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ID는 강남미인 1~2 세트 - 전2권
기맹기 지음 / 온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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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가 자꾸 드라마를 보고 싶어했다. 

나는, 설정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 보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미녀는 괴로워'(http://blog.aladin.co.kr/hahayo/247707)에서 느꼈던, 예쁘고도 착한 여자에 대해 주어지는 어떤 태도가, 이야기들의 흐름과는 달리 결국 강화하게 되는 어떤 것들이 괴로웠거든. 예쁜 적이 없어서 성품은 위축되고, 기술을 이용해서 지금은 예뻐진 성형미인에 대한 이야기는 싫었다.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딸과 1화 정도 같이 보고, '왜 드라마에서 결국 전에 얼굴을 안 보여주겠어? 모두에게 '성형해야 하는 얼굴'이란 없기 때문이야. 누구는 안 예쁘다는 얼굴이 누구 눈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말이지. 그런 절대적 얼굴은 없는데, 그런 절대적 얼굴을 구현하지 못하니까 안 보여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딸은 웹툰에는 이전 얼굴이 있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방영을 하면서 재연재하는 웹툰을 보기 시작한 거다. 

작가의 연재동기처럼, 이건 성형을 옹호하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성형까지 할 정도로 타인의 시선을 자신의 시선으로 동일시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사람이, 자기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자라는 이야기이다. 처음 들어가는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를 만들고 익숙해지는 이야기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작은 위계 가운데서 일어나는 폭력, 처음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질투,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갇혀버린 시선의 감옥,들이 묘사된다.   


나는, 이야기의 불균형 가운데, 성형 전의 강미래가 신기했다. 스스로 못생겼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성형하기 전에 아홉번의 고백을 모두 차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 남자처럼 생겼다고 화장실에 갇힌다. 단 한 번의 고백조차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기억하는 나는, 그저 세대차이인지 그 용맹함에 놀란다. 단 한 번의 거절조차 얼마나 사람을 뒤로 밀어내는지 기억하는 나는, 그 아홉이란 숫자에 또 놀란다. 못생겼다는 건 타인의 표정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각할 수 있는 건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웹툰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이러저러한 단점들을 끌어모은 듯한 성형 전 얼굴도, 좀 더 자주 본다면 괜찮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고통을 극대화시키고, 성형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설정이 나에게는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강미래, 성형 전 얼굴로 주인공했으면 엄청 멋있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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