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딸은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고, 집에 오는 날에 맞춰 학부모참관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학부모참관수업을 보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기숙사 친구들과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래도 된다는 사람들이 인공방사선의 위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 "돌멩이로 맞으나, 야구공으로 맞으나 똑같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설명할 사람이라서 우선 흠칫 놀란 다음, 설명을 시도한다. 

"어, 나도 그렇게 말하는데."

방사선은 크든 작든 세상에 존재한다. 방사선이 없는 무균실같은 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 무균실이라고 해도 측정하지 못할 만큼 작은 걸 수도 있겠네. 콘크리트 건물, 지하,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나오고, 바나나를 먹어도 그 속에 방사성물질이 있고, 해외여행이라도 했다면 우주선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맞았을 테고, 엑스레이를 찍었거나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우리는 같이 살고 있다. 이 중 아무 것도 안 해도, 환경이 그래서 50을 맞고 사는 동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선의 규제치는 얼마여야 할까, 이다. 야구공으로 맞으나 돌멩이로 맞으나 아픈 건 사실이고, 돌멩이가 떨어지고 있으니 야구공은 하나도 떨어뜨리지 말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편리를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야구공이 떨어지고, 야구공이 떨어진다는 걸 아는데, 그 규제치를 비워두는-할 수 있는 한 안 나오게 하라고!- 것 보다 그래도 이것보다는 작게 하라고 규제치를 정해 주는 게 도움이 되니까, 만드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우주방사선을 50 맞을 수 있다면, 세상에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50을 맞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는 식으로. 기준을 잡는 일은 어렵고, 완전무결한 영점은 없고. 인간에게 무해해도, 초파리는 죽을 수도 있다. 기준을 잡는 일은 어렵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피폭이 바나나를 다섯 개 먹는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데 이해가 되냐고도 묻는다. 

인간은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감각은 한정되어 있고, 감각이란 자원은 방사선 따위에 투입하지도 못한다. 이미 더 강한 위험들이 널려 있으니. 방사선은 다른 눈, 기계의 눈,이 있어야 한다. 베타선, 알파선, 감마선 측정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쉽지 않다. 안 먹어도 되는 바나나를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포를 부추기는 말들은 역시 꺼려진다.

 

말들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보태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학자들은 다툴 수도 있어, 그렇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 돼지, 라는 말도 듣는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본이 하는데, 결국 할 건데, 하다 못해 유감이라고는 말해야지. 

그런가. 

나는, 정부를 어떤 사람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할 거 같다. 탈원전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포가 퍼져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기하는 것에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탈원전을 그렇게까지 악으로 규정했던 국민의 힘이 같은 입으로 공포를 조장하지는 못한다고도 생각한다.

솔직히 뭐가 문제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기는 하다.

기사마다 무슨 말들을 하는지도 보고, 나무위키 검색도 했다.

(https://namu.wiki/w/%ED%9B%84%EC%BF%A0%EC%8B%9C%EB%A7%88%20%EC%98%A4%EC%97%BC%EC%88%98%20%EB%B0%A9%EB%A5%98%20%EB%85%BC%EB%9E%80

폐기물은 희석하고 농축할 수 있을 뿐이다. 방사성물질은 지연시키면 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가 문제라면 아무 사고 없이 운전 중인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는 내보내고 있다. 

다른 핵종들이 문제라고 해도 비슷하다. 지금은 사고상황에서 내보내는 게 아니다. 핵폭발 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사고 초기처럼 대책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1년에 사고가 나고 십년 이상을 어쩌면 관리하고 있던 거다. 

정무적인 입장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할 수가 없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할 수가 없어, 같은 거라면 정말 그런가, 모르겠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6210300065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21026001

정말 그런가, 잘 보면 불확실성이 많고, 한계도 많으니까, 유지할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연근해 수산물에 농축을 알 수 없어서 금지를 유지하고 싶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미 뱉어놓은 말들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은 거라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새로운 의견, 새로운 해석을 듣고,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한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고, 인간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고, 또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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