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점심마다 같이 걷는 동료가 뮤지컬을 보러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시카고의 이야기가 부도덕하다고 깊게 실망한 나는(https://blog.aladin.co.kr/hahayo/10466911) 쭈뼛쭈뼛 거절했다. 그러고는 남편이 이미 사 놓은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심리스릴러,라는 이 이야기 안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좋아하는 걸까. 

책을 다 읽고, 이것은 젊은 여성의 환상이 응축된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화자 나,는 스스로 경멸해 마지 않는 부인의 말벗 노릇을 하다가 대 저택의 안주인이 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는 대저택의 안주인 노릇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에서 환상이 깨어진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환상이 끼어든다. 순진하고 사랑밖에 모르는 젊은 여성이 가지는 신분상승의 환상, 말고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신만만하고 유능해서 사랑을 이용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에 대한 환상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 여성, 그래서 남성을 조종하고 파괴적인 선택마저도 하게 만드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환상. 

첫사랑과는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라면서 서양의 어머니가 딸에게 밀어놓는 책이라는데, 나라면 아이에게 권하지 않을 책이다. 

어떤 환상도 말하기는 좋지만, 좋은 삶은 아니다. '나'라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고용인을 경멸하는 이유는 자아가 비대한 젊은 여성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고, 스스로의 젊음을 자만하기 때문이다. 다를 바 없는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서 단지 사랑인 양 말하지만, 화자인 이상 그게 정말 사랑인지 의심한다. '레베카'라는 유능하고 아름답다는 또 다른 환상 속의 여성은 늙음이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교훈을 찾다니 너무 고리타분한가, 싶지만 이런 이야기가 고양하는 것은 자신만만한 젊은 여성이 남성쯤은 손 안의 인형처럼 조종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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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9-14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레베카를 추리소설로 보기는 뭐하지만 일부에선 고전추리소설의 명작으로 치는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