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rtorialist (Paperback) The Sartorialist 시리즈 1
Schuman, Scott 지음 / Penguin Group USA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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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언제라도, 옷 구경을 하게 된다. 버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어려운 규칙 가운데 살 수는 없어도 때가 되면 구경하고 구경하면서 하릴없이 생각한다. 

아, 비싼 옷이란 뭘까. 옷이란 뭘까. 아무리 좋은 옷도 내가 사가지고 마구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다리지도 않고 입으면 저기 사진처럼 예쁘지는 않겠지. 사이즈가 사이즈가 아 저 모델처럼 말라깽이가 아닌데 사진처럼은 안 되겠지. 아, 입고 어디 가지도 않고, 나는 새 옷 사면 어색해서 바로 입지도 못 해. 그러면서 왜 때 되면 맨날 구경하는 걸까. 도대체, 옷이란 뭘까. 

옷 구경을 자꾸 자꾸 자꾸 하고 싶어서 오래 전에 샀던 이 책을 다시 꺼냈다. '숨고 싶어서 입었는데, 바로 그 태도 때문에 눈에 띄었다' 며 찍은 스톡홀롬의 여학생 사진에 붙은 글도 다시 읽고 싶었다. 사진을 보고, 옷을 보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떻게 입는지가 얼마나 그 사람을 드러내고 있는지, 글만큼 옷도 사람을 드러낸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들이 드러난다. 

주로 사진이고, 아주 가끔 글들인데, 글들도 좋다. 패션사진가이기 때문에, 많이 알기 때문에 자신은 가질 수 없는 어떤 태도에 가지는 선망도 드러난다. 옷을 입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드러나는 것도 결국 나고, 옷은 옷은 옷은 어렵다. 

이번에는 내 맘에 드는 사진에 포스트잇을 사다가 붙이고도 있다. 한 번 더 눈이 가는 사진에 붙여야 할 지, 내가 입고 싶은 옷에 붙여야 할 지 갈등하면서,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뭔지 생각한다. 재미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스타일이란 눈에 띄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멋진 스타일을 갖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말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젊은 여성의 경우는 그녀의 모순적인 태도, 즉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의식적으로 남들과 구별되게 옷을 입는다는 사실이 자기만의 멋지고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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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 나이젤 라타의 나이젤 라타의 가치양육 시리즈
나이젤 라타 지음, 이주혜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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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샀다. 첫 딸이 어렸을 때, 남편이 읽어보려나, 싶어서 샀는데, 남편은 안 읽고, 나는 아빠가 아니라서 안 읽고 내내 묵히다가, 읽고 노조사무실에라도 둘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좋은 책이다. 다르기 때문에 딸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공통점에 대해 말하고 아빠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어쩌면 부모의 역할에 대한 책이다. 

부모가 되고 육아서적을 보기 시작했다. 양육자로서의 부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류의 책을 보다가, 남편이 안 보는데 무슨 소용이야, 싶은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다 다르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문제삼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서로 다른 역할을 아이에게 하고 있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책은 아들만 둘인 상담가 아빠가, 딸들을 키우느라고 고민많은 아빠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부모로서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딸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말들이다. 챕터마다 별표까지 붙인 잊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고, 군데 군데 상담사례가 나온다. 남녀차이에 대한 사이비과학은 개소리라고, 평균적인 남녀차이보다 개인차가 크다고 당신의 딸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아빠로서 딸을 대하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하는 책이다. 딸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맹한 태도를 알려주고 싶다면 같이 세상을 논하라고, 세상 좋은 것들을 없애기 위해 가득 찬 공해같은 말들을 분별하며 함께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더하여,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게 책임져야 할 일임을 또 역시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십대의 딸들이 피해자일 상황 뿐 아니라, 가해자일 상황에 대해서도 묘사한다. 군데군데 상담사례는 좋다. 


구구절절 공감할 수 있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말이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찰떡같은 비유라서 옮겨놓는다. 


아이의 문제가 항상 부모의 문제라는 건 진실이겠지만, 결국 방어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하는 상담자의 말은 자명하고 따듯해서 또 옮겨놓았다. 


아이를 통제하려고 하면 언제나 실패한다. 삶을 통해 부모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만 있다. 

"하지만 문제를 만날 때마다 회피하고 도망치라는 어긋난 교훈을 주는 셈이 된다면요?"
한나의 엄마가 물었다.
"아마 그럴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아이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해주는 셈이 되잖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때로는 도망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한나에게 최선의 길이 뭔지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아들들은 그때 아이스크림을 정말로 맛있게 먹었고, 이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쉽게 포기하는 아이로 자라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때와 경우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 같더군요." - P162

부모는 절대로 친구가 될 수도 없다. 자식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부모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얼간이나 다름없다. 인기 좋은 아이는 얼간이와 친구가 된 척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갈 뿐, 등 뒤에서는 놀림이나 일삼을 것이다.

자식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옳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친밀감‘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과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그러한 노력이 가치 있는 일일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딸은 오직 제 친구들과 친구가 될 뿐, 당신과는 이상한 관계를 맺고 말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당신은 딸의 친구가 아니다. 당신은 딸의 아빠다 - P243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원인의 일부분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버님은 칼리의 아빠지 않습니까? 아빠가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불가능하지요."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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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순례 -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인간 붓다의 위대한 발자취
자현 스님 지음,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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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의 '최고의 붓다 이야기책'이라는 서평(https://blog.aladin.co.kr/zerolife/11365201)을 보고 골랐다. 불교에 대한 책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의상대사-원효대사!!!- 해골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전설의 고향의 스님들과 어렸을 때 아빠가 독송하던 금강경이 옛날 노래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고, 소풍으로 갔던 절집과 이런저런 여행지의 방문들이 있었다. 궁금해서 읽은 책도 있고, 사놓고 읽지 못하는 책도 있다. 내 생각의 바탕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던 거 같다. 호감과 호기심 가운데, 상상하는 불교가 내게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은 불교를 부처님의 생애 중심으로 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그 당시 인도에 대한 이야기로 지금의 인도 그 장소의 사진들과 함께 들려준다. 이야기만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풍토나 기후에 대한 설명도 있고, 남아있는 흔적들의 사진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도가 동아시아보다 능력주의나 개인주의 문화였다는 이야기에 놀라고, 인도의 명상적 풍토가 여름의 더운 한낮 때문이라는 설명도 듣는다. 수행자에서 스승이 되어 처음 제자를 받아들이는 사슴농장-아, 그렇다, 사바하 생각이 많이 났다-이나, 기원정사로 알려진 기수급고독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제다이가 제타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재미있다. 지금의 아이돌을 묘사하듯이 부처님을 묘사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해지면서 달라지는 모습들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듣는다. 부처님의 제일 훌륭한 제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다른 해석이나, 자등명 법등명-나는 이걸 '진리의 꽃다발 법구경'(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5720)에서 부처님의 유언으로 알고 있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등불로 삼으라는 말로, 그런데, 스님은 이게 유언은 아니었다고 말하신다.(부처님의 유언은 '방일하지 마라'였다고 한다. 방일, 잘 안 쓰는 말이라서 찾아 봤는데,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놂'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인도의 피난처에 대한 묘사를 하신다. 우기에 살던 땅이 잠길 때 대피처가 있듯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대피처로 삼으라,는 말이었다고-에 대한 말도 그 변화하는 은유에 대해 생각한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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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이들의 계급투쟁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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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좀 더 어렸고, 내 앞에는 나보다 어른들이 걷고 있었다. 등산로에는 좀 더 편안한 등산을 돕기 위해 나무를 덧댄 등산로가 생겨 있었다. 나를 앞서 걷던 어른들이 "못 걷겠으면 안 오면 되지, 이게 뭐야?"라고 투덜거렸다. 속으로 나는 조금씩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다시 조금 더 가다가 "외국에서는 부모한테 얘들을 뺏는데, 그게 말이 돼?"라고도 했다. 나는 역시 또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등산로 뒤에서 그 말들을 들을 때, 나는 반박하고 싶었었던가.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조금은 이 아름다운 산을 누려야 하지 않겠어요?나, 그럼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고 방치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처럼. 그렇지만, 나도 다리가 불편한데도 산의 아름다움을 누리려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산이 흉물스러워진다면 그건 그저 인간의 욕심일 수도 있는 거 같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 알 것도 같아서 그저 묵묵히 따라 걸었다. 조금은 출렁거리는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뀐다. 언제나 분명한 입장이란 없다. 

일본의 여성이 영국에서 보육교사를 하면서 쓴 글이다. 큰 이야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이 여성이, 살면서 겪는 모순들에 대해서 말한다. 보수화되는 유럽에서 아이들 보육을 위한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묘사된다. 계급분리가 극명한 나라, 도시의 슬럼에서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보육원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부유나 풍요, 선택의 문제. 동양의 문화에서 자라 서양의 삶을 보는 방식들이 충돌한다. 영국의 노동당 시절과 보수당 집권 시절을 모두 겪고 있는 저자는 최근의 글들을 앞에 배치하고, 노동당 시절의 글들을 뒤에 배치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현실의 모순들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들린다. 

계급 분리가 심각한 영국 도시의 삶을 나는 멀찍이 구경한다. 서울에 사는 나의 친구라면, 다르지 않잖아?라고 할 만한 내용들에도, 나는 뚱하게? 정말?이라고 되물을 거 같다.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좁은지 나날이 실감하는 날들이라서 어떻게 그걸 바꿀 수 있다는 거야,라고 공연히 되묻는다. 어린이집에서 만든 종이조립 로봇에게 쇼핑가방도 조리도구도 바꿔 시킨다는 어린 딸에게, "이걸 다 로봇 시키고 너는 뭐하게"라고 물었더니, "폰 보지"라는 답을 들은 나는 부유하기 때문에 삶과 유리되는 그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생각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정치가 힘써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점점 더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일본인 특유의 약하고 과장된 감수성이 껄끄럽게 걸리는 부분들을 가끔 만나고, 나는 역시 알 수 없다고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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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온 글, 한글 - 훈민정음의 글자 짓기에 따른 새 한글 지도안
박규현 지음 / 수신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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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튜브를 보다가, 외국인이 한글을 배우면서 본다는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K53oCDZPPiw)을 보았다. 대개 모음이 천지인,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머지 자음들까지 여러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건 모르겠어서 이 책을 샀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샀지만, 그래도 처음 한글을 익히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니, 이해할 만한 대목도 있을 것이다, 기대했는데, 그걸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의심이 너무 많다.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기로 결심한 우리의 위대한 왕은 자신의 세계관에 비추어 자신의 글자에 역할을 부여하셨다. 세계의 무늬가 이 글자라고 말씀하시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오행을 각각의 자음에 부여한다. 각각의 자음이 가지는, 음양 오행과 모음이 가지는 하늘과 인간과 땅 사이의 조화 가운데, 표음적이고 표의적이기도 한 한글이 생긴다고 말한다. 잠재된 태극(ㅇ)에 사람이 개입하여(ㅣ) 운동이 일어나는(ㄹ) 게 '일'이라고 풀어준다. 그래서 한글은 자질문자라는 새로운 분류에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이미 말은 있었잖아?라고 의심한다. ㄱ이 나무의 기운이 있다고 ㄱ을 만들기 이미 전부터 말을 하고 있었잖아. ㄴ이 불의 기운이 있다고 ㄴ을 만들기 전부터 이미 ㄴ을 소리내고 있었잖아. 부여한 글자의 뜻과 부여한 의미의 값의 연결에 의심을 품는다. 

하늘이라는 대상을 하늘,이라고 쓸 때, 그리고 말할 때, 말과 글은 결국 자연의 무늬라고 말한다. 나는, 그럼 하늘을 스카이라고 하는 것은요? 하늘을 티옌(天)이라고 하는 것은요? 라고 의심한다.  한글이 있기 전부터 하늘,이라고 소리내어 말하고 있었으므로, 그런 파자해가 갖는 것은 결국은 사후적이고, 내가 이걸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무언가 굉장한 특별함을 믿어 의심치 않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왕의 깊은 사랑까지만, 자신의 글에 부여한 자신의 세계관이라는 데 까지만, 각각의 자음에도 모음의 천, 지, 인 처럼 세상을 부여했다고 받아들이고 덮는다. 한글이 좋은 글자인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왔다'고는 이 글자가 '천지 만물의 무늬'라고는 못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 마음을 그 좋은 뜻을 통해서 자신의 백성이 어질기를 바랬던 왕의 마음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때와 지금, 한자의 훈음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얼마나 다른 말, 글을 쓰고 있는지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는 못할 것 같다.  

서구와 달리 동양의 진리 개념은 어떤 실재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유교의 중(中), 불교의 공(空), 도교의 무(無)는 하나같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는 부정어법으로 진리를 말합니다. 실체가 아니며 고정되지 않으면서도 작용은 뚜렷하고 우주, 자연, 만물을 싸안고 있는 어떤 장(場)처럼 진리를 정의합니다. 그래서 진리를 찾는 방법도 인위적으로 어떤 애를 쓰기보다 통념, 패러다임, 카르마, 트라우마 등 무엇이라 부르든 감정과 사고에 집착 내지 고착되는 상태에서 벗어나 초연한 관찰자의 입장에 서는 것을 제시합니다. ‘있는 그대로‘가 도라는 것은 이런 태도에 충실할 때 얻어지는 어떤 안목, 관점에 인식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동양에서 진리란 고정된 데이터 값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언제나 새롭게 보는 태도에서 일어나는 세계와의 동기감응의 체험입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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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21 2020-03-07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박규현입니다. 책을 읽고 리뷰 남겨주셔 고맙습니다. 여러 의문점들이 있을텐데요, 고맙게도 해례본 자체에서 (그 중 정인서 후서) 별족님이 가진 의문에 자문자답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자세한 해설을 달지 못했습니다. 모자란 부분들을 추려 추가적인 작업을 내놓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