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옥 밑바닥과 연옥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 양반들 많았을 듯. 뭐 이게 죄다 2MB와 만수장군님 때문이 아니라 외부요인도 상당히 있는 건데 그분들이 워낙 재수가 없어서 걸려들었다고 하는 한가로우면서도 자비로우신 양반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만.

 



병신 인증.

 

이제 곧 이적단체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될 거 같은 해외 빨갱이집단인 무디스조차도 만수장군님의 환율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판인데... 이 상황을 뭐 도약의 기회랍시고 생각할려고 해도 이정도로 내부적으로 거덜나게 만들면 뭐 어디 도약할 돈이 있어야 하든 말든 하지 싶네요. 저 무디스에선 국내 은행들 재무건전성 등급을 줄줄이 내려놓은 상태고, 한달여 전 즈음에 예상들 했던 것처럼 슬슬 중소기업들의 흑자부도 얘기들도 들려오고 있고.

카타스트로피는 덕후들의 로망이라고도 하죠. 결국 덕후란 것들은 좀 맞아봐야지 뭔가 맛을 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어쩌면 이 상황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야말로 眞덕후의 칭호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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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8-10-08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 무렵에 기용했다가 한 번 쓴맛을 봤다고 해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라는 건 좀… 그러면 사람은 학습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응?)
별로 2MB편을 들고 싶은 건 아닌데, 저렇게 특정 인물을 까거나 교체한다고 해서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누굴 데려다놔도 특별히 타개책이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미국이 휘청이는데 왜 우리 환율만 저리 널뛰는 건 초기 고환율 정책 탓보다는 근본적으로 우리 체제 자체가 그만큼 미국 경제에 얽매인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에 불과하지 않나요. '미국의 앞잡이' 여태껏 그래왔고, 좋건 싫건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갈 길은 (당장은) 없는 거죠.

iamX 2008-10-0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주문할 일이 있어 들어왔다가) 그리고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위기는 이미 작년부터 예견되어 왔던 겁니다. 설거지론을 새삼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상황은 경제대공황 때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게 아니라, 계속 위기 신호가 오갔으니까요. 그럼 그 신호를 접수했을 때 전 정권에서는 뭘 했을까요. 뭘 했길래 지금 정권이 '예언된 위기' 때문에 이리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요. 이건 재수의 문제도 아니고, 그냥 미리 구덩이 생길 거 기다리고 있다가(자기들이 판 것도 아니고) 거기에 필연적으로 걸려들었다고 낄낄대는 격인데요.

저나 님 같은 일반인의 경우라면 김광수 경제연구소 신간을 접했다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었을 문제입니다. 강만수가 잘한 점은 최소한 이번 위기에서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 내부 불안요소가(부동산 등) 미국 경제 위기에서 함께 터져나오지 않도록 잘 봉합했다는 데 있습니다. 환율이 저 정도로 널뛰기 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막아냈다는 것만 봐도 그가 IMF에서 헛배운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죠. 그럼…

hallonin 2008-10-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어려운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 저에게 애정이 있어서 말씀해주신 것이라 믿고, 만약 아니더라도 전 그렇게 믿을랍니다.

저로선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대한 종속 정도의 깊이와 고환율 정책의 양쪽이 다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데요, 사실 미국발 위기에서 현재 자유로운 나란 아무 데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만수장군님이 거기 안 계셨다면 초기의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의 성공 여부야 이프의 영역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럴려면 현 대통령님의 당선 여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습니다만.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대안으로서 제시되고 그를 추종하는 논의들이 들끓는 것에 대해선 저도 좀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로선 이번 위기과정에서 내부불안요소인 허물을 허수로 대처하는 모습이 전 정권이나 이번 정권이나 별 다를 바는 없어보여서요. 그걸 만수장군님의 업적이라고 보고싶진 않습니다. 그렇게 얘기된다면 노무현의 업적..도 재평가되야 한다고도 보이니까요. 현재의 환율변동과 부동산 부실로 인한 위기 국면은 적어도 노무현 정권 때 구축된 부동산붐을 생각해보면 아직까진 서로에게 크게 영향은 주지 않는 게 아닐까 짐작되는데(국내 부동산 경제는 거의 내국인에 의한 투기 양상으로 진행됐고, 그에 따라서 대한민국 내부경제에 의한 소요사항이 주가 아닐까 짐작되기에 환율변동에 의한 충격파가 느리게 도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그대로 짐작만 할 뿐이니 이에 대한 iamX님의 생각이 있으시면 시간이 많이 나시고 한가하실 때 가르침 좀 부탁드립니다.

결국 블로그에서 깐다는 행위는 선택의 문제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제가 편향적으로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이쪽이 더 재미있어서요. 물론 이 모든 게 예견된 얘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저 위에 있는 분들이 워낙 칠칠맞지 않은 일을 많이 하셔서 당최 신용이 안 간 것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근간의 상황에 대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영역에 걸쳐져 있습니다만, 그건 제가 이런 공개된 공간에서 밝혀야 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댓글에 대해선 언제나 고맙습니다. 다만 전과는 달리 뒤틀린 데다 썰렁한 개그를 요즘은 구사하질 않으신다는 게, 역시 마법사 탈..

iamX 2008-10-1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보다 더 잘 아시는 거 같은데 ㄷㄷ-..-;;
사실 전 부동산하고 같이 무너질 거 같았거든요.

부동산 + 주가 + 환율 셋이서 한꺼번에 터지면 볼만 했을 겁니다.
사실 주가 같은 경우에는 '연기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쨌든 '바닥'이 있습니다. '환율' 같은 경우에도 환투기 조작보다는 당장 달러가 급한 외국자본이 돈을 회수해가는 상황에서 벌어진 상황 같았고요. 이 문제 역시 세계 각국이 신용경색을 막아보자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 해결날 문제로 보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답이 없죠. 가장 실제 문제가 되는 게 이 녀석이 아닐까 싶고요.
(집 담보로 대출 받아서 펑펑 쓴 집들 많죠…) 그렇게 안 되게 만수횽이 거시지표를 갖고 잘 다루는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만수횽이 IMF에서 뭔가 배우긴 배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구체적으로 뭐예요…하면 저도 답변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환율만 하더라도 제 판단으로는 이미 이 시점에서 1300-1400원대가 될 걸로 보고, 초기부터 계속 고환율 메시지를 보낸 거 같습니다. 8,900원대에서 1300,400보다는 1000원 넘긴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게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다 결과론적인 생각이지만… 어쨌든 상층부가 이 시기 환율에 대해 감을 못 잡았을 리가 없죠. 그리고 천장을 쳤다고 생각되는 건 대기업들이 약간이나마 비축해둔 달러를 풀었다는 거… 모 경제연구소는 원유가가 70$가 될 거라고 예언했잖습니까. 그리고 맞아들어가고 있고요. 그럼 그 이상의 '프리미엄급 정보'를 경영진이 쥐고 있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얘기죠. 뭐 신문에는 '고환율로 엉엉엉, 급비상이라능' 이러겠지만요.

여하튼 김광수 경제연구소 신간 추천해 드립니다. '한국경제의 도전 - 2' (근데 솔직히 글을 보면 제가 감히 추천하고 어쩌고 할 '레벨'은 아닌 듯… 만렙 찍은 분한테 무슨… 그냥 제 추측의 근거를 밝히는 것 뿐이지요.)

전 이제 아웃랜드 졸업할 생각입니다.
레이드 껴야죠.

hallonin 2008-10-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렙이 있는 척 해본 거죠 뭐. 레이드 타신다면 잘하면 유갤에서 볼 날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흐.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류의 소설 중 가장 능글맞으며 여유가 넘치고 SM과 와인이 등장하지 않는 [69]를 처음 본 게 이제 거의 10여 년 전 얘기다. 당시 난 [69]의 등장인물들처럼 고등학생이었다.

내 고교생활은 그냥 껄렁껄렁했던 것으로, 실수도 했었고 병신짓도 했었고 시간낭비도 했으며 좋은 친구들과 약삭 빠른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쁜 친구는 별로 없었고, 전반적으로 그리 신나진 않았던 것 같다. 뛰어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리케이드 같은 개념은 커녕, 당시의 난 정치적으론 무지했다. 더럽게 가난했기 때문에 IMF가 터져서 세상이 망한다 해도 별 느낌은 없었다. 이미 망해서 망그러져가고 있었던 걸. 여름에 비가 내리면 지붕이 되어 있던 양철판 사이로 물이 새어들어와 벽지를 적셔서, 몇 년이 지나자 내 방은 커다란 곰팡이 서식지가 되어 있었다. 겨울에 잠에서 깨어나서 숨을 쉬면 말라붙은 입술 사이로 입김이 보였다.

난 그때 영화와 애니메이션과 만화와 록과 에로게임에 미쳐있었고 망한 비디오 가게나 동대문 비디오 도매상에 들어가서 엉망진창으로 편집됐지만 지금처럼 전세계 웹하드를 뒤지고 다니는 세상이 아녔던 탓에 희귀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입시에 대한 고민이 아주 없었다고 하면 뻥이지만, 불안해 하면서도 난 친구랑 쉬는 시간에 체스를 두거나 교내 덕후 커뮤니티를 통해 불법 복제 비디오를 빌리거나 수업시간에 책상서랍 속에 박아넣은 소설을 몰래 읽는데 더 열중했다.

[69]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좋은 자위감이었던 시절을 거쳐서 SM 연대기를 지식 습득 차원에서 더없이 흥미롭게 읽어낸 다음에 그 언젠가의 수업시간 동안에 보게 된 소설이었다.

재밌었다. 짧고, 발랄하고, 유희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때까지 소설로 내 머릿 속에 구축되어있던 무라카미 류답지 않았으니까.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된 [69]는, 어째 그때의 기억만치로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다. '~하면 ~겠지만' 패턴으로 설명 가능한 말빨 유머도 나이가 들었는지 눈에 안 차고, 결국 이 소설의 끝에 도달해 있는 건 어떤 종류의 허무함이다. 회고라는 건 지나가버린 것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 아니던가. 그것의 시작은 복원이라는 속성상 필연적으로 욕망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욕망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69]가 보여주는 에너지가 넘치는 복기도 그 결말 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아닐까. 어쩌면 그건 이 쾌락주의자의 소설에서 본능적으로 보장되는 최소한의 씁쓸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그때는 이 소설이 그저 즐거웠다 라는 기억으로만 남아있을까.

청춘은 절망을 보장한다. [키즈 리턴]의 주인공들은 시행착오와 자해극을 거치고 난 다음 우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느냐고 웃어보인다. 그건 잔혹한 얘기일 수 있다. 물론 그들은 희망을 말하고 있기에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자체가 의미가 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시행착오와 추락을 반복해야 하는 순수한 고통일 수도 있다. 그 예측되지 못할 미래가 확고하게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씁쓸함, 생으로부터의 자학인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성공한 작가가 되서 윔블던 테니스장과 각 지방의 가장 이쁜이들만 나오는 클럽을 쏘다니는 팔자가 됐지만 말이다.

정말로 10년째인지는 솔직히 정확치 않지만 아무튼 세월이 이렇게 흘러와버린 것을 느꼈다. 그냥 그런 거다. 마치 이 소설처럼.

문득 얼마 전에 친구가 10년 후의 우린 어떻게 되어있을까를 물어왔던 것이 기억난다. 글쎄, 그냥 그렇겠지 뭐.

아, 근데 그 질문 10년 전에도 들었던 거 같은데.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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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고 난 뒤 처음 든 생각은 왜 이걸 살까말까 고민하느라 무던히도 많은 시간을 날려먹었을까....

정말 좋다. 치로 담미꼬 자신이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었던 빠올로 프레스꾸라와도 공명하는 바가 있는 것이, 역시 나는 이런 류의 깐쏘네에 맥을 못 추는 모양. 적절하게 프록적이고 달달하되 느끼하진 않은.

부클릿은 편지지 형태라고 해서 오오 특별한 스딸... 이럴 계제는 아니고 그냥 빨강색 편지지 한장에다가 가사와 해설까지 다 써넣어서 접어서 넣은 거라고 보면 된다. 알라딘에는 150매 한정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데 내가 아는 데 중 두 군데에서 현재 판매중이니 그보단 많이 찍어낸 건지 아니면 그만큼 안 팔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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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 쪽에 있는 센트럴시티 신나라에서 40% 할인이라는 걸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11700원. 일부 2CD, 3CD는 가격 추가.

레파토리는 한 30, 40종쯤? 중복되는 게 몇 타이틀 있어서. 대개의 앨범들은 19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걸로 레이블답게 고음악-바로크가 주종입니다. 영국에서도 염가로 판매하는 것들이 다수지만 뭐 염가라 해도 6.99파운드니 환산하면 15000원대. 그리고 하이페리온 레이블은 수입이 잘 안 되는 편이니 메리트는 있습니다. 한 번 훑어봤는데 고딕 보이시스가 녹음한 앨범들과 몬테베르디, 퍼셀의 앨범들이 눈에 잘 띄더군요.

 



일단 제가 들어보고, 현장에도 있는 앨범 중에선 이 두 개를 추천. 피터 필립스의 키보드 음악 작품집은 하프시코드란 악기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앨범. 존 블로우의 작품집은 반은 기악, 반은 성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니글거리지 않는 남성 바로크 테너의 부드러운 풍미를 즐기고 싶을 때 좋습니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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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10-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yperion 레이블 음반들 할인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분간은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할인 행사는 과연 언제까지 할지...ㅎㅎ

hallonin 2008-10-0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한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라더군요. 대개의 타이틀이 두 장 이상씩 구비되어 있는데다 별로 인기도 없는 거 같아서 의외로 오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프리 2008-10-0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피터 필립스 앨범 사왔답니다. 이제 저녁 늦게 일 다마치고 들어보렵니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D

hallonin 2008-10-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골 대신 들으시면 잠이 잘 옵니다. <-최소한의 방패막이.

카프리 2008-10-2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아서 나머지 추천해주신 것도 사러 언제 하루 가야지 하고 있답니다. ^^ 요즘 오가는 길 제 길동무예요.
 

고 최진실씨의 죽음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단순하게 그녀의 영향력 측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바이겠지만 역으로 생각하자면 그건 그녀가 얼마나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영상매체와 밀접한 스타였는지를 반추하게 만든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녀를 '보아왔다.'

그녀의 작품 궤적은 그녀의 실제 삶의 흐름과 닮아있다. 물론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우리가 그녀에게서 발견하길 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진실이라는 아우라는 입지전적인 길을 걸어 CF스타로 시작된 젊었을 적 그녀의 전성기 때나 나이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나 그녀의 삶과 맞춰져서 형성됐다. 어느새 매체를 통해 생산된 상품과 실제 삶이 구분되지 않는 영역. 올림픽, 형식적 정권 교체 이후 소비문화 폭발의 기폭제로써 기다리고 있던 1990년대에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보다 상업적으로 진화되면서 향후 드라마붐의 장기적인 축이 될 트렌디 드라마의 도래와 더불어 깜찍발랄한 문화상품으로 완벽하게 구성된 공주님으로서의 최진실을 보았고, 2000년대를 넘어선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기어이 일어서고야 만 악바리 아줌마 최진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찍은 것들은 꾸준하게 그녀 삶의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녀가 일련의 드라마(모든 자기발현적 형태의 영상물들)에 나오는 역할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거의 없었다. 성공적이었던 예들에선 그녀가 드라마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거의 항상 그녀를 따라왔다. 드라마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소비했다.

그래서 그녀가 실제 삶과 자신의 부산품들을 구분해놓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은 그녀의 모든 것을 쫓았고 캐냈다. 프라이버시의 노출과 상업적 추락, 그리고 심지어 부활까지도, 그 모든 것들은 그녀가 노력했던 것만큼이나 열망하는 상태와의 커다란 이격을 가져왔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삶 자체가 우리가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절망의 중요한 이유는 격차다. 어떤 현상, 어떤 상황, 어떤 모양 등등의 고정되었던 상태에 대한 현재와의 균열. 고정된 비교대상을 어떤 형태로든 설정해냈을 때, 그 이후 지속되는 상태로서의 격차는 마음의 붕괴를 가져온다. 시공간상 어느 시점에 서 있으면서 확인됐던 무언가가 다른 시공점에서 형편없이 몰락해 있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은 허무와 좌절, 혹은 그와 비슷한 모든 종류의 단어들이다. 신데렐라는 어느새 사채업자로 변해 있었다. 그 둘 다 그녀 자신이 아니라 그녀를 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는 데도 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최진실이란 모델에서 스스로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텔레비전과 함께 살아왔던 수십년에 이르는 세대들에게 이 사건은 광범위하게, 그리고 깊게 다가온다. 그녀는 끔찍하게 사랑받고 있었다. 그정도의 비난과 함께.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건 그녀 입장에선 그 어떤 것도 떨쳐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잔인한 이야기다. 아주 현실적인 트루먼쇼. 바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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