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생각의 뿌리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 수호믈린스키의 인성 동화집
바실리 알렉산드로비치 수호믈린스키 지음, 박건웅 그림, 박미령 옮김 / 고인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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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데 딱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나는 인재시교,를 읽겠다. (https://blog.aladin.co.kr/hahayo/9371196) 

인재시교,에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어서, 인재시교가 언급하는 수호믈린스키의 책을 찾아 읽었다. 우화를 좋아하는 나의 성정을 보태어, 교육학자라는 저자의 우화집을 골랐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받아본 책은 굳이 정의하자면, 공산주의자의 교육서다. 교육의 태도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로는 그릇되다고 할 수 없으나, 사회로 확장한다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로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사회를 세상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들과 집에 있는 날, 책 속의 한 대목을 읽어주었다. '열 살이면 노동할 수 있는 나이다'라고 씌여있다. 종일 밭을 메고 들어온 나의 엄마가 종일 놀 만큼 논 나에게 '이웃의 아이는 밥을 해놓고 엄마를 기다린다'고 푸념하던 순간과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열 살이면 노동할 수 있는 나이다'라는 우화집을 읽어주는 건 얼마나 다른가. 책 속의 이야기에 가지는 나의 거리감은 그런 것이다. 아이에게 노동의 의미나 가치를 가르쳐 주는 것은 중요하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종교적 색채가 없는 '공산주의자!!!'의 교육서 이기 때문에, 무신론자인 나에게 좋기도 했지만, 이미 너무 부유해서 거리감이 생겨버렸다. 이미 너무 풍요해져서, 그 풍요 가운데 너무 멀어져버린 자연의 변화, 삶의 근본적인 가치,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 같은 단순화시킨 이야기들이 그대로 와닿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그런 삶에 대한 태도가 내 안에 있지만, 이미 나조차도 노동과 많이 멀어져버렸고, 살기 보다 더 많이 보고 읽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진 태생적 선함이 있다는 믿음이 교육서로서는 가치가 있지만, 너무 두꺼운 이야기들을 계속 읽고 있으려니, 이 믿음이 확장하여 만들어진 사회를 또 상상하고 있으려니 좋아하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야기 자체로는 좋지만, 그게 믿음이 된 세상을 알고 있어서, 그 세상이 어떻게 병들었는지 또 알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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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 이솝의 지혜, 철학자의 생각법! 일상에서 써먹는 철학 개념
박승억 지음, 박진희 그림 / 이케이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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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용 도서로 분류되어 회사 책구매로 살 수가 없어서 따로 샀다. 처음부터 재미나게 읽지는 못했는데, 청소년에게 철학 특히 서양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그런 것이란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서양사람들은 도대체 자기 이름을 왜 남기고 싶은 거래, 싶은 지경이었다. 알맹이가 아니라,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이름표를 달기 위해 배움이 느려지는 거다, 싶었다. 

모두 현명해지는 일은 아예 없으니, 어리석은 대중은 종교-기독교-로 계도하고, 학문의 영역에는 장애물을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투덜거렸다. 여전히 공자와 맹자와 순자와 법가, 부처님에 대해서 말하는 동양의 사람이라서, 도대체, 저 느리고 한심한 사람들이 철학자의 이름들을 열거하는 것이 허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청소년일 때는 저랬을 거야. 밴담의 책은 읽은 바 없으면서 공리주의를 말하고,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건 또 누구고 이러면서 우쭐해했겠지. 지금의 나는 이미 살고 있는데, 그 삶을 설명하는 말을 만든다는 것이, 오리지널리티를 부여받을 일인가, 싶어서 우화인 채로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 철학으로 붙은 철학자의 사진과 그림과 석고상은 대표저서와 이런 저런 외래어는 정말 다 사족같았다. 공연히 다들 아는 이야기에 자기 이름표를 달기 위한 것 같다. 어쩌면 삼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 우리의 어떤 기술은 과연 어떤 식으로 남을까. 공주님을 찾아나서는 왕자의 이야기로 전해지지는 않을까. 


청소년이 읽는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름을 남기겠어,라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들을 알고 기억하는 게 의미 있는 거라고 지적 우월함을 뽐낼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 즐겁게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용적인 나는, 실천하지 못하는 앎이 무슨 소용이야,라고 생각하는 나는 좀 덜 재미나게 읽었다. 이솝우화, 안에는 원래 그런 심연이 있었다니까. 철학자가 이미 이름붙이기 전에 살면서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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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 -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치 다이빙
태수.문정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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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점에 갔더니, 초등 4학년인 아들놈이 고른 책이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에 여태 이렇게 글자 많은 책을 즐겨 읽던 놈이 아니라서 '엄마가 먼저 읽어봐도 되냐?'고 묻고 먼저 읽었다. 

생물학적 나이에 0.8을 곱해야 미숙한 현대인이 옛날 사람들 또래랑 비슷해진다는 현대인 나이계산법 생각이 났고, 옛날에 옛날에 아빠가 이야기하던 생각도 났다. 그 때, 내가 막 결혼했고 아이는 없던 어떤 명절에 언니랑 여동생, 나랑 남편 아마도 넷이 모여서 사무실의 이상한 인간들에 대해 흉을 보고 있었다. 아빠는 옆에서 듣다가 지나가시면서 다른 사람 이야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셨었던가. 재잘재잘 재미나게 떠들던 나는 '뭐래? 성인군자라도 되라고?'라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었나. 책 속에서 '사무실에서 참기 힘든 사람'에 대해 서로 한 꼭지씩 쓰고는 당신도 해보라고 권하는 대목에서 떠올랐다. 나는 그걸 소수의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했는데, 그걸 이제 책으로 보란 듯이 하는구나. 그 때, 나는 아빠에게 그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이 사람은 그런 말을 듣기보다 책이라는 일방적인 매체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당신도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있구나. 

책은 서른살의 남자와 스물여덟살의 여자가 지금껏 자신이 너무 답답하게 살아왔다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딱 1cm 정도 일상을 벗어난 일탈을 하자,는 내용인데, 나는 뭔가 답답했다. 뭐야? 너무 어리잖아. 

또래집단이 모여서, 서로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 주변에 이런 친구들만 있으면, 삶은 어떻게 될까, 싶다. 

아빠가 우리의 잡담에 당부를 했듯이, 나의 친구 중에 한 명쯤은 동감 말고 다른 말을 해주면 좋겠다. 덕업을 서로 권하고, 나쁜 짓을 서로 말리고, 그래서 들을 때는 입을 조금은 삐죽여도, 지나고 나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신을 바로잡으면 좋겠다. 주변에 온통 조언들 뿐이라서 공감이 필요해서 쓴 책이란 건 알겠으나, 과연 공감이란 도움이 되는 감정인지 점점 더 모르겠다. 나쁘게 살라는 책은 아니지만, 자신의 착한? 삶이 단지 억압일 뿐이었다는 말은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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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10-17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솔직히 좀 많이 한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너무 어리죠. 각자의 삶이 다 정당하고 옳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별족 2020-10-18 07:46   좋아요 1 | URL
이럴 줄 알았으면 읽지 않으면 될 일인 건가, 싶기는 합니다. 유튜브도 뭐든 말하고, 싫으면 안 보면 되잖아요, 하고. 젊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해서 봤고, 내가 젊었을 때도 다르지는 않았던 거 같기는 한데, 지금은 너무 젊은 날의 부끄러운 말들이 글들로 남게 되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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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점심마다 같이 걷는 동료가 뮤지컬을 보러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시카고의 이야기가 부도덕하다고 깊게 실망한 나는(https://blog.aladin.co.kr/hahayo/10466911) 쭈뼛쭈뼛 거절했다. 그러고는 남편이 이미 사 놓은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심리스릴러,라는 이 이야기 안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좋아하는 걸까. 

책을 다 읽고, 이것은 젊은 여성의 환상이 응축된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화자 나,는 스스로 경멸해 마지 않는 부인의 말벗 노릇을 하다가 대 저택의 안주인이 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는 대저택의 안주인 노릇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에서 환상이 깨어진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환상이 끼어든다. 순진하고 사랑밖에 모르는 젊은 여성이 가지는 신분상승의 환상, 말고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신만만하고 유능해서 사랑을 이용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에 대한 환상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 여성, 그래서 남성을 조종하고 파괴적인 선택마저도 하게 만드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환상. 

첫사랑과는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라면서 서양의 어머니가 딸에게 밀어놓는 책이라는데, 나라면 아이에게 권하지 않을 책이다. 

어떤 환상도 말하기는 좋지만, 좋은 삶은 아니다. '나'라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고용인을 경멸하는 이유는 자아가 비대한 젊은 여성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고, 스스로의 젊음을 자만하기 때문이다. 다를 바 없는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서 단지 사랑인 양 말하지만, 화자인 이상 그게 정말 사랑인지 의심한다. '레베카'라는 유능하고 아름답다는 또 다른 환상 속의 여성은 늙음이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교훈을 찾다니 너무 고리타분한가, 싶지만 이런 이야기가 고양하는 것은 자신만만한 젊은 여성이 남성쯤은 손 안의 인형처럼 조종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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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9-14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레베카를 추리소설로 보기는 뭐하지만 일부에선 고전추리소설의 명작으로 치는 작품이죠^^
 
[eBook] 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시리즈 29
장보영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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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운 마음이 될 때, 변명하고 싶을 때 글을 쓰게 된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어도, 여행하는 삶을 전시하고 싱글의 자유로움을 찬양하고, 도시의 번화함을 보여주는 말이나 글이나 노래나 그 어떤 거라도, 세상에 가득 차서 나를 외롭게 할 때, 내 삶을 의심하거나 불쌍하게 여긴다는 느낌이 들 때, 글을 쓰고 큰 소리로 들리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들은 언제나 내가 너무 돌출해서, 부끄럽다. 

미혼의 여성이 산을 타는 자신의 삶을 썼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나는, 세상이 싱글의 말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책 속의 여성은 세상이 기혼자, 부모의 말들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던 건 아닌가 싶다. 편집자로 살다가, 어쩌면 선택의 순간 산을 선택했다. 산에서 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산다. 매일 매일의 말들이 자신의 삶을 평가하고 있다고 느꼈던 걸까,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이란 책의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책은 더 많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무언가를 회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서 인용해놓은 문구(https://blog.aladin.co.kr/hahayo/11596640 중 '당연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처럼, 결핍을 느끼기에 말하게 되는 순간들 같아서 경쾌해지지만은 않았다. 

나도 산이 좋다. 좋아한다고 해도 순간들, 지금은 흘러가게 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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