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세계사 - 증보판
김향 엮음 / 가람기획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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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뒷얘기에 흥미가 있다면,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대범한 생략과 압축적인 묘사에 혹한다면, 치정극과 이상한 광기들을 즐긴다면 읽을 만하다. 그녀가 선량한 피해자였건, 의도적인 잔혹녀였건, 대범한 정치가였건, 철없는 귀공녀였건, 단지 '악녀'라고 뭉뚱그려 묘사하는 건 사실 맘에 안 들지만, 흥미있다. 그렇다, 난 가십에 열광한다.

'루 살로메'라는 익숙치 않은 이름이 궁금해져서 다른 이의 책장에서 꺼내읽기 시작했는데,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 처음 듣는 이름들 때문에 계속 읽었다. 악명을 떨치는 색녀나-색녀가 되는 이유가 너무나 정숙한 여성이 자신들의 방탕함을 부각시킨다고 생각하는 가문의 의도된 강간이었다니, 원. 순식간에 정숙한 부인에서 색녀가 되게 하는 그 놀라운 테크닉이 궁금할 따름, 가부장제의 환상인가?-, 이상을 쫓는 남편의 이름 뒤에 악녀로 남은 부인들-아이는 줄줄이 낳았는데, 다 늙어 재산을 버리고 종교에 귀의한다는 남편을 안 말릴 부인이 누가 있을까?

벌이없는 남편을 먹어 살리면서, 폭언을, 물 한바가지를 못 쏟아 부을까?-과 나란히 또 머리까지 상을 들어 바쳤다는 부인도 등장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짜서는 몸을 담궜다는 중세의 부인이나, 독약으로 서로를 죽여대는 치정관계며, 스물 다섯이 되기 전에 남편을 서넛쯤 바꾸고 아이를 낳고는 전쟁에 져서 패주하는 여자 군주도 신기하고.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이상한 얘기로 밤을 세듯이 딱 그런 정도의 흥미로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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