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2019를 보고 있다. 아주 열심으로 보고 있는데, 매번 중간에 그린피스의 북극곰 광고가 들어간다.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송유관에 새어나온 기름을 뒤집어쓴 바닷새가 있고, '거대 석유회사들은 당신이 북극곰에게 무관심하기를 기대한다'는 잔잔한 나래이션이 깔린다. 

왜 기분이 이렇게 나쁜지 설명하고 싶다. 

산업쓰레기가 훨씬 많으니 그걸 통제하는 편이 자연을 보호하는 처사라는 말에 언제나 고개를 끄덕였었지만, 스터프를 읽으면서(https://blog.aladin.co.kr/hahayo/7043654 ) 결국은 '나'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자신을 그대로 두고 돈을 던져서 죄책감을 덜어내는 일들에 회의적이 된다. '거대 석유회사들은'으로 시작하는 그 나래이션은 '나'의 책임없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월 만원,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삶 전체에서 내내 싼 전기, 싼 물건, 새 집, 새 옷, 예쁘고 멋진 자기 자신을 원하면서 월 만원으로 죄책감을 덜어내는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아니야, 월 만원을 그린피스를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아, 라고 말한다면 내 자신이 그런 식으로 균형잡으려고 한다는 걸 자각하는 때가 꽤 많아서 나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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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rtorialist (Paperback) The Sartorialist 시리즈 1
Schuman, Scott 지음 / Penguin Group USA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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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언제라도, 옷 구경을 하게 된다. 버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어려운 규칙 가운데 살 수는 없어도 때가 되면 구경하고 구경하면서 하릴없이 생각한다. 

아, 비싼 옷이란 뭘까. 옷이란 뭘까. 아무리 좋은 옷도 내가 사가지고 마구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다리지도 않고 입으면 저기 사진처럼 예쁘지는 않겠지. 사이즈가 사이즈가 아 저 모델처럼 말라깽이가 아닌데 사진처럼은 안 되겠지. 아, 입고 어디 가지도 않고, 나는 새 옷 사면 어색해서 바로 입지도 못 해. 그러면서 왜 때 되면 맨날 구경하는 걸까. 도대체, 옷이란 뭘까. 

옷 구경을 자꾸 자꾸 자꾸 하고 싶어서 오래 전에 샀던 이 책을 다시 꺼냈다. '숨고 싶어서 입었는데, 바로 그 태도 때문에 눈에 띄었다' 며 찍은 스톡홀롬의 여학생 사진에 붙은 글도 다시 읽고 싶었다. 사진을 보고, 옷을 보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떻게 입는지가 얼마나 그 사람을 드러내고 있는지, 글만큼 옷도 사람을 드러낸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들이 드러난다. 

주로 사진이고, 아주 가끔 글들인데, 글들도 좋다. 패션사진가이기 때문에, 많이 알기 때문에 자신은 가질 수 없는 어떤 태도에 가지는 선망도 드러난다. 옷을 입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드러나는 것도 결국 나고, 옷은 옷은 옷은 어렵다. 

이번에는 내 맘에 드는 사진에 포스트잇을 사다가 붙이고도 있다. 한 번 더 눈이 가는 사진에 붙여야 할 지, 내가 입고 싶은 옷에 붙여야 할 지 갈등하면서,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뭔지 생각한다. 재미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스타일이란 눈에 띄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멋진 스타일을 갖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말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젊은 여성의 경우는 그녀의 모순적인 태도, 즉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의식적으로 남들과 구별되게 옷을 입는다는 사실이 자기만의 멋지고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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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 나이젤 라타의 나이젤 라타의 가치양육 시리즈
나이젤 라타 지음, 이주혜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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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샀다. 첫 딸이 어렸을 때, 남편이 읽어보려나, 싶어서 샀는데, 남편은 안 읽고, 나는 아빠가 아니라서 안 읽고 내내 묵히다가, 읽고 노조사무실에라도 둘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좋은 책이다. 다르기 때문에 딸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공통점에 대해 말하고 아빠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어쩌면 부모의 역할에 대한 책이다. 

부모가 되고 육아서적을 보기 시작했다. 양육자로서의 부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류의 책을 보다가, 남편이 안 보는데 무슨 소용이야, 싶은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다 다르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문제삼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서로 다른 역할을 아이에게 하고 있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책은 아들만 둘인 상담가 아빠가, 딸들을 키우느라고 고민많은 아빠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부모로서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딸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말들이다. 챕터마다 별표까지 붙인 잊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고, 군데 군데 상담사례가 나온다. 남녀차이에 대한 사이비과학은 개소리라고, 평균적인 남녀차이보다 개인차가 크다고 당신의 딸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아빠로서 딸을 대하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하는 책이다. 딸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맹한 태도를 알려주고 싶다면 같이 세상을 논하라고, 세상 좋은 것들을 없애기 위해 가득 찬 공해같은 말들을 분별하며 함께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더하여,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게 책임져야 할 일임을 또 역시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십대의 딸들이 피해자일 상황 뿐 아니라, 가해자일 상황에 대해서도 묘사한다. 군데군데 상담사례는 좋다. 


구구절절 공감할 수 있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말이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찰떡같은 비유라서 옮겨놓는다. 


아이의 문제가 항상 부모의 문제라는 건 진실이겠지만, 결국 방어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하는 상담자의 말은 자명하고 따듯해서 또 옮겨놓았다. 


아이를 통제하려고 하면 언제나 실패한다. 삶을 통해 부모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만 있다. 

"하지만 문제를 만날 때마다 회피하고 도망치라는 어긋난 교훈을 주는 셈이 된다면요?"
한나의 엄마가 물었다.
"아마 그럴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아이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해주는 셈이 되잖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때로는 도망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한나에게 최선의 길이 뭔지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아들들은 그때 아이스크림을 정말로 맛있게 먹었고, 이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쉽게 포기하는 아이로 자라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때와 경우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 같더군요." - P162

부모는 절대로 친구가 될 수도 없다. 자식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부모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얼간이나 다름없다. 인기 좋은 아이는 얼간이와 친구가 된 척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갈 뿐, 등 뒤에서는 놀림이나 일삼을 것이다.

자식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옳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친밀감‘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과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그러한 노력이 가치 있는 일일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딸은 오직 제 친구들과 친구가 될 뿐, 당신과는 이상한 관계를 맺고 말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당신은 딸의 친구가 아니다. 당신은 딸의 아빠다 - P243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원인의 일부분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버님은 칼리의 아빠지 않습니까? 아빠가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불가능하지요."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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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순례 -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인간 붓다의 위대한 발자취
자현 스님 지음,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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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의 '최고의 붓다 이야기책'이라는 서평(https://blog.aladin.co.kr/zerolife/11365201)을 보고 골랐다. 불교에 대한 책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의상대사-원효대사!!!- 해골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전설의 고향의 스님들과 어렸을 때 아빠가 독송하던 금강경이 옛날 노래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고, 소풍으로 갔던 절집과 이런저런 여행지의 방문들이 있었다. 궁금해서 읽은 책도 있고, 사놓고 읽지 못하는 책도 있다. 내 생각의 바탕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던 거 같다. 호감과 호기심 가운데, 상상하는 불교가 내게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은 불교를 부처님의 생애 중심으로 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그 당시 인도에 대한 이야기로 지금의 인도 그 장소의 사진들과 함께 들려준다. 이야기만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풍토나 기후에 대한 설명도 있고, 남아있는 흔적들의 사진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도가 동아시아보다 능력주의나 개인주의 문화였다는 이야기에 놀라고, 인도의 명상적 풍토가 여름의 더운 한낮 때문이라는 설명도 듣는다. 수행자에서 스승이 되어 처음 제자를 받아들이는 사슴농장-아, 그렇다, 사바하 생각이 많이 났다-이나, 기원정사로 알려진 기수급고독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제다이가 제타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재미있다. 지금의 아이돌을 묘사하듯이 부처님을 묘사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해지면서 달라지는 모습들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듣는다. 부처님의 제일 훌륭한 제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다른 해석이나, 자등명 법등명-나는 이걸 '진리의 꽃다발 법구경'(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5720)에서 부처님의 유언으로 알고 있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등불로 삼으라는 말로, 그런데, 스님은 이게 유언은 아니었다고 말하신다.(부처님의 유언은 '방일하지 마라'였다고 한다. 방일, 잘 안 쓰는 말이라서 찾아 봤는데,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놂'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인도의 피난처에 대한 묘사를 하신다. 우기에 살던 땅이 잠길 때 대피처가 있듯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대피처로 삼으라,는 말이었다고-에 대한 말도 그 변화하는 은유에 대해 생각한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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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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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2-04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날씨가 추워서 몰랐는데 오늘이 입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