 윤곽을 크게 아우르는 책을 읽었기에  기대가 됐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리스로마인’이라는 대목이 역시나 만만치 않을 듯했다. 책에서 말하는 12명 중에 절반, 아니 삼분의 일이라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성공한 책읽기라 여기고 읽기 시작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물러서지 말자고 굳은 결심을 하고 책장을 펼쳐 서양문명에 기여한 공로가 큰 그리스로마인이 누구인지부터 살폈다. 호메로스, 탈레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더 대왕, 스키피오, 카이사르, 키케로, 아우구스투스,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모두 12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헉, 인물의 자세한 업적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이가 수두룩...절반을 넘어선다. 순간 살짝 위축됐지만 무조건 고! 볼펜이랑 형광펜을 들고 고고!!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장가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부터 다루고 있다. 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현대의 작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인상에 남는 대목은 호메로스가 그의 작품에서 여성을 호의적인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장님 시인이라는 사실(이번에 처음 알았다!)이었다.  서스펜스와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서양문학의 시조라 불리는 호메로스의 작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철학의 창시자라는 탈레스는 정말 놀라운 인물이었다. 우주를 물리적인 개념으로 인식한 그는 1년을 365일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일식을 예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도 수학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걸 증명했으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원조도 바로 탈레스였다고 한다.




그리고 페리클레스!!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개혁자라고 일컫는 그는 엄격하면서도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정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한다. 반면에 아테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뇌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증거로 페리클레스가 민회에 보고한 결산보고서에 ‘불가피한 목적에 10탈렌트’란 항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상대편 왕의 고문에게 뇌물을 쓴 거였다. 어찌나 웃기던지 한참 웃었다.




서양철학의 시조인 플라톤 편에서는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었다. 플라톤의 이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이라는 것. 즉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이름이 같은 레슬링 선수였던 플라톤에게 어깨가 넓은 이란 뜻인 ‘플라톤’을 이름으로 한 게 아닐까.




이외에도 옥타비아누스가 알렉산드리아에 입성하여 내란을 종식시킨 달을 기념하기 위해 8월을 ‘August'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임종직전에 “가장 힘센 자에게” 제국을 물려주겠다고 말하면서 몇 몇 장군들이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유혈투쟁을 벌였다는 대목이나 영화 속에서 포악하고 광기어린 인물로 묘사됐던 칼리굴라와 네로의 악행에 대한 부분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명의 영웅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으로 만난 12명의 인물들은 문학과 철학, 과학, 정치 등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인물 개개인의 업적이나 일대기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기엔 부족했다. 아니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나 흐름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표지에 그려진 12명의 인물 캐리커처를 처음엔 한 명도 알지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선 호메로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이사르. 5명을 알 수 있었다.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사랑했다. 서양의 문명과 문학,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리스로마의 문명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 책이 알기 쉬운 예비지식,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즈음 막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신랑은 이 책을 자꾸 기웃거렸다. 혹시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신랑의 독서계획을 담당한 나로선 절호의 기회다. 신랑의 <로마인 이야기> 다음 작품은 바로 이 <한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