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의 붉은 바다 쑥쑥문고 5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오애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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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의 방에 납작 엎드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아이들이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공장굴뚝의 검은 연기를 보며, 선진국이 될 꿈을 꾼' 대통령에 대해 배운 내가, '환경을 훼손해서 안 된다'는 간결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되겠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다를 듯 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나라가 되어야 해, 와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싶어, 사이의 갈등은 그래서 내게는 무척이나 격렬한 것입니다.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욕망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내 자신에 대한 감정때문에 이런 책을 보면 좀 덜하지 않을까,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선진국이 그 부를 이루기 위해 희생시킨 것이 자기 나라의 작은 어촌마을 만이 아님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깨닫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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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르 사전 - 여성판
밀로라드 파비치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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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서평을 보고 '읽어야겠다' 결심했으니, 지혜님께 감사의 말부터 해야겠는데요. 먼 어떤 나라에 발을 딛고 짐을 푸는 것만큼, 책을 통해서도 참 멀리 여행할 수 있구나, 생각합니다. 익숙치 않은 감수성이나, 신기한 비유들, 무슨 상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지, 어떤 상상들로 악마를 묘사하는지 보면서 말입니다. 읽으면서 '동유럽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나는'하고 생각했습니다. 남미의 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여전히 놀라움으로 달떠서 만날 무언가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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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김남주 번역시집 2
하이네, 브레히트,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지음 | 김남주 옮김 / 푸른숲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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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고. 그래서, 서정주의 삶과 무관하게 그의 시에 소름이 돋는 걸 어쩌지 못하면서도, 난 아름답고도 간절하게 정의로운 시들과 시인의 삶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눈을 부릅뜨고 살얼음판을 걷듯 노래하던 시인들을 보면서 난 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고, 목소리가 떨린다.

경찰 곤봉에 맞아 죽은 시위대를 보면서, 다시 그 비장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질문받으면서 생각한다. '죽임을 당한데도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게 소중하다'는 확인만을 요구해야 하는 거라고. 폭력으로 무언가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만을 규정한 채로 답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목숨을 건 비장함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눈돌려 못 본 척 할 수 없는 애정때문에 간신히 살아내는 삶의 일부였던 거라고.

아름다움을 같이 누리려고, 당신의 부도덕을 불성실을 이상한 상식?을 조롱하려고 쓰여진 시들을 보면서, 아름답고도 정의로울 수 있는 거라고 그래야 하는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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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베어 하트 지음, 형선호 옮김 / 황금가지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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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엄마는 내게 뜨거운 물을 그대로 버리면 안 된다, 고 말했습니다. 지렁이가 죽게 된다고. 그러나, 지금 바짝 키에 맞게 올라온 씽크대에 개숫물이 어디로 가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부엌의 구조에서는 엄마에게도 잊히는 교훈인 모양입니다. 감을 딸 때는 까치밥을 남기고, 짚신은 디뎌도 개미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이 책 속의 인디언의 지혜도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병을 만드는 것은 바이러스와 세균과 불결함 만이 아니라, 타인의 저주와 자신의 죄책감도 있는 거라고 말하는 것도 또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정규교육을 받으며, 인디언 주술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태도를 배우고, 합당한 자격있는 주술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가 배우는 과정을 묘사할 때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개미굴 위에 누워 자신 위로 지나가는 개미를 쓸어낼 수 없었다고 말하는 인디언을 볼 때, 불빛 아래 작은 날벌레를 쳐서 떨어뜨리는 나의 성급함을 반성합니다. '지나가는 개미가 내게 끼치는 해악은 없다'고 '간지러울 뿐'이라고 말하는 것에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을 위해 주술을 쓰는 순간 주술사가 아니라고, 사냥하는 목적은 먹고 나누기 위한 것이라서 사냥꾼은 첫 사냥물을 자신이 먹어선 안 된다는 인디언의 교훈들이 가슴에 닿았습니다.

그런 태도들 여전했다면, 자연이 지금처럼 이렇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지금처럼 이러할까, 묻습니다. 천천히 되돌리려는 움직임들이 빌딩숲의 시계추같은 사람들을 어느 순간 기쁘고 행복한,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로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순진하게 기대합니다.
바쁘게 시계를 보는 대신 어느 날에는 바람부는 들판에 앉아 눈동자만을 움직이며, 날벌레와 새와 나무와 풀을 관찰할 거라고 결심합니다. 작은 날벌레가 나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렇게 가만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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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방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4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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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단 한 구절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으면, 그 책을 '맘에 들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강경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잊히지 않는 한 마디에 매혹당한 자신에 대한 거부이거나, 들켜버린 자신에 대한 거부이다.

내가 매혹당한 것은, '사루비아꽃이 너무 붉어서'라고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대는 대목이었다. 설명할 수 없이 그저 너무 잊히지 않아서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하였다. '열가지 이유를 대, 그래도 여전하다면' 이라는 인내의 조언들을 듣다가, 단 하나 '사루비아 꽃이 너무 붉어서'라는 이유를 다는 주인공에 놀랐다. 그 이유에 갑자기 공감이 가서, 나도 또 그런 식으로 이유를 달고 싶어져서 놀라고 또 당황하였다.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게 그런 견고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그런 대답이나 행동이 너무나 진지한 시대를 무심히 지나치려다 입은 자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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