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삶
월터 무어 지음, 전대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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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란 인물을 알게 되었던 건 오래 전에 나왔던 <현대의 과학사상>이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전기로서 훌륭하다는 신문 서평에 끌러서였다.

역시 역자가 전기 작가는 그 전기의 주인공을 독자가 사랑하도록 만들면 큰 성취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듯이 생소한 인물이었던 그를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어 모두 그의 전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한 편의 전기로서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물리학의 위대한 연구 과정과 함께 그의 여성 편력이 잘 짜여져 슈뢰딩거란 삶의 파노라마를 보여 주었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성 편력에도 불구하고 조강지처와 동반자로 끝까지 평화롭게 살았다는 것이 신기한 만큼 그의 삶이 매력적인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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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세람 지음, 안경숙 옮김 / 대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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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사는 생활의 대부분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먼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를 이해해야 한다. 그를 다루는 학문인 역사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문자로 남긴 문서들이 있는 시점을 중심으로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고고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 그들이 남긴 유물을 수집해 가능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해 그들이 살았던 생활을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 무덤이다. 무덤이 생명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소박한 관념이 먼 과거일수록 지배적이어서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그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죽은 뒤에도 사용하도록 함께 묻어 주었다.

어느 시대나 당시의 유력자의 무덤일수록 사용하던 물건들을 많이 넣었고 무덤을 견고하게 만드는 덕에 그런 무덤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모습을 간직해 두었다가 발굴자에게 고스란히 보여 준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느 고고학 교수가 고고학의 매력을 무덤을 발굴할 때 무덤 밖은 20세기인데 무덤 속에 들어가면 수 백년, 수 천년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쎄람의 이 책의 원제는 <제신과 무덤과 학자들>이다. 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수많은 관련 서적들을 들추느라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발굴 사실의 진부한 보고서 형식을 탈피하여 살아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말해 발굴 작업을 직접 계획하고 참여하였던 정열적인 사람들의 불굴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생생한 기술과 전체 역사 속에서의 의미파악과 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를 위한 저술이지만 세계 여러 대학에서 부교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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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어 성립 사정
야나부 아키라 지음, 서혜영 옮김 / 일빛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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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권리, 자유, 그, 그녀 등과 같이 우리가 일상어로 당연시하며 쓰고 있는 낱말들은 일본에서 번역해 놓은 번역어를 차용해 쓰는 것들이다. 이런 번역어가 만들어진 역사를 밝히기 위해 그 낱말들을 단서로 삼아 추적하는 과정이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이 없어서 별 관계없는 한자를 차용했기 때문에 번역어들은 원어의 의미와 맞지 않아 번역자들은 무척 고심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결국은 좋지 않는 번역어가 살아 남는 법이라고.....

그런데 우린 아무 생각없이 흔하게 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번역자들이 해야 했던 고심들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우리가 직접 해야 할 번역을 위해 참고로 삼았으면 한다. 앞으론 남의 나라의 한자 번역어를 도용하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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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최민자 지음 / 까치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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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정치사상사를 전공한 정치외교학 교수가 우리의 道(도)를 깨우치기 위해 행한 구도 자세가 무척 흥미롭고 대담함에 놀랍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세상에 드러난 모든 物像(물상)은 끊임없이 영원이라는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했듯이 이 책은 언어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실제와 지적 戱論(희론: 말장난)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감히 나의 짧은 경험에서 도출하는 형식으로 써 보았다.'라고 밝혔듯이 학문과 인생을 공부해 오며 체험한 바를 에세이 형식으로 쓴 것이다.

조용하게 공부하기 위해 암자와 수녀원에서 지냈듯이 그에게 있어서는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진리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게 인용하고 설명하고 있는 점이 시원스럽다.

미국과 영국에 유학해 학위를 취득하면서 체험했던 이야기들. 귀국해서 교수가 된 다음 스승에게서 들은 왕진인이라는 전설 속의 인물을 찾아 나선 구도 여행(모험) 등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면서 동서양의 사상들을 묵상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특히 낮에는 학교에서 강의하고 밤에 산 속 동굴에 들어가 修道(수도)를 더욱이 여자로서 三七日씩 여러 번이나 했다는 것이 범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선뜻 가지 않지만, 그런 구도 정신이 부럽기만 하다.

또한 재야사학과 만나게 되면서 역사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도 중요한 대목이다.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이란 사회적 상황 속에서 태어났고 역사적 변천을 거치면서 발전되어 왔기에 역사에 대한 안목이 정립되어 있어야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적인 서양의 정치 사상을 연구하면서도 학문과 일상의 삶이 분리되지 않는 동양의 道(도)를 공부하기 위해 정진했기에 깊은 주제를 담담한 이야기로 지루하지 않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쉽게 살아가기만 하려는 세태 속에서 끊임없이 보다 근본적인 것을 발견하고 추구하려는 저자의 자세가 귀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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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와중에 사망해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사학자
김성칠의 6.25 당시의 일기가 10년 전 쯤 출판되
었었던 <역사 앞에서>를 읽으며 조용하고 순박하
다는 성격을 바로 들여 보는 듯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을 많았던 것 같다.

그 때 쓴 일기를 우연히 오래만에 들추다 보니
그 책의 감상문이 나와 있다.

남의 일기를 읽어 본다는 건 재미있다. 게다가
6.25 전후의 역사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
게 해 주고 있다. 그 보다도 내가 쓰는 글 대부
분이 일기인데, 새삼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 가를 배우고 싶어
서이다. 한 대목이 가르침을 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다툰 일이 있을 때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흥분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지 않으며
평상적이 아닌 내 마음으로 평상적이 아닌 저쪽의 자태를 그려서
앞으로 자손의 눈에라도 비칠까 두려워하는 바이며,  또... 그러
한 기록을 통하여 내 사랑하는 사람의 왜곡된 이미지를 문자에
표현하는 과정을 통하여 내 머리 속에 고정화하고 또 그 표현을
시시로 읽음으로 해서 더욱 불순한 환영을 내 가슴 속에 날인함
으로써 공연한 불신과 증오를 조장해서 피차의 생활을 불행에
이끄는 결과가 될 것을 저어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동감이다!

자신만의 글이라는 일기가 출판되어 시대를 뛰어 넘어서 후대에게
교훈을 주며 공감을 일으킨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기도 문학의 한 영역이요, 역사학의 1차 사료가 되고 있으니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 쯤 되면 하찮은 글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서 써야 되겠다.
역사 앞에서 일기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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