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행잎도 절정을 지나 급히 겨울 채비를 하려고 한다.

서리가 오기 전에 모든 걸 정리하려는 듯이. 일을 마치고 밤 9시 무렵 퇴근을 하면서 보면 가로등과 전조등 불빛에 비친 은행잎이 너무 고와 과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기 어려울 거이며 매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냥 미련없이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은행잎도 무성함에서 점차 성글어 간다. 그래도 일년 중 햇빛이 가장 좋은 계절은 지금이 아닐까. 햇볓이 무르녹는 봄에는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런 날은 어디 차를 몰고 답사나 갔으면 좋으련만 아직 내겐 차가 없고 이런 날은 그냥 호젓한 숲을 잔잔히 벗과 대화를 나무며 걷고 싶지만 아직 내겐 시간이 자유롭지 않으며 이런 날은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에 만나 덕수궁 돌담이나 한 번 걷고 싶지만 애인도 없네.

이런 날은 연구실에서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실력을 다지고 가끔 숨을 돌리며 자신에게 침잠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거기서 밀려오는 뿌듯함과 성취감도 예사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즐거움도 적은 것은 아니기에. 그러다가 점심이나 먹으려고 길을 나선다면 잠시 달콤한 휴식이 되지 않으랴.  점심을 들고 잠시 낙엽길을 걷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랴. 가을날의 망중한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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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 있느냐 .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더냐.  아니면 내가 너를 보고 있는데 네가 나를 모르는 것이더냐. 부디 부탁하노니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나를 만나 너도 고요히 나의 품에 잡기려무나.

 네 얼마나 귀한 이 이길래  이다지도 천길 벼랑을 오르고 긴 고개를 지나게 한단 말이냐. 내 너를 만나 할 말이 많지만 그 말이 너무 많아 이제 다 화석으로 굳어지고 남은 것은 나의 따스한 체온 뿐, 너의 숨이 막히도록 안아 주리라.

오늘도 나는 너를 본다. 너의 발걸음, 손짓, 눈빛,  너의 사소한 동작조차도 내겐 기쁨이고 슬레임이고 그리움이고 아, 그리하여 아픔이 된다.   이 아픔 언제나 그치고 우리 하나의 강물이 되어 저 너른 들판을 적시고 저리도 곱게 물든 가을 산을 아름답게 적시는 비가 되려느냐. 오오, 만나고 싶다. 이젠 만나야 한다, 너는 나의 말을 듣느냐, 귀머거리, 봉사인 그대여 오오 내 영원한 외사랑이여, 이 아픔이여, 아픈 가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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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곳에 증축 준공식이 있어 오후 4시경 술을 몇 잔 마시고 머리고기 등을 먹었다. 저녁을 먹자니 배도 부르고 어중간하여 그냥 떡 몇 개만을 더 들고는 일을 한다.

좀 알딸딸한데 그래도 일하기는 즐겁다. 남은 시간 열심히 하다가 9시경 퇴근해야지.

그리고 집에 가서는 다가오는 시험도 대비할 겸해서 시도비문 한개 정도 번역해 보아여겠다. 시간이 있으면 시도 한 두 편 번역해 보고....

오늘도 어김없이 가을은 깊어가고...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의 애인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아직 만나지 못한 애인에게 한 통의 연서를 쓰고 싶은 밤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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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2시...서재의 창밖으론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가벼운 바람 소리도 들리고

어느새 나의 마음을 흔든다. 가을이

내 안에 들어와 익어 갈 즈음 전에 자주 가던 까페에서

한 분이 연락을 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나도

몇 마디 안부를 묻다가 한 번 만나자는 말을 건네고

우리는 종묘에서 만나 창경궁을 걸었다. 낙엽은 지고 하늘은 높고

가을이 깊었다 이렇게 만나며 사느거다 바쁘더라도

이곳 저곳을 두러보고 걷다가 종묘를 나와 인사동에 가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또 차를 마시며 다기에 대해서 얘기했다

일요일은 이렇게 갔다 아직 더 남은 가을

나는 얼마나 더 깊어질수 있을까 깊고 깊어서 높아진 하늘

단풍 , 무엇보다도 여물고 여문 가을 물을 여울물을 보러가고 싶다

그 여울물을 함께 들여다 볼 사람이 그립다

아직 얼마간은 남은 가을 그런 사람이 내게올까

가을이여 아직은 기다려 다오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진

서서히 천천히 깊어다오 오 가을 내 사랑의 빈자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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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시를 읽고 음미하고 하다보니 가끔 글도 올리고 했는데... 이제 다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여기까지 시를 올리게 되었다.

전에 써 둔 글 몇 편을 우선 집 지킴이로 모아 두었다. 당시는 그동안 좀 읽었고 이제 송시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틈 나는대로 한 두 편씩 올려볼까 한다. 강호의 우수에 찬 騷人들과 눈밝은 평자들에게  삼가 질정을 부탁한다.

시는 짓는 것도 좋지만 잘 된 시를 발견하여 가슴 저미도록 음미하고 환호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우리 시들에도 무한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 것이지만 우선 여기서는 한시로 한정할까 한다. 우리현대시와 외국시는  다른 마당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옛날로 향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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