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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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기를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만드는 일의 대부분은 공기업에서 하는 일이라서, 전기를 만들지만 더 많이 쓰라고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만들고 파는 일이 분리되기 전에는 오히려 아껴쓰라고 말해야 했었다. 물론, 태양열 온수기의 폭발적인 보급을 막기 위해 '심야전기'라는 걸 판촉했었다는 음모론도 듣기는 한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 대내적으로 '전기절약'을 말해야 했다. 

그래서, 전기를 아껴쓰라,는 말에 언제나 닥치는 '주거용 전기는 충분히 비싸, 전기절약을 말하은 것은 음흉해'라는 반박에 움츠러 들었다. 충분히 비싼데도 충분히 아끼지 않잖아요, 라는 반박은 우습고,  산업용 전기가 싸다는 건 나도 알고 있고 산업용 전기를 올린다는 건 쓰고 있는 많은 물건들의 값이 오를 거라는 거고, 그래서, 그것까지 수용하게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되는 거다. 설명의 고리는 여기서 빠지고 휘청휘청 거리다가 그래, 어쩌겠어, 남들까지 뭐라지는 못하고 나나 아껴야지, 가 되는 식이었다.

물건 이야기에 쓰레기 그림이 나온다. 개인이 버리는 쓰레기, 나란히 산업쓰레기, 건축폐기물 쓰레기, 개인이 버린 쓰레기는 산이라고 부르기엔 작지만, 다른 쓰레기들은 산이라고 부를 만큼 높고 크다. 그걸 보고, 나는 그래, 쓰레기문제도 마찬가지야. 개인만 규제해서 뭐하겠어, 산업쓰레기가 이렇게 산인데, 하려다가 내내 읽은 앞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결국 개인이 사용하는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나온 쓰레기가 산업쓰레기다. 내내 이야기하던 것은 내가 쓰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 산들이 생겨났다는 거였다. 그 많은 쓰레기 산을 만들며 내게 온 그 물건이 쓸모없는 거였다면, 결국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면, '내가' 버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내 잘못'인 게 맞다, 가 되었다. 전기처럼 버려지는 데 자각조차 없는 물건도 만드는 과정에서 쓰레기들이 생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언제나 '줄이고''다시 쓰고''재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1순위는 언제나 '줄이는 것', 삶을 줄이는 것. 삶에 필요한 걸 '줄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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