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게 보고 있다. 돌리면 재방이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기다려서 둘이 나누는 대화들을 듣는다. 

'저하의 사람이지만, 제 전부가 저하의 것은 아닙니다'도 좋고, '우리가 귤에 대해 말하는 게 맞느냐'도 좋고, 아주 좋다!!!


그런데, 이런 나도 처음에 거슬려서 계속 볼까 말까 고민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거슬린 거 두 가지는 굉장히 사소하다. 

하나는 어린 동궁이 요를 깔고 누운 방이 마루방이던 것, 이다. 한옥에 대한 책에서-출처를 찾다가 포기했다- 한옥에서 사람이 자는 방은 언제나 온돌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사람에게는 온돌방을 주는 거라고, 분명히 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세손저하가 감기에라도 걸렸는지 아픈데, 그 방이 마루방인 게 너무 거슬린 거다. 콩댐을 한 노란 온돌방이 아니라, 검은 나무로 짠 마루방에 귀한 사람을 눕힌다.니. 

다른 하나는 마룻방에 눕힌 동궁의 요가 비단 면을 위로 오게 한 거였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이불잇을 시침하는 걸 봤는데, 요를 저런 방식으로 깐다고? 실용적이지가 않잖아,라면서 불편했다. 사람의 몸이 닿는 부분이 비단이 닿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의 방식인가? 왜 그러는 거지? 

그 두가지가 무척 거슬려서 옛날 사극도 찾아보는 지경. 눈이 시원하게 공간을 넓히려니 온돌의 공간을 쓰지 못한 것인가. 만드는 사람들의 이유가 많이 많이 궁금하다. 어디다 물어보면 말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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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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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우주에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부분은 재미있었다. 그럴 듯 해,라면서 읽었다. 그렇지만, 해결하는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다. 전 지구적 협력?에 대해서 의심하고-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지금 지구 온난화 대응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와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던 시동(https://blog.aladin.co.kr/hahayo/11410841) 속 택일이같은 마음을 본다. 관계를 어려워하고, 혼자서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션이랑 비슷한데, 라면서, 다 늦게 저자가 같다는 걸 알았다. 고립된 우주에서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낸다. 이 책을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 걸까. 

SF를 과학지식을 얻자고 보는 게 아닐 텐데, 정작 뭐든 잘 돌아가는 게 과학이긴 한가 싶고, 혼자서 과연 뭔가를 할 수는 있나 싶은데 책 속의 살아남는 마음을 좋아하는 건가. 관계가 사라진 텅 빈 이야기를 왜 보는 걸까. 책은 소용돌이 한 가운데 존재하는 영웅서사이고, 스스로를 이렇게 믿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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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를 버린 논어
공자 지음, 임자헌 옮김 / 루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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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가 없다. 

논어의 원문에 한자 음을 작게 달고, 검은 글씨로 원문의 번역을 했고, 파란 글씨로 현대인인 역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원문에는 훈이 없어서 뜻을 유추하기 어렵고, 검은 글씨의 번역은 지나치게 현대어로 해석해서 원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란 글씨는 처음에 몇 번 읽다가, 지나치게 현대인의 생각이라 못 읽겠어서 아예 읽지 않았다. 

저녁마다 따라 쓰기,를 했는데, 한자만 따라 썼다. 이렇게 따라 썼으면 한자를 알 법도 한데, 훈이 안 달려 있어서 그냥 모르는 채로 쓴 데다가, 검은 글씨 번역은 군자,라는 말을 안 쓰고 좀 더 현대어로 번역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자어랑 연결을 아예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말들이 가지는 시대성을 드러내지 않으려니, 더 뒤죽박죽이 되었다. 좀 더 전통적인 책을 살 걸 그랬다. 

저녁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한자를 그리고, 아침에 정리하면서 생각이 하나도 안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식이었다. 그냥 끝까지 쓴 데 의의를 두자, 싶다. 

그래도 끝까지 가 보니, 지금까지 논어가 왜 원문 위주가 아니었는지 알겠다. 부족한 자원에 토막난 글귀들을 그러모은 책이라 한 권으로 엮을 만한 연결이 부족하다. 사자소학처럼 배운데도 어색하지는 않다. 일면 모순되어 보이는 말들이 하나의 단어에 대한 답으로 열거되기도 한다. 논리성이나 일관성의 눈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볼 수만은 없는 책이다. 언어의 눈으로 인간의 눈으로 봐야 하는 책이라서, 현대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원문을 빼고 번역만으로 엮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른 많은 책들이 왜 그 배경들에 많은 설명을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천자문을 읽었을 때, 이게 아이책이 아니네, 싶었던 그 배경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상이 거대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는 배경을 모르고는 짧은 한 줄도 이해하기 어렵다.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글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한 각기 다른 말들이 남은 거라서, 결국은 토막난 이해 뿐이다. 

논어를 읽은 백 사람이 각기 다른 백 가지 견해를 밝힌 데도 이상할 게 없는 열린 텍스트를 누군가의 꽉 찬 해석으로 읽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거 같다. 원문에 간단한 배경 설명이 있는 좀 더 전통적인 해설서가 나한테는 더 좋았을 거 같다.

늘 시작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끝을 안다. 

不知言, 無知人也. (말을 모르면, 사람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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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짐이 많아서 이북을 기다리고 있다가, 언니한테 사달래야지, 하고 주문해 놓았다. 기다리는 중이다. 

1. 표류사회

쎄인트(saint)(https://blog.aladin.co.kr/bp/nurimaru)님이 남긴 북플 소개글을 보고 따라 들어간 책 소개를 보고 읽고 싶었다. 

대학시절 페미니즘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멀어져 지금 저녁마다 논어를 따라 쓰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어떤 지점이 언어화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철학을 전공한 여성학자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페미니즘을 만나서 한국사회의 여성인식에 대해 썼다. 

서구 페미니스트의 세상인식에 뜨악해지던 나의 어떤 날들이(https://blog.aladin.co.kr/hahayo/10530930https://blog.aladin.co.kr/hahayo/12131800https://blog.aladin.co.kr/hahayo/12575630) 정연한 말로 표현되어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2. 젠더

서양 페미니스트의 책에서 느끼는 생경함은 이분법적 학문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는 데 있다. 남자와 여자, 육체와 정신, 그게 언어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말이지, 실상은 하나하나 만나면서 정의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남자와 여자라는 말의 이분법이 확장되어,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정신이 만만찮게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는 건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보부아르는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을 스스로에게 확장하여, 그 이분법에 더하여 위계까지 받아들여서는 여성의 육체적 제약을 무시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놓고, 여느 남성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여성들을 착취했다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주는 어떤 한계를 받아들이는데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육체와 정신,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 사이에 위계라는 것은, 서양철학이 가져온 지금까지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반 일리치의 젠더 책 소개를 보고 읽고 싶었다. 나는 일체성에 대해 말하던, 에코 페미니즘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태도로, 도대체 어떻게 각각을 떼어놓겠다고 아무 말이나 한다는 건가. 생물학적 성과 문화적 성을 구분하려는 시도의 무용함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한다. 신체를 벗어놓을 수 없는데, 내가 내 육체의 제약 안에서 사고하는 게 뭐 어때서? 그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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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이라는 착각 - 우리는 왜 조던 피터슨에 열광하는가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 지음 / 데이포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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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혼자서 읍내에 나가서는 책을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게 읽었다. 회사에서 걸을 때는 전자책으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2650050 ) 를 읽고 집에서는 이 책을 읽었다. 내 자신이 책 속에서 비판받는 사람과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왜 나는 그런 말들에 경도되었던 걸까, 생각했다.

전자책으로 읽는 책에서 다음 문장을 만났다.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옳아야 한다고 느꼈다'-44%,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젊은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는 채로, 나 자신을 부풀려 생각했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영향력있는 존재이고 싶어서 능력없이 책임지려는 태도로 여기저기 발언하고 싶어했다. 당장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작은 이야기대신 큰 이야기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나라가, 제도가, 블라블라. 그리고 내 자신에 꽤나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누군가의 대변인이 되려고 했다. 엄마가 된 지금 가끔 아이들의 말을 가로채서 대변하려고 하는 것처럼, 그 때 나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던 요청하지 않던 내 눈에 부당해보이면 나서서 대신 말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부풀린 자아상을 확인하고 우쭐해하는 마음도 있었나보다. 내가 계속 그럴 수 없었던 건, 내 부풀린 자아상이 살아가면서 거짓인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삶을 보면서 배우고 알아차렸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내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생각들을 부풀리는 대신,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함께 일하면서, 내가 말했던 상황과 충돌하는 상황들에 부딪치는 와중에 조금씩 조금씩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은 다른 어떤 에세이보다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무래도 구독자가 늘지 않는 초짜 유튜버였던 자신이 어떻게 방향을 바꾸고 나아갔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준 유튜브 영상은 하나하나 큐알코드를 넣었다.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더 낫게 바꾸고, 감사할 줄 알게 된다. 남자에게 필요한 이야기와 여자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조금은 부딪치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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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21-11-10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조던 피터슨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을 하기에는 열정이 부족한 축이라서^^;; 유튜브를 열심히 본 건 아니라서 굴곡진 삶이라는 부분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