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와중에 사망해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사학자
김성칠의 6.25 당시의 일기가 10년 전 쯤 출판되
었었던 <역사 앞에서>를 읽으며 조용하고 순박하
다는 성격을 바로 들여 보는 듯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을 많았던 것 같다.
그 때 쓴 일기를 우연히 오래만에 들추다 보니
그 책의 감상문이 나와 있다.
남의 일기를 읽어 본다는 건 재미있다. 게다가
6.25 전후의 역사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
게 해 주고 있다. 그 보다도 내가 쓰는 글 대부
분이 일기인데, 새삼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 가를 배우고 싶어
서이다. 한 대목이 가르침을 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다툰 일이 있을 때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흥분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지 않으며
평상적이 아닌 내 마음으로 평상적이 아닌 저쪽의 자태를 그려서
앞으로 자손의 눈에라도 비칠까 두려워하는 바이며, 또... 그러
한 기록을 통하여 내 사랑하는 사람의 왜곡된 이미지를 문자에
표현하는 과정을 통하여 내 머리 속에 고정화하고 또 그 표현을
시시로 읽음으로 해서 더욱 불순한 환영을 내 가슴 속에 날인함
으로써 공연한 불신과 증오를 조장해서 피차의 생활을 불행에
이끄는 결과가 될 것을 저어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동감이다!
자신만의 글이라는 일기가 출판되어 시대를 뛰어 넘어서 후대에게
교훈을 주며 공감을 일으킨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기도 문학의 한 영역이요, 역사학의 1차 사료가 되고 있으니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 쯤 되면 하찮은 글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서 써야 되겠다.
역사 앞에서 일기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