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설은 이렇게 말했다
8. 대의를 위하여
요즘 무인시대를 보니까 대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경대승과 도방 장사들은 대의를 위해 죽는다. 나는 설도 다가오고 해서 바람의 전설을 한 번 찾아가 보았다. 그러고 보니 바람의 전설을 만나지도 오래되었다. 최근에 바람의 전설은 무슨 글을 쓰고 있는 듯 했다.
나 : 바람의 전설님, 요즈음 무슨 글을 밤에 쓰고 계시는지요?
바람의 전설 : 여행기를 좀 쓰고 있었네만…
나 : 아, 여행의 도는 무엇입니까?
바람의 전설 : 자기에 대한 발견이니라. 천하를 주유한다 해도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이니라. 자아의 확대이니라. 천하를 다니며 견문을 넓히면 작은 자아에서 벗어날 수 있고 태산과 장강을 보면 천하 문장의 웅혼한 기운을 얻을 수 있지. 대사가인 사마천과 시선 이백 그리고 소철 이런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천지의 기운을 얻지 않았던가 말일세.
그건 그렇고 자네 무슨 할 말 있는가?
나: 저는 그동안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이 있사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사옵니까?
바람의 전설 : 그것이 공인가 사인가?
나: 사이지만 시비를 따지면 그 사람이 잘못이옵니다.
바람의 전설 : 사라면 보다 큰 대의를 위해서 시비는 접어 두고 화해를 먼저 청하는 것이 옳은 일이느니 먼저 화해를 청하는 자가 조금 더 현명하니라. 예전에 인상여는 염파보다 지위가 높았지만 나라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굴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느냐. 대장부는 보다 큰 일에서 시비를 따져야 하느니 작은 일에서는 시비를 너무 따지지 말고 포용하는 것이 옳으니라. 형제 관계는 특히 시비를 따지지 말고 정을 우선해야 하느니라.
나 : 잘 알겠사옵니다. 보다 큰 대의를 보는 사람이 되겠사옵니다. 하옵고 조금 더 가르침을 청하고자 하나이다.
바람의 전설 : 대의멸친을 아느냐?
나 : 모르옵니다.
바람의 전설 : 예전 춘추 시대에 위나라에 석작이라는 사람이 있었느니 그 아들 석후가 공자 주우와 결탁하여 위 환공을 살해 한 일이 있느니라. 그 때 석작은 꾀를 내어 이웃 나라에 자신의 아들과 주우를 보내어 죽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평에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고 하였으니 정의를 위해서 자신의 사사로움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니라.
나 : 하면…
바람의 전설 : 그렇다.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사사로움을 돌아보지 않는 정신이 있다면 사적인 원망이나 감정은 훌훌털고 큰 이상의 세계를 가슴에 오롯이 품어야 하느니라. 그게 대장부이니라.
눈이 내렸다 녹고 다시 언 거리에 찬바람이 분다. 대의, 그렇다. 옹졸한 가슴을 쫙 펴고 대해와 같은 도량을 지니고 한 해를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장부, 대장부, 진정한 장부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