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녀석 맛있겠다 - 별하나 그림책 4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1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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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도 모두 알고, 내용을 거의 모두 옮긴 포토리뷰도 봤으면서, 나는 이걸 왜 사서 읽은 걸까요. 공룡을 좋아하는 딸래미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긴 한데, 나는 이런 종간의 우정에 대하여, 껄끄럽게 여기는 게 있는데 말이죠.  

'폭풍우치는 밤에'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 같은 걸, '고녀석 맛있겠다'에서도 똑같이 느낄 거면서, 왜 공연히 그걸 확인하려 든 걸까요. 그런 우정에 눈물을 흘리는 마음은 '숭고'한 건가요? 왜 그런 우정을 보여주는 걸까요. 나는 인간도 가끔 너무 미운데 말이죠. 이건 지나친 사랑아닐까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적당한 게 아닐까요. 마더 테레사의 사랑이 '숭고'하다고 해서 모두 마더 테레사가 되지 못하고, 마더 테레사만큼 사랑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자체를 포기하지는 못하는 거잖아요.  

범인의 사랑이 있다면, 아이에게 오히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먹는 것처럼 중요한 걸 포기하는 사랑이라니,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할 수 있는 만큼의 따뜻함을 나눠가지는 것으로 사랑을 묘사했으면 해요. 사랑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삶이 더 앞이지 않나요? 나를 사랑하는 데서 출발하는 그 사랑이, 온 우주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까지 그 차근차근한 쌓임이 없이, 이런 묘사는 저는 음 그저 이벤트나 해프닝으로만 보게 되네요.  

아, 그러니까, 이 책을 사서 읽힌 나는 도대체 뭐냐 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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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11-08-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적당한 게 아닐까요. (...)할 수 있는 만큼의 따뜻함을 나눠가지는 것으로 사랑을 묘사했으면 해요. (...) 이런 묘사는 저는 음 그저 이벤트나 해프닝으로만 보게 되네요. - 저도 별족님처럼 그랬을 거 같아요. (나는 어렸을 때 어떻게 느꼈나 생각해보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별족 2011-08-26 11:41   좋아요 0 | URL
제가 어려서 읽은 기억나는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저는 유아용 그림책이 없는 유아기를 보낸 터라- 정도예요. 사랑에 대한 깨우침은 만화들로부터였을까요. 플란더스의 개나.

감자수제비 2011-08-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마음이에요, 저도 폭풍우치는밤에 영화관에서 봤는데 좀 후회했었음. 이것도 같은 내용일꺼라 예상했는데도 사서 읽고 말았네요;; 머랄까 그 상황이 왠지 마음에 와닫지 않다고 할까요? 먼가 뜬구름같기도 하구요; 그냥 그림구경책으로 일단 놔두려구요;

별족 2011-08-26 10:49   좋아요 0 | URL
사실, 그림을 좋아해요-_- 이런 그림체.

수수꽃다리 2011-08-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읽고 댓글을 다는 건 처음이네요, 아후 떨려^^ 아이들과 영화를 먼저 보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폭풍우치는 밤에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구요. 별족님의 말씀에 고개를끄덕이며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토론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별족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림책, 혹은 책을 읽히는 이유 중 하나가 책이 주는 큰 느낌,가령 사랑, 이해, 공감, 용서, 화해 같은 것을 알게 해주려는 것이아닐까요? 인류가 존재하는 근거이기도 하고요. 현실성이 없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런 대비가 이해가 쉽지요. 초등학생이 되면서 그들은 더이상이런 이야기에 감동 받지는 않겠지만 유전자처럼 몸속 어딘가에 저장되어있지않을까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별족 2011-08-26 11:40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늘 궁금해요. 제 딸은 여섯살이라서 가끔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는 거 같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수수꽃다리 2011-08-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ㅎ 저 또한 아이들이 그런면에서 무서울 때가 있어요. 몹시 궁금했고요. 그건 아마 아이에게는 엄마가 세상 전부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엄마의 모든 것을 익혀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전략은 책에 대해 아무말도 안한다지만 조금 더 크면(현재 초3) 책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우연히 별족님 리뷰를 읽으면서 고맙고 놀라고 있습니다. 저의 책읽기 자세를 바꿔볼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아줌마라고 뱃살 늘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뻔뻔함을 좀 늦추기 위한 책읽기였답니다.

토토 2011-08-30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평보고 책읽어보고싶단 기분이 드는거(읽히고 싶다는 기분이 아니라) 오랜만이예요. 제가 폭풍우 치는밤에를 보고 느꼈던 불편함이 뭔지 깨닫게 해주셨네요. 아이들에게는 이런 인류를 가로지르는 공감과 화해가 팔요하다고 생각해서 씌여진 글이었겠지만 저도 이런거 잔인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존재자체를 본능을 부정하면서 이루어지는 우정이라니 ㅠㅠㅠ 사실 전 전갈과 개구리 우화가 좀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전갈이 자기도 물어빠져죽을줄 알면서도 개구리를 찔러 죽이는거요. 그게 전갈이니까요. 많이 생각하게해주는 서평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