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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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이 쓴 환상문학. 이다. 테드 창,일 때는 그 신선함에 놀랐는데, 켄 리우에 대해서는 조금 물러나게 되는 게 있다. 단편모음집인데, 첫 소설은 아, 사람들이 왜 좋다는지 알겠어, 하다가 계속 여러 개를 읽게 되니까, 동양에 대한 서양의 감정은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와 언어에 관심이 많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이야기가 주목을 받는데는, 동양으로 관심이 옮아간 탐욕스러운 서구 문학계의 태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테드 창보다, 더 많이 중국적인 이야기들이라서 그런 것도 같다. 731부대나, 종군위안부, 대만에서의 228학살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한자에 대한 이야기도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아, 내가 이런 인상을 받은 데는 '모노노아와레'가 일본인이라는 존재를 묘사한 방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 것도 같다. 동아시아를 다루지만, 일본과 중국과 대만이 등장하고, '모노노아와레'의 일본인은 무언가 서구인의 환상으로 빚은 존재 같다. 


첫번째 이야기인 종이동물원,은 매매혼으로 미국에 이주한 엄마와 결국 떨어져 나온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언어와 문화가 단절되는 애닯은 이야기로 읽힌다. 

그저 어린아이의 환상이나 잘못된 기억이라고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고양되었었는데, '즐거운 사냥을 하길' 속의 여우요괴와 요괴퇴마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중국공산당의 포로가 된 자국의 군인이 세뇌를 당했다고 생각했다는 전쟁시기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다. 동양인을 도롱뇽 정도로 생각하는 서구인이 지금 다시 동양인을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하게 되더라. 


천생연분,이나 레귤러는 중국적이라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신선하다, 에서는 물러나게 되는 거다. 레귤러는 상처받은 형사가 나오는 범죄물에 몸을 기계로 대체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넣는 방식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파나 모노노아와레는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나는 인류에 대한 이야기인데, 파의 이야기는 일본만화가가 그린 2001 Space fantasia(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3262)의 충격을 넘어서지 못한다. 

 

파자점술사,나 태평양횡단터널 약사, 송사와 원숭이 왕,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은 작가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알겠지만 이야기가 잘 얽혔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파자점술사가 배경으로 삼은 대만의 본성인과 외성인(이 번역을 굳이 그렇게 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번성런과 와이성런이라고 번역하고 괄호 안에 한자를 넣었더라)의 대립을 미국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야기는 그런대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마지막 거인(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2026),을 떠올렸는데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 좀 더 용서가 되는 이야기였다. 태평양횡단터널 약사,는 일본이 패망하지 않은 대체역사,라서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송사와 원숭이 왕은 배경으로 하는 역사를 확인하려고 검색했더니 이야기 속의 책이 위서일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https://blog.daum.net/shanghaicrab/16157384).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내가 역사의 해석이라는 것이, 가서 본다고 정확하겠어?라고 회의하는 사람이라서 미국인의 어떤 태도라는 것이 싫었다. 딱 그런 설정의 SF(아이작 아시모프의 '죽은 과거'(https://namu.wiki/w/%EC%A3%BD%EC%9D%80%20%EA%B3%BC%EA%B1%B0, https://arca.live/b/physics/7958164?p=1)를 세계 SF걸작선(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9075)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훨씬 좋았다. 

 

언어에 대한 관심 때문에 여전히 파자점술사,의 몇 대목을 옮겨놓고 싶었다. 

 

"마법이 깃든 말은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 그 아이들과 자네가 다 같이 '국'을 마법의 말로 여겼을 때, 그 말에는 일종의 힘이 깃들어. 허나 그 힘은 무지에 기반한 헛된 마법이었네. 마법과 힘이 깃든 말으 그것 말고도 많지만, 그런 말을 쓰려면 먼저 사색과 사유가 필요해" -p164, 파자점술사

 

내가 다른 종류의 마법을 깨닫기 시작한 게 바로 그 무렵이었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 '일본은 위대하고 중국은 약해 빠졌다, 일본은 동아시아 전체가 번영하기를 바라므로 중국은 일본의 뜻을 받아들여 항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이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본'이 무언가 원하는 게 가능할까? '일본'이나 '중국'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저 낱말일 뿐, 지어낸 것일세. 일본 사람 한 개인이 위대할 수는 있겠지. 중국 사람 한 개인이 뭔가 바랄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이 무언가 바라고, 믿고, 받아들인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나라 이름 같은 건 다 공허한 낱말일세. 신화일 뿐이야. 그런데 그 신화에는 강력한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희생을 강요하지. 사람을 양처럼 살육하라고 강요하는 거야. -p171, 파자점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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