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 모든 것이 작은 코로보쿠루 이야기 1 동화는 내 친구 21
사토 사토루 지음,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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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였다면, 동네의 어느 우거진 숲에서 작은 사람들을 기다렸을 것이다. 숲 가운데 작은 시내에서는 두 발로 서는 개구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유심히 살폈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라서는 어느 우거진 인적드문 산을 깎아 길을 낸다는 말을 듣게 되면 깜짝 놀라서는 설명할 마땅한 이유없이 '어,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작은 이들을 상상한다. 내가 무심해서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

우거진 숲과 맑은 물만 있다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소중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내가 지나치더라도, 여전히 거기 있는 작고 소중한 이들을 상상하는 거다. 코로보쿠루가 아니더라도 다들 소중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것들을 일깨워준다.

사무실에 화분을 살리기로 결심한 순간, 화분의 잎사귀가 다른 빛이 되었다. 물을 먹고, 푸른 잎이 나는 것도 같다. 바라보는 마음이 변하면, 이렇게 달라지는 걸, 왜 그런 생각 못했을까 싶다.

작은 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눈을 빛내던 아이는 작은 이를 볼 수 없을지는 몰라도 숲의 바람과 나무나 풀의 소중함, 작은 생명체의 기운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의 놀라운 환상이 주는 기쁨에 이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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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세계사 - 증보판
김향 엮음 / 가람기획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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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뒷얘기에 흥미가 있다면,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대범한 생략과 압축적인 묘사에 혹한다면, 치정극과 이상한 광기들을 즐긴다면 읽을 만하다. 그녀가 선량한 피해자였건, 의도적인 잔혹녀였건, 대범한 정치가였건, 철없는 귀공녀였건, 단지 '악녀'라고 뭉뚱그려 묘사하는 건 사실 맘에 안 들지만, 흥미있다. 그렇다, 난 가십에 열광한다.

'루 살로메'라는 익숙치 않은 이름이 궁금해져서 다른 이의 책장에서 꺼내읽기 시작했는데,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 처음 듣는 이름들 때문에 계속 읽었다. 악명을 떨치는 색녀나-색녀가 되는 이유가 너무나 정숙한 여성이 자신들의 방탕함을 부각시킨다고 생각하는 가문의 의도된 강간이었다니, 원. 순식간에 정숙한 부인에서 색녀가 되게 하는 그 놀라운 테크닉이 궁금할 따름, 가부장제의 환상인가?-, 이상을 쫓는 남편의 이름 뒤에 악녀로 남은 부인들-아이는 줄줄이 낳았는데, 다 늙어 재산을 버리고 종교에 귀의한다는 남편을 안 말릴 부인이 누가 있을까?

벌이없는 남편을 먹어 살리면서, 폭언을, 물 한바가지를 못 쏟아 부을까?-과 나란히 또 머리까지 상을 들어 바쳤다는 부인도 등장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짜서는 몸을 담궜다는 중세의 부인이나, 독약으로 서로를 죽여대는 치정관계며, 스물 다섯이 되기 전에 남편을 서넛쯤 바꾸고 아이를 낳고는 전쟁에 져서 패주하는 여자 군주도 신기하고.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이상한 얘기로 밤을 세듯이 딱 그런 정도의 흥미로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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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서현의 우리도시기행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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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로 여행을 가도 하나도 낯설지 않고, 열심히 걷고 있는 데 새로운 풍경은 없고, 걷고 있다는 것이 '초라함'을 연상시키는 어느 도시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찬탄이 가득한 소개를 받고 간 어느 곳에서 별다른 감흥없이 돌아서던 기억이 있다. 낯선 도시에서 보고 싶은 것들을 다 못 보고 걷고 있던 거리가 갑갑해서는 내겐 왜 차가 없을까, 면허조차 못 땄을까, 자책하던 기억이 있다. 주로 서울에 대한 기억들로 채워진 거리 이야기는 우리 나라 어느 곳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뒤틀린 역사의 기억, 성장만을 최선으로 삼던 기억, 문화를 상품으로 평가하는 태도, 그 모든 것은 우리 사고방식에 녹아 있는 것처럼 거리에도 녹아 있다.

사람보다 차가, 빠른 것이 아름답고 튼튼한 것보다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화려하고 비싼 게 더 중요하고, 욕 먹어 마땅하다던 어떤 사고방식은 그대로 집이 되고 거리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함께 가는 것이다. 사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자라는 것도. 살고 있는 우리가 사회가 성숙하지 않은데, 도시가 성숙한 아름다움으로 서로를 배려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들이 손잡는 아름다움을 모르는데, 거리에 그런 아름다움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팔려야 아름다운 거라고 비싸야 좋은 거라고 판단하는 가운데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또 모순이다.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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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 4 - 나는 그대 눈동자 속에 있으리 고양이 학교 1부 4
김진경 지음,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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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우리 가까이에서 마법을 부릴 만한 동물을 상상해보자. 요사를 부릴 만 하고, 인간에 대항할 만 하고, 아주 우리 가까이에 있는. 그렇다, 고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맥고나걸 여사가 고양이로 둔갑했을 것이가?

여우는 너무 멀고, 개는 너무 착한 이미지다. 왜 영화에서도 인간에 대항하는 고양이에 맞서는 개들의 무리가 그려진 적 있지 않은가. 사실, 개는 충직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요사를 부린데도 악한 이미지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뭐, 인간에 대항하는 것은 악이다,란 것도 우습기는 하지만.

밤에 집 밖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로 착각한 적 있고, 길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무섭고, 고양이를 안 그래도 '소름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더 실감나겠지만 더 무서워질 것이다.

초반에 해리 포터랑 비슷하군, 하면서 실망하던 마음이 잠깐 들었고, 너무 많이 설명한다는 아쉬움도 또 잠깐 들었다-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중국의 창조설화들을 알 것인가-. 고양이에 아주 많이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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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아나키즘
엠마 골드만 지음, 김시완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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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장점으로 비치는 것이 내게는 단점으로 보였다. 기대없이 읽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나키즘에 대한 나의 무지를 타파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골랐고, 나의 머리는 기존의 편견을 일정정도 학습하고 있었다. 나는 선언 이상을 원했으나, 그 이상을 얻지 못했고 칭찬 일색의 서평에 부담스러워한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신념, 새로운 공동체의 상이 구현되었기를 원했다. 상상력이나 인간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는 선언 말고. 지금 지구상에서 맥없이 깨어진 평화라는 허상을, 자국민의 안전에 분노하여 자신이 행한 행위를 정당하다고 믿는 우습지만 어쩌지 못한 횡포를 당신의 입장에서는 어찌할 것인지 책에 묻고 있었나보다.

한없이 선량한 한 아나키스트의 저항에 동조하고 눈물짓는 헌사대신에, 그 저항의 바탕과 방향과 미래까지를 나는 원했다.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어디에 소용되는지 모를 그런 말들에 난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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