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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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변호사가 되었을 때, 아빠는 화투장을 떼면서, '이제, 사기꾼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은 일생에 안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도, 법을 다루는 일을 아마도 아빠처럼 생각하는 것도 같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인데, 다 읽고 생기는 감상은 '법은 참 바보같구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까지 가게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음이 임박한 자산가의 가족들이 곧 발생가능한 상속재산을 두고 다투는 이야기이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상황들이다. 세 자매를 둔 늙은 자산가는 당뇨 합병증으로 죽음이 목전에 닥쳤는데, 막내딸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막내사위는 그 사고가 의심스럽다면서, 처형들이 범인인 거 같으니, 상속이 그 쪽으로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탐정을 고용한다. 상속자격이 있는 사람은 다섯-늙은 자산가의 젊은 아내(큰 딸보다 한 살 더 많다는), 큰딸, 둘째딸, 죽은 셋째 딸 대신 상속하게 되는 사위와 5개월?된 딸-이다. 탐정이 해결한 방식은 단순한데, 상속자격이 있는 사람이 다른 상속자를 살해할 때 자격이 박탈된다,는 법논리를 사용한다. 늙은 자산가의 젊은 아내가 바람나서 생긴 태아를 두 딸들이 낙태하도록 도운 것이다. 사위는 호기롭게 낙태죄로 고발해서, 세 사람의 상속자격을 상실하게 한다. 나는, 그 사위가 가족을 바꿔 끼우면서 이루려던 꿈이 아니라, 저 상황에 더 집중해서는, 그렇더라도 박탈되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 재판까지 가지 않을까, 그 때 이미 늙은 자산가가 생식능력이 없음을 확인한다면, 그 태아에게 상속능력이 없음이 입증되는 게 아닐까, 쓰면서도 정말 이런 판례가 있을까, 궁금하다. 계속, 입양도 있고, 다른 방식-그러니까, 난자기증,이나 정자기증-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혼인관계의 자녀에게 생기는 상속능력은 그냥 '자동'일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쓰면서는 재판까지 가서 질 수도 있겠다. 싶다.  

정말 재판이 있었을까? 이겼을까? 졌을까?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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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9-10-26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news.v.daum.net/v/20191023060031434 재밌는 기사가 보여서 여기 걸어둠.
https://news.v.daum.net/v/20191026050101529
친절하고 따뜻한 입법취지며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면서도 십년을 키운 아버지다. 부부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참으로 아픈 가정사다. 댓글들이 다 판결에 대해 부정적이라 슬프다.
 
플라스틱 여인 - 2007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김비 지음 / 동아일보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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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eminismwithoutborders2018.wordpress.com/2018/06/29/10-%EC%82%AC%EB%9E%91%EB%A7%8C%EC%9D%B4-%EC%9D%B4%EA%B8%B4%EB%8B%A4/

이 글이 좋았다. 이 글이 좋아서, 소설가라길래 소설을 찾아 읽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28/0200000000AKR20180828005900009.HTML 이 기사도 보았다. 양육가설과 심층마음의 연구를 함께 읽고 있을 때라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되었다. 


나는 무얼까, 내 몸이란 한계를 가진 나를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정의하기 전에 변해버리는 나의 몸과 나는 잘 조응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르고, 나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있고, 내 마음은 내 몸으로 한계지우기에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의 연이 상처받으면서도 사람들을 돌보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마지막에 그러고도 결국 떠나는 것에 의아해한다. 어쩌면, 연보다는 그 소동 가운데 결국 단순한 필요로 연을 받아들이는 반응이 나는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장 공감한 연이의 모습은 남자의 옷도 여자의 옷도 버리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옷도 여자의 옷도 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연이는 다른 모든 모르겠는 연이보다는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소설보다 에세이 같은 걸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홉살 소년의 커밍아웃을 마주한다면, 나는 기다려도 된다고, 지금은 확고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서 무리 가운데 숨어서, 크게 말하지 않고도 네 존재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기다려도 된다고. 살아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가운데. 그렇게 살아남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몸이 나를 한계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그 어떤 정의도 나를 한계지우지는 못하니까, 너무 일찍 자기 자신을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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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트를 달리는 남자-세기의 사기꾼]다른가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1-03-06 06:41 
    각자의 화면을 따로 보다가도 차트를 달리는 남자를 티비에서 찾으면 5학년 아들 놈이 본다면서 폰을 내려놓는다. 오빠를 따라서인지 2학년 딸도 같이 본다. 그렇게 같이 보는 게 좋아서, 폰을 내려놓는 게 좋아서 나도 같이 본다. 그렇게 차트를 달리는 남자,에서 세기의 사기꾼 편을 보았다. 그 차트에서 흑인인 체 한 유대계 백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여성은, 스스로를 흑인으로 꾸며서는 흑인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고 흑인민권운동 관련 연구를 하고, 관련
 
 
 
내 ID는 강남미인 1~2 세트 - 전2권
기맹기 지음 / 온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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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가 자꾸 드라마를 보고 싶어했다. 

나는, 설정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 보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미녀는 괴로워'(http://blog.aladin.co.kr/hahayo/247707)에서 느꼈던, 예쁘고도 착한 여자에 대해 주어지는 어떤 태도가, 이야기들의 흐름과는 달리 결국 강화하게 되는 어떤 것들이 괴로웠거든. 예쁜 적이 없어서 성품은 위축되고, 기술을 이용해서 지금은 예뻐진 성형미인에 대한 이야기는 싫었다.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딸과 1화 정도 같이 보고, '왜 드라마에서 결국 전에 얼굴을 안 보여주겠어? 모두에게 '성형해야 하는 얼굴'이란 없기 때문이야. 누구는 안 예쁘다는 얼굴이 누구 눈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말이지. 그런 절대적 얼굴은 없는데, 그런 절대적 얼굴을 구현하지 못하니까 안 보여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딸은 웹툰에는 이전 얼굴이 있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방영을 하면서 재연재하는 웹툰을 보기 시작한 거다. 

작가의 연재동기처럼, 이건 성형을 옹호하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성형까지 할 정도로 타인의 시선을 자신의 시선으로 동일시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사람이, 자기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자라는 이야기이다. 처음 들어가는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를 만들고 익숙해지는 이야기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작은 위계 가운데서 일어나는 폭력, 처음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질투,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갇혀버린 시선의 감옥,들이 묘사된다.   


나는, 이야기의 불균형 가운데, 성형 전의 강미래가 신기했다. 스스로 못생겼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성형하기 전에 아홉번의 고백을 모두 차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 남자처럼 생겼다고 화장실에 갇힌다. 단 한 번의 고백조차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기억하는 나는, 그저 세대차이인지 그 용맹함에 놀란다. 단 한 번의 거절조차 얼마나 사람을 뒤로 밀어내는지 기억하는 나는, 그 아홉이란 숫자에 또 놀란다. 못생겼다는 건 타인의 표정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각할 수 있는 건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웹툰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이러저러한 단점들을 끌어모은 듯한 성형 전 얼굴도, 좀 더 자주 본다면 괜찮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고통을 극대화시키고, 성형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설정이 나에게는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강미래, 성형 전 얼굴로 주인공했으면 엄청 멋있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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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승의 선지자
김보영 지음 / 아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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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품집에는 기성작가의 초청작이 붙어있었다. 그 때 읽은 그 소설('고요한 시대', 근 미래 언어 대신 마음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비로 새로이 소통하는 시대의 이야기다)의 설정이나 전개가 꽤나 멋져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다 이 책을 샀다. 

읽다가, 내가 예전에 이슬람 소개서 같은 걸 읽고 했던 상상(http://blog.aladin.co.kr/hahayo/8372861)이 떠올랐다. 작가는 저 이승의 불사불멸의 존재들에게, 중국 신화 속의 복희씨나 죽은 자가 건넌다는 도솔천 같은 종교적 이름을 주었다. 그리고, 이 생의 삶이 거대한 하나면서 잘게 쪼개지는 여럿인 저 불사불멸의 존재들이 만들어놓은 가상의 공간의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학교라고 설정했다. 종교 중에서도 동양의 종교 속의 묘사였고, 이 생의 삶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돌출한 선지자는 서양의 종교 같았다. 여러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런 대립이나 묘사가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그 결말에 과연 내가 동의하는가,는 모르겠다. 

'심층마음의 연구'를 읽고 있는 나는, 묘사되는 결말에 의문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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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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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가설'을 읽고 있다. '그건 부모 탓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빨리 끝내려고 책을 집었다. 여섯개의 이야기가 있는 단편집인데, 대상작인 '관내분실'과 마지막 실린 '독립의 오단계'가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이 많다.


관내분실,은 미래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설정에 놀라기는 했다. 뇌내 기억을 업로드해서 저장한 도서관같은 묘지에 대한 상상,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설정을 걷어내면 이야기는 어떠한가. 젊은 여성이 임신을 하고, '자아'를 잃는다. 산후 우울과 겹쳐 자식과 불화하고 불화하던 딸은 임신을 하고서야 죽은 엄마를 찾는다. 업로드된 엄마의 기억을 찾지 못하자 엄마에게 '엄마'의 것으로 정렬하려고 한다. 죽은 엄마의 기억을 찾을 수 있던 '엄마의 자아'가 결부된 물건은 엄마가 엄마가 되기 전 디자인한 책,이다. 죽은 엄마의 기억과 마주한 딸이 엄마를 이해한다,고 말하고 맺는 이야기다. 

독립의 오단계,는 한 줌 남은 뇌조각에도 안드로이드를 결합하여 살아가는 미래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과 같은 형상을 한 안드로이드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억압하는 엄마를 '마녀'라고 부르는 아들의 독립투쟁을 얼개로 갖는다. 


그러니까, 엄마인 나는, 실려있는 여섯개의 이야기 중에 두 개의 이야기에서, 엄마에 대한 묘사를 보고 불편해한다. 엄마는 엄마가 되면서 자아를 잃게 되고, 여성은 임신하면서 그걸 감당해야 하고, 그제서야 겨우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또 자식은 엄마에게 독립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하는 이야기를 보는 거다. 상상속의 엄마들, 상상 속의 부모자식관계, 나쁜 면을 극대화한 이야기 속의 상황. 뇌가 남았다고 내가 남았다고 볼 수 있나, 생각하는-예전에 요재지이에서 못생긴 부인의 머리를 미인의 머리로 바꾸는 이야기가 그러니까, 정체성이나 자아가 뇌에 있다는 서양과 가슴에 있다는 동양의 차이- 동양인인 나는,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까지 생각하는 나는, '마녀'라고 불릴 만큼 자식에 집착하는 어린 마음,이나 '자아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그러니까 '자아'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어린 마음 들이 상상해놓은 세계를 부정하며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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