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놈이 반찬투정이 심하다. 소시지나 햄이 없으면 상에 앉아서 한숨을 푹 쉬고 '먹을 게 없다'면서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물러난다. 첫째 딸이 그런 적이 없어서 이건 뭐지 싶은 날들에 생각을 했다. 왜 첫째는 안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첫째를 키우면서 남편이랑 먹는 걸로 많이 싸웠다. 나는 남편이 딱 둘째처럼 하는 걸 보고, 화를 냈었다. 남편은 그 때, 내가 재주도 없고, 재능도 없다면서 젓가락을 깨작거렸고, 그럼 직접 해 먹어라,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고 싸웠다.
그러니까 첫째는 고학년이 되어서는 자신의 후라이팬을 사달라고 했다. 스텐팬만 있는데, 코팅팬이 있어야 유튜브에서 본 요리들을 해 볼 수 있다면서 그랬지. 그러고는 동생들 밥을 해서 먹여 보는 방학도 여러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직접 하지 않는 밥에는 어떤 밥에도 화를 내거나, 투정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 첫째 아이를 보고 둘째나 셋째가 반면교사 삼는 건 뭘까, 생각했다.
나는, 언니가 엄마, 아빠랑 싸우는 걸 보면서 내 행동을 교정해 왔다.
언니가 대학에 가고, 그 해에 친구들과 등산을 간다는데, 아빠가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앉기를 반복하면서 걱정을 했다. 그러고는 결국 언니는 그 등산을 못 갔는데, 나는 그걸 보고 대학에 가서 무얼 하든 엄마나 아빠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언니는 부모님과 더 가깝구나,라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언니가 부모님과 충돌하는 걸 보면서,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첫째가 가지는 부모님의 상과 둘째가 가지는 부모님의 상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이 끈끈한 관계의 끈을 쌍방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언니는 부모님이 좀 더 단단히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내가 하는 어떤 태도의 노력이, 이 인연의 끈을 잡고 있는 단단함의 크기가 나나 부모님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할 수 없는 과격함이나 강경함을 언니한테 볼 때마다 놀라는 거다.
가족이란 참으로 신기한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