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를 버린 논어
공자 지음, 임자헌 옮김 / 루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가 없다. 

논어의 원문에 한자 음을 작게 달고, 검은 글씨로 원문의 번역을 했고, 파란 글씨로 현대인인 역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원문에는 훈이 없어서 뜻을 유추하기 어렵고, 검은 글씨의 번역은 지나치게 현대어로 해석해서 원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란 글씨는 처음에 몇 번 읽다가, 지나치게 현대인의 생각이라 못 읽겠어서 아예 읽지 않았다. 

저녁마다 따라 쓰기,를 했는데, 한자만 따라 썼다. 이렇게 따라 썼으면 한자를 알 법도 한데, 훈이 안 달려 있어서 그냥 모르는 채로 쓴 데다가, 검은 글씨 번역은 군자,라는 말을 안 쓰고 좀 더 현대어로 번역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자어랑 연결을 아예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말들이 가지는 시대성을 드러내지 않으려니, 더 뒤죽박죽이 되었다. 좀 더 전통적인 책을 살 걸 그랬다. 

저녁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한자를 그리고, 아침에 정리하면서 생각이 하나도 안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식이었다. 그냥 끝까지 쓴 데 의의를 두자, 싶다. 

그래도 끝까지 가 보니, 지금까지 논어가 왜 원문 위주가 아니었는지 알겠다. 부족한 자원에 토막난 글귀들을 그러모은 책이라 한 권으로 엮을 만한 연결이 부족하다. 사자소학처럼 배운데도 어색하지는 않다. 일면 모순되어 보이는 말들이 하나의 단어에 대한 답으로 열거되기도 한다. 논리성이나 일관성의 눈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볼 수만은 없는 책이다. 언어의 눈으로 인간의 눈으로 봐야 하는 책이라서, 현대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원문을 빼고 번역만으로 엮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른 많은 책들이 왜 그 배경들에 많은 설명을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천자문을 읽었을 때, 이게 아이책이 아니네, 싶었던 그 배경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상이 거대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는 배경을 모르고는 짧은 한 줄도 이해하기 어렵다.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글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한 각기 다른 말들이 남은 거라서, 결국은 토막난 이해 뿐이다. 

논어를 읽은 백 사람이 각기 다른 백 가지 견해를 밝힌 데도 이상할 게 없는 열린 텍스트를 누군가의 꽉 찬 해석으로 읽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거 같다. 원문에 간단한 배경 설명이 있는 좀 더 전통적인 해설서가 나한테는 더 좋았을 거 같다.

늘 시작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끝을 안다. 

不知言, 無知人也. (말을 모르면, 사람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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