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소설들을 읽었다. [브루클린 풍자극]과 [공중곡예사].

둘 다 별로였다. 그러나 [브루클린 풍자극]은 뻔해도 위로가 됐다. [달의 궁전]은 하나 구해서 선물로 쓸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샘터풍의 희망사연을 즐기는 이에게 쓸만할런지,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 지라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자면 그리 괜찮은 선택은 아닐 것 같지만. 염병할 알라딘은 현재 중고샵 제품은 신용카드로만 결제하게 둔 상태라, 신용카드 한 장 없는 난 결국 [달의 궁전] 중고본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누군가가 겨우 살아났다는 얘길 봤다. 내가 괴상한 꿈들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 사람은 수술을 마치고 일어나 드디어 걷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드디어 사는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다행이다. 우선 그것부터 생각해야겠지. 닿지도 못할테지만.

고맙게도 내 존재를 쓰레기통에 쳐박아도 된다고 분명하게 말해줬던 누군가는 순전히 자신의 개인적 불안으로 내 핸드폰의 부재중 전화 표시수를 늘려놨다.

누군가는 먼 곳으로 갔다. 

누군가는 아마도 나를 증오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누군가들은.

그것은 굉장히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나는 되도록 잠을 많이 자야했다. 글자를 쓰는 것도 힘들었고.

결론은 그것이다. '인생은 아직 살만하다는 것.'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창녀들에게 감사를.

물론 난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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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겜보이 2008-09-0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터풍의 희망사연을 즐기는 이 - 표현이...^^

hallonin 2008-09-0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딩이 보였다!
 

아름답다. 이 지독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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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8-08-3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며칠간 완전히 공황 상태였어서. 뭐 그런 일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스트로베리 숏케이크 Strawberry Shortcakes - 합본형 애장판
나나난 키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도시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여자들 이야기. 그러나 딱히 그들이 같은 자리에서 얽히는 이야기로 묶여 있지는 않다. 그들중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는 친구 사이인 치히로와 토우코 두 사람. 나머지 둘인 사토코와 아키요는 부딪힐 일이 없는 이들이며 실제로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들로 진행된다. 심지어 목차는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니까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도시와 사랑과 고통이란 키워드로만 묶인 철저한 타인들의 이야기다. 완전하게 단편집도 아닌 것이, 이 불편한 형태는 왜 그러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철저한 타인들을 한자리에서 묶어낸 낯설고 거친 구성은 되려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 같은 이 타인들의 이야기가 광의적인 차원에서 공명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그들은 미묘하게 반복된 같은 꼴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나난 키리코는 삭막하다. 그녀의 그림은 미니멀적이고 도시적인 삭막함을 안고 사랑과 이별과 그에 따르는 고통에 대해 계속 얘기해왔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서 가장 강렬한 아이러니가 발산되는 부분은 바로 그녀가 만든 모노톤의 세계 속에 자리한 주인공들이 미소를 지을 때다. 흔한 유행가 가사처럼, 그녀가 만들어내는 웃음은 지나치게 부드럽고 예쁘장해서 동시에 공허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 웃음을 보는 이는 깨닫게 된다. 그 인물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며 기만적인지. 그래서 항상 그 텅 빈 웃음은 불길함을 간직한다. 무언가 뒤틀려가고 있다는 불길함. 그리고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시작한지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서 바로 그 웃음을 보여준다.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그렇게 뒤틀리기 시작한 이들이 아니라 이미 비뚤어진 이들의 도중을 곧바로 보여준다. 공허라는 괴물의 입에 담긴 이들은 어쩔 줄 몰라하거나 자살을 꿈꾸거나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아래로 끌려 들어가는 나선의 끄트머리에 선 이들.

그리고 모두가 아파하고 모두가 빗나간다. 어떤 이는 후회로, 어떤 이는 욕망으로, 어떤 이는 머뭇거림으로, 그리고 어떤 이는 선택으로. 슬픔이 넘쳐난다는 걸 청승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그 청승을 냉정하고 건조하게 직시한다는 점에서 신파극의 틀을 탈출해낸다(사토코라는 장치가 그렇다). 어떻게보면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그 제목처럼 짧은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웃으며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얘기하다가도 다시금 비슷한 고통과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하고 또 반복하지 않는가. 그것이 현상이며 또 마치 감기약처럼 그에 대한 위로가 가끔씩 필요도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스트로베리 숏케이크]의 짤막하고 효과적인 기능. 기간한정 해피엔딩.

그러나 정말로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는 335페이지 내에서의 해피엔딩을 지향한다. 독자들이 완전히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끔 친절한 배려를 한 나나난 키리코는 네 명의 여자들에게 각자 구원을 선사해준다. 그래서 처음처럼 여전히 빛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도시 미궁 속에서 그들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만족을 얻게 된다. 그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그렇게 모두 무언가를 잃고 또 얻고서 이야기들은 차근차근 정리된다. 불길한 시작을 남겨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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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끝내주게 재밌게 만들어주다가 결국 한국 승리. 김경문 감독은 이번에도 류현진을 1점차 리드 상황에서 거의 끝까지 밀어부치는 믿음 모드 돌입으로 우황청심환 판매량을 팍팍 늘려줬음. 약사협회에서 상줘야 할 듯. 그런데 이 양반은 국내 리그에선 못한 우승을 올림픽에서 해내버렸네.

끝판왕답게 쿠바도 엄청 잘하긴 했는데 내 볼 땐 테크니션과 근성의 승부였다고나 할까. 워낙 쿠바 유닛들이 하나하나가 막강하다보니 리드하고 있어도 살얼음판인데다 간간이 나오는 끝내주는 수비력 때문에 진전이 안되고 있었고. 더군다나 막판엔 괴상해진 심판 판정에다가 포수 퇴장으로 인한 배터리 교체까지. 결국 다 헤쳐내고서 원아웃 만루 상황에서 병살로 승리. 이건 뭐 또 드라마를 썼네요.

이미 쿠바가 세운 기록이긴 하지만 쿠바를 제외하면 세번째 올림픽 9전 전승. 그리고 올림픽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야구. 이 시합은 전설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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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 .................

 

호시노 : ..............................

 

존슨 : 또.......만났네?

 

호시노 : ..................................응.........

 

존슨 : 이틀..........만인가?

 

호시노 : 그러네.................

 

존슨 : 참 그땐..............

 

호시노 : 하하................................

 

존슨 : 근데 또 이렇게.........되는구나................

 

호시노 : 그러게..............

 

존슨 : 그래서 말인데.............

 

호시노 : 왜?...............

 

존슨 : 또 져주면 안돼?

 

호시노 : 꺼져 니미 좆같은 양키새끼야

 

출처 : 디시야갤 문학퐈이아(http://gall.dcinside.com/list.php?id=baseball&no=2005739&page=1&search_pos=-1976965&k_type=0100&keyword=%EC%A1%B4%EC%8A%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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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여전히 재밌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경기 내용도 보면 확률상으론 이가 안 맞아야 할, 순 변칙 전술 구사투성이였는데 그게 이기는 변칙들이니. 그런데다 단발도 아니고 꾸준히 이어지니 그저 단순한 운이라고 폄하될 통계는 이미 훌쩍 넘어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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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8-2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똥줄타게 매경기 보고, 기아팬이랑 싸우고, 호시노 감독 욕하고, 심판 욕하고, 한작가 까고, 한일 준결승까지 보고 나니, 메달확보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확 느슨해지네요. 내일도 잘해서 금메달 따면 좋겠습니다만, 은메달 확보한 것만으로도 너무 수고했습니다. 감독님과 우리 선수들. 호시노도 존슨도 메달도 못 따서 가면 무슨 개망신이래요. 예선 마지막 경기 어렵게 어렵게 봤는데, 이번 3-4위전도 꼭 봐야겠네요.

hallonin 2008-08-23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올림픽 기간에 엄청 바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