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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황기 17
카와하라 마사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다.

해황기의 판,이 그런 사람이다. 싸움도 최강, 항해도 최강, 술수도 최강, 사람보는 눈도 탁월한데다, 관대하고. 그런데다가 게으르다. 나기를 그렇게 타고 난 인물이란 말씀.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면서 만화를 본단 말인가.

나는 읽는 내내 투덜거린다. 왜 맨날 웃냔 말여? 눈도 안 뵈고, 실실 쪼개기나 하고.

내가 빌려준 자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보지 마! 안 보면 되잖어.

그래도 본다. 다~ 본다.

너무 완벽한 주인공에, 소년취향의 모험물이라, 여자가 공감할 부분은 거의 없는 만화다.

그림이 많고, 줄거리는 성기다, 싶다. 왕위 쟁탈전이나, 미지의 세계 모험이나, 거짓된 신 놀음이나, 여러가지가 섞였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몰두해 흥미진진해지지 않는다.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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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내용은 재미있고 글은 쉽게 읽힌다. 교훈적이지만, 참신하지는 않다.

장점 : 내가 한 일에 얼마를 받게될 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볼 수 있다.

- 나는 가난하였지만, 돈에 대하여 초연할 것을 요구하는 아버지를 가졌고, 그래서, 늘 필요했지만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필요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돈에 나를 맞춘다. 물론 나의 능력 밖의 구매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또 어떤 태도가 되냐면 자기가 받을 돈을 달라고 말하지 못하거나, 즐거울 일에 쓰는 돈을 필요없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돈이 없을 때 없다고 말을 못해서 기꺼이 차값을 지불했을 친구들을 잃는다.

- 책을 통해 강연비용을 협상하는 자신을 묘사하는데, 나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거침없다,는 인상을 주는 이 아줌마도 이런 소심한 태도를 지녔던 적이 있구나, 와 함께 역시 좀 더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린다. 그리고는, 엊그제 한 번역의 고료가 얼마인지 메일로 묻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많지 않다'는 언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일에 구체적인 액수를 듣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이 생각보다 무례하거나,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게 되고.

단점 : 빌려달라는데 거절할 수가 없다.

- 나는 돈을 빌리자고 아직까지 말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친구를 잃을지언정 차값을 빚지지 않는 태도로, 돈이 없다면 필요를 줄이는 태도로,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버티는 태도로, 나는 아직 빌려보지 않았다.

- 오한숙희님은 오고가는 돈 속에 깊어지는 우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큰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준 지인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여러 글을 건너 보면 역시 보통 생활인의 태도로 돈 떼인 이웃의 아주머니를 묘사한다. 게다가, 자신의 돈을 쓰기만 하는 가족들을 묘사할 때는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한다. 물론 반성하고 있지만, 역시 사람은 그렇기 마련.  

- 그런데도 역시, '그 돈 때문에 나는 그 사람과 우정을 쌓았노라'라는 대목을 보고 나면, 내가 이 친구를 믿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역시 '돈을 빌려주는 것 뿐'이 아닌가 근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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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묵시록 카이지 23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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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하여 불평할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세상은 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이 너희들한테 기대하는 것은 네가 스스로 만족하다고 느끼기 전에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보여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는 승자나 패자를 뚜렷이 가리지 않을지 모른다. 어떤 학교에서는 낙제제도를 아예 없애고 쉽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 "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마운틴 휘트니 고등학교(Mt.Whitney)를 방문하여 사회의 문을 밟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준 인생 충고 중 일부다. 물론, 나는 이 충고의 유용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충고가 카이지를 연상시켰다. 카이지를 쓰레기라고 칭하는 '주최측'과 '주최측'의 말들이 빌 게이츠의 충고와 닮았다. 주최측의 말들에 눈물을 흘리는 '쓰레기들'을 보는 것은 참 입맛 쓴 노릇이다. 빌 게이츠의 충고를 메일로 받아든 나는 그래서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빌 게이츠라니.

카이지는 미화하지 않은 날것의 자본주의를 가장 잘 묘사한 책이다. 이런 표현이 가슴이 조마조마하게 다음을 기다리는 이 만화의 매력을 잘못 전달할까 걱정이지만, 더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림은 거칠고 누군가 줄거리를 묻는다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지옥도와 다름없지만,  카이지에게 나름대로 영웅적인 면모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카이지를 쓰레기라 부르면서 사기나 다름없는 도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주최측'의 입에서도, 또는 카이지의 입에서도 가끔은 귀한 인생의 충고가 튀어나와 깜짝 놀란다. 사실, 주최측의 말들이란 악착스레 거부하게 되지만, 카이지가 이런 말을 할 때는 잘 깍아놓은 성공지침서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모든 규칙을 말해주지는 않았어. 규칙을 오해한 사람과 이해한 사람이 같을 수는 없어." 같은.

이 놀라운 카이지가 나를 대신하여 이 교활한 '주최측'에 한 방 먹이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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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트법
히구치 타케오 지음, 윤정원 옮김 / 들녘미디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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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큰 활자의 '노트법'보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이란 수식 때문이었다.

일하는 사람, 이 되고 싶어서,가 아마도 이유지 않을까.

일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든 책이고, 읽는 내내 노트를 써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으니 별이 넷이다.

다른 분들처럼 무얼 적을지 아직도 모르겠고, 반 이상은 이 놀라운 아저씨에 경탄할 뿐이지만 와 대단한 사람이다,에 더하여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되었다. 회의실에서 각 좌석에 누가 앉았는지를 표시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마셨는지도 적어 두고, 명함을 주고 받으면서 사진도 한 장 찍어서 붙이고, 출장보고서에 자신의 사진을 표정별로 박기도 하는 이 아저씨의 섬세함에 혀를 내두르는 것이다.

내가 참으로 무성의하게 일했던 것이다, 반성하고. 히구치씨가 출장보고서나 회의록처럼 상투적인 문서를 어떻게 쓰라고 쓸데없이? 자질구레하게 내게 설명하는 동안, 나는 상투적인 문서는 상투적으로 써주마, 하는 무감한 내 태도와 비교하면서 히구치씨의 그 순수한 태도에 감명받아 버렸다.

회사의 부속이라 느끼며 소모하는 나의 태도와 자신의 뇌를 대하듯 노트를 대하는 히구치씨의 태도는 얼마나 다른지. 회사일과 사생활을 굳이 분리하여 생각을 재단해서는 일을 그저 때우는 나의 태도는 또 얼마나 다른지. 히구치씨처럼 노트만 쓰기 시작하면 나도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쓰기만 한다면, 계속 생각해낸다면, 저절로 실현된다는 말도 믿어보고 싶고.

일을 하는 것은 노트 다음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것이. 자극 만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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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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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참 많은 울타리에 갇힌다.

나도 다르지 않아서, '불 좀 빌릴까요'라고 말했다가 지난 후에 '그런 말은 여자가 나이많은 남자에게 하는 게 아닌데'라는 조심스런 조언을 들으면 -나의 행동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머쓱해져서 다음에는 조심하게 된다. 내가 그 이유를 댈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니까.

너는 공부를 못하는 구나, 가 언제나 어깨를 움츠리게 하기 때문에 '나는 공부를 못해'라고 말하는 히데미가 참 멋있다. 히데미 말마따나 인생에는 공부말고도 많은 것이 있는데 나는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었는지 기억해내려니 깜깜하기만 하다. 언제나, 다른 나이를 동경하면서 살다가 삼십대가 되려니 히데미가 부러울 밖에.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던,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상관없다는 걸 알아버렸던, 모험심 따위 없던, 맞을 이유가 있었던 거라고 자신을 길들였던 내가 히데미에 겹친다.

행복하려면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뭐가 문제람. 히데미같은 고교시절을 보낼 수는 없더라도, 히데미의 엄마처럼-그녀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데, 히데미의 엄마라니 학부형처럼 멋대가리 없다,- 멋진 아줌마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격려의 말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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