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탐험대 이집트 인류 문명 발굴하기 3
재키 가프 지음, 정윤희 옮김, 조가영 감수 / 넥서스주니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때 모출판사의 만화로 된 <보물찾기> 시리즈를 두어권 사줬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읽는다는 책이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나 그 책을 안 읽었다고 친구들과 화젯거리가 없을까봐 걱정하던 차였다. 다행히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내용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남은건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하는 거였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책의 내용을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받아들였다. 어른인 나는 한번 읽고 제쳐뒀는데 아이는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더니 입에서 줄줄줄 나왔다. ‘엄마, 일본엔요....’ ‘인도는....’ ‘이집트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한편으론 기특하면서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점이 느껴졌다. 어린이들이 한 나라의 문화재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건 아이들 소풍의 보물찾기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문화재가 장난감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일로 고민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고고학 탐험대, 이집트편>이었다. ‘인류 문명 발굴하기’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이집트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미라...등 유명한 유적과 유물을 알려주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플러스 알파’가 있었다. 바로 고고학이란 학문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책 곳곳에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유물 발굴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문화재를 발굴한 고고학자의 얘기를 ‘증언자의 한마디’ 코너에 담았고.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적과 유물을 통해 어떤 과정을 통해 추측하고 연구를 하는지 그 과정이나  기술을 ‘고고학 도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물론 큰아이가 저학년이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읽어나갔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와 나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처음엔 피라미드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정확한 지식이 없어서 단순히 식량저장고로 사용된 장소란 주장이 있었다던가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유망직종은 문서를 기록하는 필경사였다는 점.(“필경사가 돼라! 힘든 노동이나 자질구레한 일을 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낫과 괭이를 들고 농사를 짓거나 배를 저으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10쪽), 미라를 제작하려면 적어도 70일은 걸린다는 사실과 투탕카멘의 죽음이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데 학자들은 투탕카멘이 살해당한 걸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 외에 이집트 국민(귀족이나 피라미드의 기술자와 노동자)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19세기초, 전 세계에 이집트 유물수집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귀한 보석이나 금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손상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이집트의 험한 날씨는 유물과 유적의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여 책을 읽으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이집트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약 70%의 유물이 땅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또 과학의 발달에 따라 고고학 발굴에도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으니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땐 고대 이집트의 세계의 비밀이 어느정도 밝혀지진 않을까...기대해본다.




주말이나 휴일,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시된 유물이나 문화재를 보고 오는 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물이나 문화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예전에 살았던 이들의 생활이고 문화다. 박물관을 찾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유리에 둘러싸인 유물이나 문화재 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아니, 그 이전에 박물관을 아이들 공부를 위해, 숙제나 과제를 위해 찾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 부모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여전히 긴 세월 속에 묻혀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퉁이를 도는 순간 또 어떤 놀라운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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