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다,가 오지랖,이 욕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그게 욕일 수 있는 세상,을 의심한다. 

은희경의 소설을 읽으면서였나, 이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정서는 소수자가 되겠구나, 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다. 촌에 사는 사람을 무능으로 낙인찍기도 하고, 그 자체로 혐오하는 정서도 가끔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는 촌스러운 게 나쁜 말인지 의심하고, 그걸 나쁜 말로 쓰는 사람들의 우월감을 동정한다. 촌스러운 것, 촌스러운 채 살아남는 것은 삶을 구성하는 단순한 것들을-먹고, 자고, 싸고, 사랑하고- 인식하고, 그게 얼마나 중한지 아는 거고, 부풀려진 말들에 휩쓸리지 않고 부풀린 허상 뒤에 똑같은 존재를 알아차리는 거다. 


드라마를 보면서, 무너진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도시에서의 외로움 가운데 이상향을 그리는 마음같다고 생각했다. 가깝게 지내지는 못해도, 오랜 세월이 쌓여서 마음으로 의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강함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상이 훨씬 더 살 만 하다는 이야기이다. 


강함은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난다. 그 강함은 그 자체로 약한 사람을 건드린다. 

시샘을 받기도 하고, 쑥덕거리기도 하고, 상처를 주려는 시도들을 하게 만든다. 

나보다 처지가 나빠서, 적어도 나는 저 사람보다 행복해도 된다고 공연히 우쭐했던 약한 마음이 그 사람이 웃으면 김이 빠진다. 내 마음 속에 행복과 불행을 타인의 것들과 비교하는 가운데, 마음은 더 약해지고, 행복은 멀어진다. 

행복은 비교하는 가운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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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란타로 가다 - 개정판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1
설흔 지음 / 생각과느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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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플 것 같아서 열심히는 못 본 '녹두꽃'에서 백이현,이 전봉준과 만나는 장면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부와 문명이 진보가 필요하다는 백이현에게, 전봉준은 서양의 부가, 문명이 기술적 진보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말한다. 동양이 미개해서 야만적이어서 식민지를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나는 ( https://blog.aladin.co.kr/hahayo/8552588 ) 그래도 가끔, 과거를 돌이켜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년, 아란타로 가다, 는 대륙의 문명을 일본에 전하는 조선의 통신사,가 배경인 이야기이다. 부가 흐르는 어지러운 길이나, 휩쓸려가는 사람들, 문화와 함께 흘러드는 태도들, 먼저 서양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인 일본을 보는 통신사의 태도를 본다. 영성에 대한 책을 보고 있어서, 깨달음과 과학기술이 나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어서, 기술은 기술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도 있어서, 나는 이언진이 소년에게 하는 말들을 곱씹게 된다. 지금의 기술적 풍요가 딛고 선 것이 비어버린 마음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는 여전히 태도를 정하지 못하겠다. 소년은 아란타로 가서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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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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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패했지만, 아이에게 여러권짜리 책을 권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여러권인 건, 되게 재밌어서야. 끝까지 내처 읽을 수 있다니까."

김용의 무협소설이었던가, 토지,였던가. 

태고의 시간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내가 이북으로 읽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아래쪽 페이지와 무관하게 이 이야기가 sns시대의 대하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존재들-사람도 사물도 있다-의 시간이 짧게 묘사되는 도입과 그 각각의 시간들이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그랬다. 태고,라는 지명이지만, 지명일까 싶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러시아군과 독일군이 등장하는 유럽의 어지러운 역사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이 사랑이 포개지고, 현실과 환상이 얽히는 이야기 가운데 전쟁이나 살인, 혼란 가운데 몸을 일으키려는 야망, 젊은이의 좌절, 쇠락하는 과거의 영화 같은 것들이 묘사된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으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전쟁에 대한 묘사,를 이야기로 읽는 것이, 이야기로 숨는 내 자신이, 이런 이야기들을 재미있다고 읽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생각들이 어지러워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회의가 드는 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뭘까. 이야기가 없는 삶에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은 더 섬세해질까. 살아내는 사람들을 책을 통해 구경하면서, 나의 삶에서 책이나 티비를 빼면 뭐가 남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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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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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한 소설가의 산문집이다. 나와 다른 삶을 구경한다. 그 삶들 가운데, 공감하기도 의아하기도 하다. 나는 왜 쓰고, 또 왜 읽을까. 사람들은 왜 쓰고, 또 왜 읽을까. 


나는, 도시에서 살지 않았다. 내 평생에 도시에서의 삶은 4년, 그 4년조차 가장 외곽에서 외출없이 학생으로 살았다. 우선 순위들을 사는 것에 두는 나는, 보이는 것을 언제나 후순위에 두는 촌년인 거다.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을 읽을 때, 나는 나의 이런 감수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걸 구구절절 토로한 적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hahayo/2463427) 나는 내가 촌년인 게 좋다. 


나는, 엄마를 좋아한다. 아빠를 이해하는 만큼 엄마를 이해하고 또 좋아한다. 작가는 왜 엄마를 심지어 미워했을까, 궁금하구나. 작가라고 해도, 책을 내면서도, 결국 숨기고 싶은 말은 숨긴다. 나는 한권이 다 끝나도록 알 수 없다. 엄마를 미워하면서 엄마가 되는 마음은 어떤 걸까. 


무언가 작은 것에 전력하며 시간을 버틴다,는 대목을 따오고 싶었는데, 못 찾고 있다. 그 때 기록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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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No.01 - LOVE YOURSELF
포포포 편집부 지음 / 포포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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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생일선물로 보내줬다. 엄마인 나에게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선물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읽으면서 나는 애 셋을 낳고 복직해서 참석한 모유수유 교육 생각이 났다. 강사 분은 모유수유에 실패했다는 간호사 분이었다. 나는 모유수유 다 했는데, 그 교육을 듣고 있자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나는 교육생이고 저 분은 강사고, 그 자리가 다 재미없었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마는, 이제 나는 교육을 받기 보다, 말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이 책을 만든 사람들도 말하고 싶어서 책을 만들었을 텐데, 나보다 좀 더 젊은 엄마들에게 소구하는 책이다. 나같은 옛날 사람은 표지로 뽑은 영어 제목도, 부제로 깔린 영어도 지나치게 작은 편집 글꼴 사이즈도 거슬린다. 표지에 한글은 가장 작은 폰트로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뿐이고, 책 이름 popopo 는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possiblities의 약어다. 한글이 이렇게나 부족한 표지도 거슬리는데, 내용은 또 어떠한가? 

나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책인지는 책에 대해 쓴 첫번째 꼭지에서 나도 읽고 서평을 남긴 두권(고녀석 참 맛있겠다https://blog.aladin.co.kr/hahayo/5025827 , 사자왕 형제의 모험https://blog.aladin.co.kr/hahayo/9922625 )의 책에 대한 말들에서 느꼈다. 용기라고 부르는 것들,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와 얼마나 다른가. 

글들은 과잉된 자아가 넘치고,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마음들이 넘친다. 

외계인이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어떤 날처럼 나는 이 엄마들의 고민과 엄마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걱정스럽다. 잔소리를 마구 하고 싶다. 결국 당신의 삶이니 어쩌겠는가, 싶지만. 산다는 건 능동형이기보다 수동형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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