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속의 방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4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선명한 단 한 구절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으면, 그 책을 '맘에 들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강경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잊히지 않는 한 마디에 매혹당한 자신에 대한 거부이거나, 들켜버린 자신에 대한 거부이다.
내가 매혹당한 것은, '사루비아꽃이 너무 붉어서'라고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대는 대목이었다. 설명할 수 없이 그저 너무 잊히지 않아서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하였다. '열가지 이유를 대, 그래도 여전하다면' 이라는 인내의 조언들을 듣다가, 단 하나 '사루비아 꽃이 너무 붉어서'라는 이유를 다는 주인공에 놀랐다. 그 이유에 갑자기 공감이 가서, 나도 또 그런 식으로 이유를 달고 싶어져서 놀라고 또 당황하였다.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게 그런 견고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그런 대답이나 행동이 너무나 진지한 시대를 무심히 지나치려다 입은 자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