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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다
프랑스와즈 지루 지음, 신선영 옮김 / 열림원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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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의 여자 일러스트가 있는-아이를 업었던가, 아이 손을 잡았던가- 씨네의 서평을 보고 집어들었다. 오래 걸려 읽거나, 딱히 재미없거나, 무엇이 그리 맘에 안 들어 별 세개인가, 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각하면, 나의 기대라는 것이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바란 측면이 있으니 부당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감상은 별 세 개.

시나리오 작가, 언론인, 여성부장관까지 성공한 여성의 이력을 가진 이 할머니가 자신에 대하여 쓰는 자서전은 하나의 단면으로 무척 드라마틱할 수 있어도, 전체를 보면, 어디가 클라이막스인지 구별할 수 없는 '인생'이니까. 그만큼의 한계가 있는 거다. 젊은 어떤 날이 있었고, 무척 후회되는 어떤 일이 또 있었고, 그래도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삶을 정리하고 있는 딱 그만큼의 모습이 있다.

그리 큰 기대없이 읽는다면, 삶의 모델로 삼아도 좋을 용감하고 씩씩한 여성을 만나 좋은 기분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친 드라마대신 솔직한 할머니의 살아온 얘기를 듣는다고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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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시선 211
이면우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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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시집을 읽어도 마음이 싸하지 않아서, 아, 나의 감수성이란 더이상 시에 감동하지 않는구나, 싶어서, 아, 나는 시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싶어서, 아름다운 언어들이 구불대는 추상성을 소화하지 못해서, 더 이상 시를 읽지 않았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다른 사람이 잘 골라준 시집을 읽었다가는 다시 역시 조심해야해, 하며 미뤄 두었다. 참 오랜만이다. 시가 참 좋구나, 라고 깨달은 것은. 그림이 그려져서, 그 마음이 전해져서 참 신기한 기분이 되었다. 거미가 집을 짓는 숲길이라던가, 잠자리가 알을 낳는 아스팔트 작은 웅덩이라던가, 어느 옥상에 수북한 담배꽁초까지, 선명하고 뚜렷한 그 감상들이 내게 전해져서, 그걸 전하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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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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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감성으로 들어오는 종류의 책이 아니다. 이건 이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류의 막연한 마음이 아니라, 이성으로 고민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사회에 가족은 어떠할까, 부족한 이상사회는 풍요한 계급사회를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격리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회를 선택할까,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내게 했던 질문들, 내가 품었던 의문들이 르귄에 의해서 다른 형태로 구현되어 있었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너무 먼곳으로 밀어놓았던 것이었는데, 참으로 꼼꼼하게 재현했구나, 실제로는 무서워서 보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참으로 세심하게 묘사했구나, 하는 류의 경탄이다.

소설 속의 비유가 너무 뚜렷해서- 이오니안이 아나키스트를 연상시킨다던가, 에이오와 츄국의 대립이란 것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을 인상시킨다던가, 류의- 이건 판타지에 하는 경탄도 아니고, 신기한 뉴스에 보내는 경탄도 아니고, 놀랍기는 하지만 감동받게 되지는 않았다.

대개의 문학작품에서 나는 그 감수성에 경탄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작가의 이성에 인류학적 관찰력에 존경심을 품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이상하고, 그렇다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도 모순이고, 읽어볼 만하고 놀랍다,고만 덧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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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살아나온 4.3 수형자들
제주4.3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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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가 없다. 페이지를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건 증언집이고, 여기 증언하고 있는 열 명은 아주 작은 수이다. 죽어서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는 사람, 아직도 두려워하면서 목소리를 낮추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딱 열 명이다. 지금은 늙은 얼굴이지만, 젊고 어렸던 어떤 날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한 이야기, 뭍의 형무소에서 살던 이야기, 전쟁과 다시 귀향의 이야기, 귀향과 감시당하는 일상의 이야기, 여전히 두려운 삶에 대한 이야기, 그래도 지속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목이 메었지만, 무얼 내가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당신이 이 사건들을 알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또 무엇이 가능하게 할 지 알지 못한다. 그런 아픈 삶을 아예 모른다는 것, 혹은 모른 체 했던 것이 미안해서 당신이 알길 바라는 거다.

다 늙어 친구들과 가는 해외여행의 비자를 거절당하던 심정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4.3을 이미 반 세기 전에 지나간 일이라고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이라고 생각해버릴까봐.

하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혹은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서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안쓰러워서 당신도 알기를 바라는 거다. 할 수 있으면, 당신은 아무 것도 잘못하신 게 없으세요, 하고 손을 잡고 못 알아듣는 사투리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으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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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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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묘사하는 작은 소년의 입을 보면서, 이야기를 기다린다.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랑이 미움으로 오해받는 꽉 막힌 가족안에서 여동생이 태어나 갑자기 죽을 때까지, 오빠이면서 아들이면서 손주인 동구가 이 소설의 화자이다. 사랑받지 못했는 데도 사랑하고 있는 마음깊고 따뜻한, 게다가 아직도 '어린' 소년이 거기 있다.

작가의 마음에 들어와서 이 소년을 만나게 했던 난치병 소년의 동생처럼,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심 속에서 알 수 없이 깊어진 마음을 가진 그래서 지나치게 안쓰러운 소년이 거기 있다.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상처만 내고 있는, 답답하고 답답한 그런 현실이 거기 있다. 꿈결같은 사람은 또 그렇게 꿈결같이 사라지고, 앞도 뒤도 없어보이는 상황에 길을 내야 하는 것은 자신말고는 없는.

능소화가 어떤 꽃인지 궁금하다. 그 꽃을 안다면, 그 꽃을 사랑하는 동구의 마음도 더 가까이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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