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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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패했지만, 아이에게 여러권짜리 책을 권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여러권인 건, 되게 재밌어서야. 끝까지 내처 읽을 수 있다니까."

김용의 무협소설이었던가, 토지,였던가. 

태고의 시간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내가 이북으로 읽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아래쪽 페이지와 무관하게 이 이야기가 sns시대의 대하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존재들-사람도 사물도 있다-의 시간이 짧게 묘사되는 도입과 그 각각의 시간들이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그랬다. 태고,라는 지명이지만, 지명일까 싶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러시아군과 독일군이 등장하는 유럽의 어지러운 역사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이 사랑이 포개지고, 현실과 환상이 얽히는 이야기 가운데 전쟁이나 살인, 혼란 가운데 몸을 일으키려는 야망, 젊은이의 좌절, 쇠락하는 과거의 영화 같은 것들이 묘사된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으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전쟁에 대한 묘사,를 이야기로 읽는 것이, 이야기로 숨는 내 자신이, 이런 이야기들을 재미있다고 읽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생각들이 어지러워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회의가 드는 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뭘까. 이야기가 없는 삶에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은 더 섬세해질까. 살아내는 사람들을 책을 통해 구경하면서, 나의 삶에서 책이나 티비를 빼면 뭐가 남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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