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신문에 11월 개봉 영화 중 프리퀸시가 괜찮다고 해서 평촌 킴스클럽에 갔다.
오전 첫회인지 사람이 없어 혼자 들어가 앉았다. 그래도 한 두명을 오겠지
했는데 웬걸 나 혼자만 앉아 있는데도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는 게 아닌가!
썰렁하게 빈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기분이란, 영화관을 독점하고
오븟하게 본다는 느낌도 들고, 이렇게 인기없는 영화를 혼자 죽치고 보고
있다는 청승맞다는 느낌도 들고.
영화는 기발한 아이디어이라고 할지 황당무계한 설정이라고 할지 그런대
로 볼만 했다. 끝나고 나오면서 관리인에게 나도 안 들어 갔었으면 상영
했을 거냐고 물었더니, 관객이 없어도 예정대로 상영하단다.
오래 전에 신문에서 어느 극장에 관객이 한 명만 들어가서 수지가 안 맞
는다고 상영을 할 수 없다고 환불해 주고 커피까지 대접해 돌려 보냈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 바뀐 모양이다.
그 때 그 관객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하고 웃었는데 난 영화관을 공짜로
세를 내고 보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