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굉장히 오글거리고 어이없는 드라마를 볼 거니까, 먼저 들어가서 자라고 남편에게 말하고 봤다. 완전 클리셰 폭탄인데, 왜 재미있을까, 생각이 많다. 

로맨스의 환상이 응축되어 드러난다. 

직장에 다니는 여자주인공은 친구의 맞선자리에 대신 나가서는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과 만난다. 적당히 떼어내는 게 목표였던 맞선에서, 일은 꼬여버렸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있는데 저래도 되나 싶은 설정도 보이고, 스토킹방지법도 있는데 좋아한다고 할 때까지 고백한다는 장면도 있다. 드라마 유튜버도 요즘 남자는 저렇게 고백 안 하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하라고 조언하더라. 

시대에 뒤떨어진? 이제는 한 물 간 줄 알았던 신데렐라 설정에,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는 지뢰같은 설정도 많고, 완전 클리셰 폭탄인데 말이지. 그걸 재밌다고 보는 나는 뭐란 말인가. 

클리셰들에도 불구하고, 왜 좋았던 걸까. 카카오페이지까지 깔고, 원작웹소설과 웹툰도 보고 있다. 처음 깐 카카오페이지라서, 도대체 기다무는 누군데, 이 많은 소설과 웹툰을 쓸 수 있을까, 오해했다. (기다리면 무료,의 준 말이었다.) 인스타에 김세정과 안효섭과 설인아와 김민규를 팔로우 추가도 했다. 

그걸 다 보고 뭔가 분석적인 글을 쓰려고 했으나, 내가 무슨, 싶어서 그냥 쓴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 중에 '충분히 좋은 엄마' 본문은 '새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라진다면, 새엄마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거라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로 시작한다. 정확한 인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새엄마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그 이야기가 어떤 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클리셰도 무언가 그런 게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클리셰 안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 그건 사랑의 본질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무엇일 수도 있다. 


드라마와 웹소설을 비교하다가, 둘 다 뭐가 좋았던가 생각하다가, 여성과 남성의 전형적인 어떤 태도들에 눈이 간다. 현대인들은 수동성보다 능동성을 선호한다. 능동성을 고양시키라고 그게 강한 거라고, 그런데 나이먹고 늙어가는 중인 나는 수동성이 더 강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에 태어난 건 자체가 나의 선택이 아니고, 나의 가족이 나라가, 고향이, 시대가 나의 선택이 아닌데,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삶은 얼마나 가능할 수 있겠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의 수동성 가운데서, 일찌감치 마음을 정하고 돌진하는 남자 주인공과, 상황에 떠밀려 휩쓸리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는 거다. 나쁘지 않아, 삶의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라는 마음이 된달까. 휩쓸리는 파도 속에 사랑이 꽃피는 로맨스의 세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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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IU 2022-04-29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다무는 누군데 ㅎㅎㅎ 넘 귀여우셔요
사내맞선, 저도 넘 잼나게 읽고 봤어요. 클리셰 범벅도 캐릭터, 스토리가 좋으면 충분히 즐길수 있는거죠

별족 2022-04-29 11:34   좋아요 0 | URL
웃어주셔서 감사^^. 웹소설과는 많이 달라서 실망하는 원작 팬들도 많다던데, 드라마도 재밌게 보셨군여.
 
다른 의견 - 싸우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대화하기 위한 9가지 원칙
이언 레슬리 지음, 엄윤미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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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사무실에 사달라고 하고, 내가 빌려 읽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지사지-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라-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그러니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둬야 한다-,나 상대에게도 체면이란 게 있다,는 이야기. 서로 다른 우주를 가진 상대를 인정하고, 궁금해하면서 진실하게 대화하라는 이야기. 그래야 겨우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게 책 한권에 가득찬다. 성공한 이야기도 실패한 이야기도 그 안에 있다. 

뭐 몰라서 못하나, 싶은 이야기를 내가 스스로 확신에 차서 상대를 몰아붙이지는 않는가 생각하면서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내가 말만 많고 행동은 굼뜨는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갈등상황에서 내가 어땠는지 또 생각했다. 결국 실패한 설득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레딧에 있다는 'Change my view'라는 포럼(https://www.reddit.com/r/changemyview/)과 서양의 교육받고 산업화된 민주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들인지 썼다는 '세계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은 누구인가(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3478318&start=slayer)라는 책이 궁금해서 검색도 했다.-번역된 책은 없는 거 같다-. 

반납해야 하는 책이라서 포스트잇을 떼어내면서 옮겨 적는다. 


감정은 이성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그게 감정이 감정인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끼라고 가르치려 하는가? 우리가 이성적인 설득의 힘을 과신하는 것과 갈은 이유에서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복잡한 진짜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이다.-p169~170

 

힘의 역학관계에서 불리한 편에 서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대화를 나눌 때 관계의 상황을 읽어낸다. 심리적 통찰을 영향력으로 바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p192(넬슨 만델라가 빌욘을 만나는 장면에 보탠 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위험하다. 폴리스 솔루션스의 강사 마이크 오닐은 멤피스에서 만난 교육생들에게 현직 경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료 경찰관들이 수갑을 찬 용의자를 친구나 가족 앞에서 구타하는 경우를 보았다고. 이는 잘못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이다. 체포 현장에서 모욕을 주는 것은 '당신의 동료를 죽일 수도 있는' 행동이다. 강의실에 무거운 웅성거림이 퍼져나갔다. 용의자들은 모욕당한 것을 잊지 않는다. 몇 년 후에라도 경찰에게-어느 경찰관에게라도- 되갚아줄 기회를 찾는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패턴이다. -p199

 

그러나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안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이익을 바로 얻지 못한다. 반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쪽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은 즉각적인 이익을 준다. 소속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옳은 편에 서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온 신념을 바꾼다는 것은 그 신념을 공유해온 사람들을 잃게 되는 일이다. -p236

 

리스트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고객에게 사과를 한다면 그들이 우버를 다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버 경영진을 설득하려면 사과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제시해야 했다.-p258

이건,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서구식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떤 것이라서 남겨놓는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런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와 조직의 경영자가 위원회가 내리는 어떤 판단에 그건 아니지 않냐고 말만 해서는 아무 것도, 아무도 듣질 않아서 그런 다는 걸, 나도 알고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상을 지켜볼 관중도 없을 것이었다. 뢰드-라르센은 워싱턴 평화 회의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때문에 대화가 양극화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고국에서 지켜보는 관객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있었다.-p269-270

 

우리는 질서를 추구하는 동시에 자유를 추구한다. 우리가 양편 중 어느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갈 때 문제가 생긴다. 질서가 지나치게 강한 사회는 숨 막히고 억압적인 곳이 된다. 일관성이 없는 사회는 불안하고 생경한 곳이 된다. 정신 건강의 문제는 질서를 너무 강하게 추구(강박증)하거나 카오스를 추구(정신분열증)할 때 생긴다. - p279~280

 

의견 대립이 유혈 스포츠가 될 필요는 없지만, 피를 전혀 묻히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모든 공공의 논의가 디너파티에서의 대화처럼 매끄럽게만 흘러간다면, 고통스러운 비명과 분노의 외침은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가끔은 어떤 규칙을 어기고 있는지, 누구의 감수성을 다치게 하는지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논쟁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있다. - p340

 

정중함은 표피적인 것이나 겉치레가 아니다. 공통의 규칙을 지킨다는 것은 칼 턴불의 실험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대화가 흐르도록 열어주는 것이다. 언어학자 로빈 레이코프는 정중하게 행동하는 세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강요하지 말 것. 선택지를 줄 것. 상대방을 기분좋게 할 것. 나는 이 가이드라인의 간결함이 마음에 든다. -p350

 

핵심원칙

먼저, 유대를 만들라.

줄을 놓아주라.

체면을 세워주라

나의 이상한 점을 먼저 보라

호기심을 가지라

실수를 기회로 만들라.

대본에서 벗어나라.

제약 조건을 공유하라.

목적 없이 화내지 마라.

진심으로 행동하라.

 

* 좋다면서도 별을 하나 깎은 건, 서양인 저자의 최초의 최고의,라는 식의 어떤 말들이 서구식이라서. 재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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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https://blog.aladin.co.kr/hahayo/749219

읽고 서평을 썼지만 쓰지 못한 말이 있다. 

책은 토목회사가 자신의 일을 홍보하기 위해, 일본답게 만화 속의 지하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진행방식을 보여준다. 뭔가 매뉴얼 스러운 책 속 묘사 가운데, 내가 좀 놀란 대목은 이런 거다. 

'하루가 멀다하고 괴수가 출몰하여 시가지를 파괴하는' 이야기 속 묘사가 토목건설업계의 블루 오션?이라고 했던가. 딱 한 줄이었을 텐데도 놀랐다. 다른 관점이란 이런 것인가. 괴수가 출몰하여 시가지를 파괴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사람들이 대피할 텐데, 내가 건설업자면 무슨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떠올리면서 은밀한 기쁨을 느낄 수도 있는 건가. 

산업이 되고, 그 업에 종사한다는 건, 좀 모호한 포지션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환경영향평가,관련 교육에서도 약간 그런 인상을 받는데,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해 일종의 장애물로 기능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하게되는 사람들이, 정작 그런 사업이 없다면 유지될 수가 없는 거다. 산업이 되는 것은 무언가를 왜곡시키게 되네,라는 인상을 받았다. 


2. 파친코1,2 

https://blog.aladin.co.kr/hahayo/13512685

재일 조선인은 직업적 선택에서 배척당한다. 

그래서, 파친코를 하게 된다. 혹은 야쿠자가 된다. 혹은 야쿠자라서 파친코를 한다는 오해를 산다. 혹은 파친코라서 야쿠자일 거라는 오해를 산다. 

재일 조선인의 삶을 벗어나고 싶어하던 노아는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드러내어 과시하려던 대학의 여자친구에게, 드러내어 차별하는 사람에게 받는 듯한 멸시를 받았다고 느낀다. 방식만 다를 뿐 같은 차별에 괴로워한다. 재일 조선인임을 숨기고도 결코 하지 않으려던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삶을 받아들이기보다 달아난다. 

산업이 되었고, 그 자체에 이제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는 다른 단계가 되어 버린다.  

군부정권 하 운동권은 취업시장에서 배척당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많이들 사교육업계에 발을 들였다고도 들었다. 

그래서, 사교육업계가 팽창하고 지옥도가 펼쳐지는 데도, 이미 산업이 되어버려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산업이 되는 것, 그 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 업 자체의 가치를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로 제제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아닌가,도 싶다.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실현되지 않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가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 일의 본질적인 의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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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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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애플 드라마가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기도 하고, 유튜브에 작가가 강연하는 짤들도 많았어서 읽고 싶었다. 노조사무실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묘사가 우리나라가 아닌 거 같아서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토지'가 읽고 싶었다. SNS시대의 대하소설이라고 썼던 태고의 시간들(https://blog.aladin.co.kr/hahayo/11344352) 생각도 났다. 이야기가 태고의 시간들보다는 땅으로 당겨졌고, 좀 더 이야기의 출처는 한 사람이라는 줄기를 잃지 않지만, 역시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반 영어를 쓰는 사람이 쓴 한국의 묘사는 단조롭고 이상했다. 석탄을 가져다 주는 아저씨를 '준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정말 이게 한국이라고?싶었다. 그렇게 뭔가 흠결을 찾겠다고 보는 게 아니니까, 계속 읽었지만, 역시 조금씩 묘사가 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을 묘사하는 게 너무 많아도 그렇지만, 너무 없어도 이야기에 몰입은 안 되니까.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라는 심사로 이야기를 따라갔다. 80년 가까이 되는 이야기를 두 권에 풀어낸다는 건, 토지를 읽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공백들이 있을 것인가.

충격적으로 떠나버리는 큰 아들의 결벽적인 태도나, 전시에 보여주는 고한수의 전능함은 기독교 때문일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호감을 가졌던 책 속의 묘사는 처음 김치장사를 하는 선자에 대한 것이었는데, 전시에 보여주는 고한수의 전능함은 선자의 강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동체에서 배척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직업적 선택이 얼마나 적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 

미국인들이 이야기의 어떤 면에 열광하는 건지 역시 알기 어려웠다. 자신들이 보기에 똑같은 존재들이 이렇게까지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 때문일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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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3 딸아이가 까다로운 질문들을 한다. 

거절과 거부가 뭐가 달라?라고 물었다. 

둘은 분명히 다른데, 설명하기 어렵네. 

출근길 차 안에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거부는 밀어내는 느낌이고, 거절은 딱 잘라내는 느낌인데. 이건, 뭐랄까, 거부는 나한테 의사를 물어본 게 아니야. 

나 너 좋아해 하는데, 난 싫어, 라고 하는 건 거부.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하고 묻는데, 싫어,라고 대답하는 건 거절이야. 여기서 차이는 대답에 있지 않다. 똑같은 싫어,지만, 질문인가 아닌가에 있다. 

여전히 차이를 아는 거 같지는 않아서, 그리고 내가 또 맞게 대답한지 모르겠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검색해서 이런 답을 봤는데(https://blog.naver.com/netbar/221761057871) 여기서는 둘 다 상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만, 끊을 절이 들어간 거절이 강한 거부라고 표현하더라. 거부는 자신의 상황을 들어 온건하게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refuse, 거절은 자신의 판단을 표현하는 reject라면서 거절보다 거부가 온건한 태도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그런가, 의심이 드는 채로 집에 와서 속뜻사전을 찾아보았다. 

거부와 거절의 거는 같은 한자(막을 거 拒)를 쓰고, 아닐 부(否)와 끊을 절(絶)을 쓴다. 

거부에는 동의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한다. 다음 국어사전은 거부와 거절의 뜻이 같다.

거부 1. 동의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2. 남의 요청이나 제안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거절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


아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한 번쯤 물어볼 걸 그랬다. 

식탁 위에 신영복선생님의 글씨달력에 있는 4월의 글귀 때문이었다. 

독버섯이 식탁의 논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는 게 자유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거부와 거절을 물어본 거다. 

나는 역시 거부와 거절은,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강도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내 의사를 물었는가, 묻지 않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의사를 물었다면 거절할 어떤 사안을 내 의사를 묻지 않고 상대가 단정하였다면, 나는 거부해야 하는 거라는 거지. 

예를 들어, 나는 성역할을 거부할 수 있지 거절할 수는 없다. 


뉘앙스로 구분하는 그 많은 말들에 설명을 하려고 애쓰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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