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 아이들도 교사도 행복한 학교, 키노쿠니
호리 신이치로 지음, 김은산 옮김 / 민들레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프리스쿨, 대안학교를 처음 알게 된 건 <창가의 토토>란 책을 통해서였다. 돌전의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유가 뭘까 찾아보다가 읽게 됐다. 교실에 앉아 수업보다 창밖을 내다보길 더 좋아하는 토토를 학교에선 퇴학시킨다. 그래서 도모에 학원을 다니게 되는데 교실이 기차를 몇 칸 연결되어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특히 교장선생님이 인상에 남았다.  아이들의 말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주시는 자상한 분이었다. 결코 평범하지 않는 그 곳에서 토토는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개성강한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토토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란 책을 손에 들고 순간 토토가 떠올랐다. ‘아이들도 교사도 행복한 학교 키노쿠니’에서 만나게 될 다정한 교장선생님과 수많은 토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다.




책은 시작부터 유쾌하다. 명색이 교장선생님인데 저자 호리 신이치로는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야단을 맞는다. 책상이 지저분하다며 “언제쯤 치울거냐”, “교장이 이래서야 남부끄러워서 원...”하고 투덜댄다. 그런 아이들에게 “일 많이 하는 사람 책상은 다 이렇게 되는 거야”라며 대충 얼버무리는 호리상. 학교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학년도 시험이나 성적표, 숙제, 한술 더 떠서 선생님이란 호칭도 없는 키노쿠니 학교. 선생님이 주인공인 일반학교와 달리 아이들이 주인공인 키노쿠니에서는  프로젝트라는 참여수업을 한다. 자신의 희망에 따라 공무점에서 목공이나 원예활동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요리를 하고, 농장에서 닭을 기르는 일에 전념하는 아이들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이면 학생답게 얌전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지, 무슨 프로젝트...하고 생각할거다. 하지만 키노쿠니에서 프로젝트는 단순한 손작업이나 육체노동이 아니라 일종의 지적탐구다. 손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성취하는 기쁨,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저절로 배우게 된다. 실제로 책 곳곳에서 수록된 사진으로 아이들이 만든 박물관이나 미끄럼틀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




키노쿠니에서의 즐겁고 흥미진진한 일상으로 출발한 책은 이후 자유교육, 자유학교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니일의 서머힐을 처음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저자가 자유학교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왔는지 자유학교가 어떤 원칙으로 학교의 이념과 운영방식에 대해 얘기한다. 또 기존 학교에서 왕따나 등교거부와 같은 문제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이의신청이라고.




작년 3월, 큰아이가 2학년이 되어 새로 반 배정을 받았을 때, 남편과 나는 제일 걱정됐던 게 있었다. 제발 담임으로 그 선생님만은 아니었으면...하고 빌었다.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도 없으신데다 몸이 안 좋으셔서 휴직을 하고 아이에게 할 얘기를 칠판에 적는 필담(갓 입학한 초등1학년에게)을 하신다는 선생님. 근데 일이 어긋나려고 그랬는지 바로 그 분이 큰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싫어하셔서 그런지 학교에 체육복을 입고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창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자연히 산만하고 별난데다 덩치까지 큰 남학생 몇 명은 선생님 눈 밖에 났다. 아직 어린아이 때문에 급식은커녕 학교에 찾아가지도 않는 난 작년 한해가 정말 힘들었다. 조만간 새 학기엔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최근의 상황 때문인지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의 작은 학교 키노쿠니 학교의 얘기를 읽으면서 내 마음은 극과 극을 달렸다. 얼굴가득 만족한 웃음을 띤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지만 그 반면에 우리의 학교, 우리의 아이들이 처한 교육 현실을 떠올리면 불끈불끈 화가 치밀었다. 아이의 개성과 자율성을 키워주기 보다 권위를 앞세우는 학교. 학습이 처지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가르치기보다 학원에 안 다니고 뭐했냐며 면박을 주는 선생님. 답답하고도 답답하다. 그리고 슬프다.




그렇다고 대안학교나 자유교육이 모든 문제의 정답이란 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우리 교육현실을 볼 때 적어도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는 되지 않을까. 우선 대안학교를 등교거부나 왕따로 인한 학교부적응 아이나 문제아가 가는 곳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조차 색안경을 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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