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서는 아는 형님이 재방송 중인데, 외국인이거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에서 데뷔해서 한국어에 어눌한 연예인들이 퀴즈쇼, 형태로 진행하고 있었다. 욕이거나 욕처럼 들리는 말들로 당황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저녁을 먹다말고 

"욕은 왜 하면 안 되?" 

"그거야, 들으면 기분 나쁘니까."

"기분 좋을 때, 하는 건 어때? 혼자 하는 건?"

"뭐 할 수야 있지만, 다른 사람 기분 나쁜 건 네가 어떻게 못 하잖아?"

"옳고 그른 건 누가 정하는데!"

이 무슨 뜬금포인가!!! 중2병인가. 아직 중2는 아닌데. 

"참, 나. 옳거나 그르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는데, 너 하고 싶은 대로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된다는 거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누가 널 찌를 수도 있는 거고."


오직, 내 마음만 내 마음대로다. 가끔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된다. 

다들 기분 나쁘다는 이유를 내가 동의하지 못 한다고 해서, 그런 말을 칭찬으로 쓴다 한들 상대가 칭찬으로 듣겠냐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를 '돼지'라고 부르지 말라는 어린 딸에게, 무슨 설명을 할 수 있겠어. 

다들 칭찬으로 하는 말을 내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해서, 그런 말에 화를 낸다 한 들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겠냐고. 아유, 내가 본 아기 중에 제일 예쁘네,라고 말하는 언니에게, 그 말이 가지는 어떤 차별성과 비교의 태도, 이미 주어져 개선 불가능한 특성에 대한 칭찬이 아이를 얼마나 한심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서 뭐하냐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적당히 내 의견을 감추는 거지. 

살아남기 위해 조심하는 거지. 

가끔 너무 크게 웃는 것도, 어떤 이상한 사람의 심사를 건드릴지 알 수 없는데.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그래, 한 번쯤 해보고 댓가를 치를 수도 있겠지. 

운이 좋다면 살아남겠지만, 그런 데 자신의 운을 쓰고 싶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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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시켜서 밥반찬으로 먹는 저녁, 아들이 묻는다. 

"돈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르잖아?"

"그렇지."

"돈이 많은데, 왜 물가가 올라?"

"돈이 많으니까. 옛날에는 아예 돈이 나라 전체에 천원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짜장면이 오원이지. 그런데, 지금은 나라 전체에 돈이 백만원이 있는 거야. 그러면 짜장면값도 거기 맞춰서 오르는 거야."

"뭔가 이상한데."

"돈은 수단이니까. 돈 자체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

"다 오르는데 월급은 안 오른다고 하잖아."

"그건, 옛날에는 나라 전체에 천원밖에 돈이 없으면 많은 사람이 많이 가져봐야 백원있는 건데, 나라 전체에 백만원이 있으면 많은 사람은 그 중에 구십만원도 가질 수 있거든. 나라 전체에 백사람이 있어서 천원을 나눠 가질 때는 부자가 백원가지고 남은 9백원을 99명이 나눠가지는 수준이지만, 백만원일 때는 달라지거든."

이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뭔가 버벅거렸다. 

돈이 많아진다고 내 돈도 많아지는 건 아니다. 

돈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른다. 돈이 많아지면 돈은 돈끼리 모여서 불어난다. 돈이 돈끼리 모이는 동안, 없는 사람은 더 돈이 없어지지. 

땅 아흔아홉마지기 가진 사람이 땅 한마지기 가진 사람 땅을 빼앗는 거 같은 거지, 뭐. 

나야, 

물가가 오르면 아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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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준비를 하는데 초4딸래미가 "오늘이 일본군위안부기림의 날이라는데 뭐야?"라고 물었다. 

일본군위안부,가 뭔지부터 설명을 해야 한다. 

뭐라고 하지. 

전쟁에 대해 말해야 하고, 군인에 대해 말해야 하고, 위안,이 뭐였던가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뭔가 애써서 설명을 하고는, 지금 쓰면서는 검색을 했다. 어떻게들 설명하고 있으려나, 하고. 

"일제시대에 일본이 전쟁을 했잖아. 전쟁을 하는 군인들이 사람을 죽이니까 제정신이 아니잖아. 총들고 있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통제가 안 되니까, 여자들을 데리고 가서 위안이라는 걸 해주게 억지로 시켜. 식민지 여자들이나, 점령지 여자들이나 본국의 여자들을 칸막이 방에다 넣어놓고 군인들을 밀어넣지. 군인들은 그 여자들을 때리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하고, 그러니까, 여자들은 방에 갇혀서 계속 군인들한테 나쁜 짓을 당하지. 그러다가 애도 생기고"

"돈 벌게 해 준다고 속여서 잡아가기도 했고, 군인들 도망갈 때 죽이기도 했어."


다 늦게 지금 적으면서, 참 사전이 있었는데, 사전을 찾아서 알려줄 걸, 하고는 사전을 찾아봤다.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사실과 관련된 문제를 국내외로 알리고,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기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

사전을 찾아서는 설명하지 못하겠다. 

일본군 위안부,가 뭔지 아는 사람에게 하는 설명이다. 


기리는 게 뭐야? 

기억하고 또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데, 뭐지. 


다음 국어 사전을 찾아봤는데, 추어서 말하다. 라고 되어있다. 추어서,라는 말이 들어있다. 

타동사

[(명)이(명)을](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우수한 점이나 잘하는 일을) 추어서 말하다.

  • 시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은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만들었다.

  •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 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제정하였다.

 


집에 있는 그림책 두 권을 꺼내 두고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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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딸은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고, 집에 오는 날에 맞춰 학부모참관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학부모참관수업을 보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기숙사 친구들과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래도 된다는 사람들이 인공방사선의 위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 "돌멩이로 맞으나, 야구공으로 맞으나 똑같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설명할 사람이라서 우선 흠칫 놀란 다음, 설명을 시도한다. 

"어, 나도 그렇게 말하는데."

방사선은 크든 작든 세상에 존재한다. 방사선이 없는 무균실같은 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 무균실이라고 해도 측정하지 못할 만큼 작은 걸 수도 있겠네. 콘크리트 건물, 지하,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나오고, 바나나를 먹어도 그 속에 방사성물질이 있고, 해외여행이라도 했다면 우주선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맞았을 테고, 엑스레이를 찍었거나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우리는 같이 살고 있다. 이 중 아무 것도 안 해도, 환경이 그래서 50을 맞고 사는 동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선의 규제치는 얼마여야 할까, 이다. 야구공으로 맞으나 돌멩이로 맞으나 아픈 건 사실이고, 돌멩이가 떨어지고 있으니 야구공은 하나도 떨어뜨리지 말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편리를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야구공이 떨어지고, 야구공이 떨어진다는 걸 아는데, 그 규제치를 비워두는-할 수 있는 한 안 나오게 하라고!- 것 보다 그래도 이것보다는 작게 하라고 규제치를 정해 주는 게 도움이 되니까, 만드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우주방사선을 50 맞을 수 있다면, 세상에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50을 맞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는 식으로. 기준을 잡는 일은 어렵고, 완전무결한 영점은 없고. 인간에게 무해해도, 초파리는 죽을 수도 있다. 기준을 잡는 일은 어렵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피폭이 바나나를 다섯 개 먹는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데 이해가 되냐고도 묻는다. 

인간은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감각은 한정되어 있고, 감각이란 자원은 방사선 따위에 투입하지도 못한다. 이미 더 강한 위험들이 널려 있으니. 방사선은 다른 눈, 기계의 눈,이 있어야 한다. 베타선, 알파선, 감마선 측정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쉽지 않다. 안 먹어도 되는 바나나를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포를 부추기는 말들은 역시 꺼려진다.

 

말들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보태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학자들은 다툴 수도 있어, 그렇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 돼지, 라는 말도 듣는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본이 하는데, 결국 할 건데, 하다 못해 유감이라고는 말해야지. 

그런가. 

나는, 정부를 어떤 사람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할 거 같다. 탈원전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포가 퍼져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기하는 것에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탈원전을 그렇게까지 악으로 규정했던 국민의 힘이 같은 입으로 공포를 조장하지는 못한다고도 생각한다.

솔직히 뭐가 문제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기는 하다.

기사마다 무슨 말들을 하는지도 보고, 나무위키 검색도 했다.

(https://namu.wiki/w/%ED%9B%84%EC%BF%A0%EC%8B%9C%EB%A7%88%20%EC%98%A4%EC%97%BC%EC%88%98%20%EB%B0%A9%EB%A5%98%20%EB%85%BC%EB%9E%80

폐기물은 희석하고 농축할 수 있을 뿐이다. 방사성물질은 지연시키면 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가 문제라면 아무 사고 없이 운전 중인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는 내보내고 있다. 

다른 핵종들이 문제라고 해도 비슷하다. 지금은 사고상황에서 내보내는 게 아니다. 핵폭발 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사고 초기처럼 대책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1년에 사고가 나고 십년 이상을 어쩌면 관리하고 있던 거다. 

정무적인 입장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할 수가 없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할 수가 없어, 같은 거라면 정말 그런가, 모르겠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6210300065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21026001

정말 그런가, 잘 보면 불확실성이 많고, 한계도 많으니까, 유지할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연근해 수산물에 농축을 알 수 없어서 금지를 유지하고 싶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미 뱉어놓은 말들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은 거라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새로운 의견, 새로운 해석을 듣고,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한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고, 인간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고, 또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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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놈이 반찬투정이 심하다. 소시지나 햄이 없으면 상에 앉아서 한숨을 푹 쉬고 '먹을 게 없다'면서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물러난다. 첫째 딸이 그런 적이 없어서 이건 뭐지 싶은 날들에 생각을 했다. 왜 첫째는 안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첫째를 키우면서 남편이랑 먹는 걸로 많이 싸웠다. 나는 남편이 딱 둘째처럼 하는 걸 보고, 화를 냈었다. 남편은 그 때, 내가 재주도 없고, 재능도 없다면서 젓가락을 깨작거렸고, 그럼 직접 해 먹어라,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고 싸웠다. 

그러니까 첫째는 고학년이 되어서는 자신의 후라이팬을 사달라고 했다. 스텐팬만 있는데, 코팅팬이 있어야 유튜브에서 본 요리들을 해 볼 수 있다면서 그랬지. 그러고는 동생들 밥을 해서 먹여 보는 방학도 여러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직접 하지 않는 밥에는 어떤 밥에도 화를 내거나, 투정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 첫째 아이를 보고 둘째나 셋째가 반면교사 삼는 건 뭘까, 생각했다. 

나는, 언니가 엄마, 아빠랑 싸우는 걸 보면서 내 행동을 교정해 왔다. 

언니가 대학에 가고, 그 해에 친구들과 등산을 간다는데, 아빠가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앉기를 반복하면서 걱정을 했다. 그러고는 결국 언니는 그 등산을 못 갔는데, 나는 그걸 보고 대학에 가서 무얼 하든 엄마나 아빠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언니는 부모님과 더 가깝구나,라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언니가 부모님과 충돌하는 걸 보면서,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첫째가 가지는 부모님의 상과 둘째가 가지는 부모님의 상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이 끈끈한 관계의 끈을 쌍방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언니는 부모님이 좀 더 단단히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내가 하는 어떤 태도의 노력이, 이 인연의 끈을 잡고 있는 단단함의 크기가 나나 부모님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할 수 없는 과격함이나 강경함을 언니한테 볼 때마다 놀라는 거다. 

가족이란 참으로 신기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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