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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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천 년의 역사, 중국 고대 5황제 시대를 시작으로 한무제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서다. '본기'와 '세가' 그리고 '사기열전'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훑어보면, <사기>를 역사책으로만 간주하기에는 그 쓰임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기열전'의 경우, [처세술]이나 [심리학], 혹은 그런 분류가 있다면 [잘난척학]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책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는 <사기>에 출몰한 영웅호걸 중 서른 명을 추려 [열전]의 형식으로 그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으로 간택된 A특공대들은, 다시 여섯 개의 소주제에 따라 분류되는데, 각 인물들의 소개는 쉽고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구성은, 원전을 향한 선입견, 지루하거나 어려울 것이다,라는 예단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또한, 곁다리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취향이 훤히 드러나는 경국지색의 여인들과 영웅호걸들의 삽화는, 텍스트 읽기를 화보 감상으로 자연스레 연결해 주었다. 나긋나긋한 여인들의 자태와 쌍커풀 없는 뭇 사내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일은 더운 여름 소나기처럼 후련하였으니, 참으로 칭찬할 일이었다.  

권력, 명예, 돈, 여하간 빛나고 탐나는 그 무엇을 쟁취하고 스러져간 그들의 삶을 엿보며, 누군가는 옮긴 이의 의도대로 교훈을 얻었겠지만, 뭐를 해도 해찰이 심한 나는 두 가지 궁금증을 얻었다. 참, 이렇게 쓰기도 민망하지만, 하나는 [경국지색]이다. 어찌 그리 여인네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분들이 많은 건지, 도대체 어떻게 생기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색이란 말인지 진정으로 궁금했다. 요즘으로 치면 유럽 어느 나라의 영부인쯤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의심]이다. 동네 이장도 만만한 자리가 아닐진데, 중원의 패권을 거머쥔 분들 중 왜 그렇게 귀가 얇고, 의심이 많은 분들이 수두룩 한 지 안타까웠다.  

첫 번째 궁금증은 더 두고 알아 볼 일이고, 두 번째 궁금증은 절대 권력자가 갖는 고립감과 두려움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짧은 생각으로는, 본인이 판단하건데 사리분별이 안된다 싶으면, 이제 그만,하고 작별을 고하면 될 일인데, 그걸 아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또한, 2010년의 현실도 별 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욕심과 아둔함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은 변치 않는 교훈인 듯 싶다.

여하간, <사기>를 완독하지 않은, 나와 같은 처지의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거나 혹은 재미있게 읽힐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편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목적 의식과 성과라는 부분이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교훈을 전달하려는 의도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어떤 일에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성과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개된 어떤 인물들의 경우 이 시대 청춘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인물인지, 부러 일러주지 않아도 이미 치열함, 냉철함, 목적 지향적인 삶이 강요되는 시절인데, 혹여 더 숨통을 죄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기우일 수 있다. 아니 기우일 것이다. 그것도 알아서 읽을 청춘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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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0-06-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그려져 있는 거로군요 사야겠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0-06-11 1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경국지색의 여인이라면, 그런 화보가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추천해 드리는 것이 좋을 듯 싶소! 혹시 [산타페]라는 고전을 아시는가? ㅎㅎㅎ

Seong 2010-06-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야기의 힘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저자의 교훈은 좀 뜨악하지만요. :)

굿바이 2010-06-11 11:53   좋아요 0 | URL
참말로, 이번 기회에 원전을 다 읽어보려고 해요. 중국 고대 형벌제도 이런 것도 궁금했거든요. 어찌되었건 즐거운 독서였어요^^

동우 2010-06-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을유문화사던가) 사기를 힙들여 읽은적 있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원전이라면 감히 접근이야 했겠습니까)

하하, 굿바이님.
제국 권력의 황실이나, 필부필부의 가정이나.
제황의 심장을 노리는 자객이나, 아비를 증오하는 자식이나.
인간의 실존이 만드는 형태는 대략 비슷비슷한듯.

해설을 읽으면 궁형을 당한 치욕 속에서도 역사서를 저술한 사가의 그 치열한 기록의지같은건.
젊은 적에도 치지도외하고서는 재미로만 읽었으니.
게다가 아아, 갈수록 재미없는 책은 읽지를 못하겠으니, 권컨대 모쪼록 우리 굿바이님은 젊어서 많은 책들 섭렵하시구려.

굿바이님의 독서력은 지금도 놀랍지만......
그냥 늙은이다운 췌언이라오. ㅎㅎㅎ

굿바이 2010-06-18 12:29   좋아요 0 | URL
사기를 읽으셨을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월드컵 승부는 못맞춰도 헤헤^^

이런 말씀 드리면 혼나겠지만, 저도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하고ㅋㅋㅋ 이십대에 피해다닌 책들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만만하지가 않아요.

아~ 기회되시면, 추천해 주실 책 알려주세요. 기대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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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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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울의 심리학]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누구나,라는 단어에서 책을 읽기도 전에 적잖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니, 책의 분류에 따르면 '내인성 우울증'에 해당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위로를 처음부터 받은 셈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실제로 우울증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하니,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소개한 방법들에 신뢰가 갔다. 공감한다는 것의 위력은 이렇게 크다.  

우울증은 매우 복잡한 원인들로 발생한다. 또한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하루 아침에 치유되는 병도 아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따져 대처하면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경험이자 주장이다. 특히, 지은이는 이 책 19장에서 우울증의 원인으로 [낮은 자존감]을 지적한다. 자신감 부족, 떨쳐 버릴 수 없는 죄책감, 자기 증오, 외모 자신감 부족,여부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하게도 나는 모든 항목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튼, 지은이는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유년기 시절의 비난, 엉뚱한 죄책감, 부정적인 생각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유년 시절의 경험, 특히 유년 시절의 비난과 죄책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은, 우울증이 단순한 현실 도피용 꾀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우울증의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비난과 다르게 우울증은 그냥 어떤 순간들을 도피하기 위해 급조된 감상이 아니다. 어느 순간, 특히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대면하기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절이 어느 때 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시절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무능을 입증하는, 더 나아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열차게 공부하고, 일하고, 성공해야 하고, 또 성공을 유지해야 대접받는 사회에서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 우울하기에 움츠려 드는 것은 이미 낙오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타인들은 아무 무리없이 적응하고, 또 잘해내는 그 무엇이 내게는 불능일 때, 수치스러움은 점점 자존감을 낮추고, 학습된 무기력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듯 싶다.   

그렇다고 우울을 양산하는 시절이라서 나는 마냥 우울하겠소,라고 할 수도 없으니, 저자가 소개한 몇 가지 조언들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울증을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을 지라도, 삶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하면 족할 일이다. 그러니, 먼저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하는지 파악하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조금 접고, 내게 아주 의미 심장한 것을 발견해 이와 직면하자. 또한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 지고, 적절한 신체적 운동과 창의적 활동을 실행에 옮겨 보자. 아, 쓰고 보니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어찌되었건 위험한 결말을 연출하는 일 보다는 수월해 보인다. 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도, 그리고 당신들도 이 방법들을 조금씩 실천해 보자. 그리고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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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2010-06-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블에서도 이 책을 봤었네요.

우울증에 관한 책은,
읽어 보면 결국 해결방법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더라구요

그러나 어느 경계선에서 더 깊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고 있고
가까스로 자기 조절을 하는 수도 있고 한 마디로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대개의 성인 70 %는 그 경계선을 오락가락 하면서
제발 무슨 일만 안 일어나면 정상적인 생활을 잘 하는 것 같은 연기를 할 수 있기는 하죠.

우울증이 우울병으로 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자기 생의 주인은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의식이 희마한 사람, 약한 사람
즉 학교 다닐때 과외 없이는 절대 공부못하는 심지 약한 아이처럼
누군가 도와 주겠지 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있다 보면
자기 우울을 만들어 내는 원인은 사방에 가득가득.

저는 30대에 아주 심하게 오락가락의 증세를 겪었었는데
그때 정말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더랬어요
그때 그것을 해결하는 단어가 있다면 <감사> 였는데
감사 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서 가져지고 하는 게 아니라서
주변 사람의 무심한 횡포에 의해 많이도 상처를 받곤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자주 그 오락가락의 증상은 지속 되다가
요새는요. 많이 짧아요. 우울한 게 귀찮아지는 것을 보면
우울증으로 가는 병인이 없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마음은 너그러워져 가고 있고 동시에 늙어가고 있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도 인정하고 있구요
저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을 거의 줄였어요
자기를 미워하지 않으면 남 미워하는 마음도 줄어들고
비로서 감사 하는 마음도, 이렇게라도 살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굿바이 2010-06-09 12:01   좋아요 0 | URL
30대가 끝나면 저도 좀 좋아질까요? 저는 남들에게는 잘 안들키려고 노력하는데, 혼자 있거나 그런 상황에서는 좀 진상이예요^^

감사하는 마음이 쉽지 않을 때가 많아요. 너무 쉽게 분노하고, 때로는 모욕하고, 증오하고...마음이 풍랑 속에 갇힌 것 같아요. 언제나 이 마음들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고, 미풍에 햇살에 말랑말랑해 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멜라니아님 말씀처럼,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일이 참 힘드네요.

동우 2010-06-0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을 읽고 다시 느끼건대 우울증은 방어기제가 아닙니다.
감정모체의 리얼리즘입니다.
남이 보기에 아무리 깊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라도 우울증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요.
어떤 기질의 문제인것 같아요. 굿바이님, 멜라니아님, 나 또한.
이 책은 그 기질 개선에 도움이 될듯.

내가 먼저 맛보아 느끼건대, 나이 먹으면 젊은시절의 우울증은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그 대신 새로운 근심같은(이걸 우울증이라고 해야 할지), 막연한 불안이나 초조감 같은게 생기는것 같더군요.

이것은 정신적인 어떤 문제라기보다, 인간이란 보편적 특성의 생태학적으로 이해할 측면은 아닌지.

(후렴)
도무지 공감할수 없는 것.
굿바이님의 낮은 자존감이라는 부분.
자신감 부족, 떨쳐 버릴 수 없는 죄책감, 자기 증오, 외모 자신감 부족.

(아아, 굿바이님의 트라우마는 세기를 넘나드는 어떤 신화적인 것일지라..ㅎㅎㅎ)

굿바이 2010-06-09 12:07   좋아요 0 | URL
기질의 문제면...아....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엉엉!

어쩌면, 제가 보기에 좀 한심한 부분들을, 방어기제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정말 낙오한 것 같은 공포에 빠지거든요.

동우님의 말씀을 믿어볼께요. 시간이 가면 좀 더 좋아지겠죠^^

(후렴)
아~~~ 저는요, 진짜로, 다 해당되요. 쪽팔려서 안그런 척 하는거예요. 언제 상담이라도 좀 해주세요.

멜라니아 2010-06-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에게 자꾸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 보죠
예를들면 옆에서 자다가 남편이 일어나 앉아서 너 못생겼다 한숨이라도 쉬는 거에요?
영화 배우 같다고 싸인도 받는 분이.
그렇긴 하지 문소리가 아주 예쁜 배우는 아니니까 ㅋㅋ

어떤 얼굴 모습이면 마음에 들 것 같아요?
우리끼리 좀 이야기 해 보죠

나도 예뻤으면 좀 예뻤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남들이 욕해도)
나는 피부가 굿바이님처럼 화장 안 해도 되는 피부였으면 좋겠고
눈이, 굿바이님처럼
밤새고 나와도 반짝 반짝 거리고 하얀 눈자위에 핏줄도 안 섰으면 좋겠고.
허리가 굿바이님 처럼 낭창낭창 했으면 좋겠고
몸묵게 굿바이님처럼 가늘가늘 하늘 하늘, 어디 두면 날아갈 듯한 자태였으면 좋겠고,
굿바이님처럼 눈이 크고 영리해 뵈었으면 좋ㄱ겠고
30대 후반이면서도 20대 같았으면 굿바이님처럼...


이런 굿바이님이 원하는 외양은 고현정?
매릴스트립? 아님 현대 영화의 어떤 누구?


굿바이 2010-06-11 11:59   좋아요 0 | URL
음...어렸을 때는 언니가 매일 놀렸던 것 같아요, 희멀건하게 생겼다구요^^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멜라니아님이 혼내셔도 자복할께요.
저는 웬디의 강아지눈과, 멜라니아님의 오똑한 콧날과, 민정이의 도톰한 입술에, 호호야님의 동그란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뵐 때, 그때 제가 입은 옷이 좀 헐렁해서 말랑말랑해 보인 것 같아요. 진정 오해라구요!!!!! 쳇!

멜라니아 2010-06-1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0대 지나면 우울증은 엷어지고 자기 미워하는 것도 적어질 거에요
그 사이 잘 지내고 그 사이 우울해서 자살하지만 않으면 마흔 살 되고
마흔살 되어도 우울증이 그다지 호전이 안 되면 50 이 될 즈음에는
희미해질 거에요. 이때는 상당히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데다가
이미 신체의 여러 부분이 늙고 낡아가는 시기이니까
밤 새고 머리 싸매고 생각하려 해도 몸이 안 따라가주거든요

밤엔 자야하고, 배고프면 먹어줘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나게 되고 하면서
기분 나쁜 일도 덜 보게 되어서 우울한 일도 적게 될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것도 별로 기다려지지 않지요?

우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다 말아먹고 있으니까
이 세상을 슬퍼하는 자, 살아남아서 눈 뜨고 생각하고 고민해 줘야죠

하지만 사실, 굿바이님의 근본적인 우울은 말하지 않는 어떤 부분에 있을 거에요

이 블로그에서도 책글만 있고 음악만 있지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보이지 않지요
보이고 싶지 않으니 그 부분을 직면할 때는 혼자 잖아요
혼자 있으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고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혼자 껴안으려 할 때
힘에 겹잖아요. 힘에 겨우니 눈물이 날 것 같잖아요
슬픈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사실 우울한 것인지
서글픈 것인지 구분도 안 되잖아요.

속 이야기를 모두 해 보지는 않았으나, 몇 달 사이에 느낀 굿바이님에 대한
제 느낌이에요.
이 여자는 열어야 할 단지, 무거운 뚜껑이 꽤 있구나.

아는 척 하는 것,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거 이해해 줘요
만나서 말로는 못하겠는데 글이니까, 글은 잘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해서
마음가는 대로 적고 있어요.

지금당장 우울의 옷을 벗어버릴 수는 없지만 이게 어떤 산을 올라가기 전의
계곡쯤 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산을 꼭 올라가야 할 필요도 없겠다 싶을 때,
계곡물에 발 벗고 쉴 수 있는 때가 올 거에요


굿바이 2010-06-11 13:20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이 블로그가 있는지 친구들도 모르는 것 같아요. 네이버 블로그 할 때도 그랬고, 저는 미니홈피나 이런 건 아예 하지 않았거든요. 꼭, 드러내는 게 싫은 건 아닌데,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서로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끼리끼리였나.....

모르면서 아는 척 하시는 거 아닐거예요, 다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저도 주위에 있는 후배들 보면 어떤 것들은 말 안해도 짐작이 되곤 하더라구요. 물론, 불필요한 예단은 잘 안하지만, 그래도 어느 때는 보이기도 해요. 그러니, 멜라니아님이 짐작하시는 제 모습도 어떤 부분은 정확할 것 같아요.

여하간 조금씩 좋아지겠죠. 지금도 다 나쁜 건 아니구요~
걱정해 주시고, 마음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Seong 2010-06-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도 화이팅입니다! :)

굿바이 2010-06-11 11:54   좋아요 0 | URL
Tomek님고 화이팅입니다! ^^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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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이 자신의 즐거움에 몰입하는 것을 두고 옳다, 그르다, 라는 평을 하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특히 예술의 영역이라면 그런 왈가왈부가 무의미해 보인다. 예술가에게 즐거움은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원천일테니 말이다. 물론, 여기서 즐거움이란, 다시 말해 쾌락이란, 고통까지도 포함한 것이다. 그럼, 글은 또 어떠한가? 어떤 소재를 선택하는 일도, 그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도 글쓰는 이에게 즐거운, 그러니까 글쓰는 이도 즐겨야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독자의 입맛을 고려해 글쓰는 이의 쾌락을 거세하는 것은 무지한 처사일 수 있다. 그저 서로 잘 통하는 이들이 만나면 그만일 일이다.   

서로 잘 통하는 작가와 독자가 있다. 아마 즐거움을 느끼는 대목이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글을 만나면 참 반갑고 설렌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좀 아쉽다. 그렇다고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 글이라 매도할 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감동적인 책으로 읽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쓴이의 즐거움을 오롯이 나눌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물론 소개된 음악이나 그림들은 나도 아끼는 것들이라 저자의 선택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책의 제목으로 가늠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여기에 소개된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려면] 작가의 감성적인 접근 방식만으로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글쓴이의 감성을 충분히 녹여낸 글쓰기 방식은, 아마 저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쓰기 형태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상평이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에 비해 너무 많다 싶다. 이런 구조를 비난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랬으면 차라리 다른 형태의 책을 집필하거나, 다른 매체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여전히 위대하다고 칭송되는 이유는 그의 작품들이 위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식상한 주제들을 그 시대에는 혁명이라 부를 만한 형식과 상상력으로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위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궁색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다. 대중에게 어려울 수도 있고, 낯설 수도 있는 예술을, 좀 더 쉽게 설명하고 공감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면 좀 더 혁명적인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누가 봐도 좋은 경력을 소유한 작가에게 혁명적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고,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나의 무지를 탓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저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를, 그것도 너무 은밀한 일기장을 읽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나는 관음증 환자가 아니다. 그러니, 타인의 일기를 보는 일에 심드렁할 수 밖에 없다. 일기라면 내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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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냐며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 김별아의 <미실>의 한 대목이다.  

" 기적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냐며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기적이 온다. 아무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기적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 서울과 경기도에서 울었을 당신들과 나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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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밤, 몸은 한곳에서 모니터를 향하지만 맘은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던 그 달뜬 마음, 설렘, 습관화되었으나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분노, 뭐 그런 것들...

그나저나, 우리는 정말,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는 건가봐요.

굿바이 2010-06-04 15:26   좋아요 0 | URL
나의 옹졸함을 뉘우치며 설레던 그 밤이 그리 짧을 줄이야, 동이 트는 아침, 말쑥한 해를 보며, 웃었다. 날이 밝아서 웃고, 설레던 밤이 그리워 웃고...

살아있는 한, 다시 오겠지, 믿고 싶어.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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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언어와 만나면 몸이 먼저 긴장한다. 종종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행지에서 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가 되곤 했다. 그렇게 낯선 언어는 나의 자존감쯤은 우습게 깔아뭉겠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주는 희열도 있었다. 타국의 언어를 감각으로 읽어내는 즐거움, 언어와 감각이 내밀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알아채는 희열. 그렇지만, 희열의 순간은 짧고, 긴장과 무기력은 길었다. 마누엘 푸익의 언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렇지만, 작가의 언어가 낯설었다는 주장은 위증일 수 있다.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몰리나에게 나 역시 귀를 쫑긋 세웠고, 영화 이야기 중간중간 자신의 욕망을 재배치 하는 몰리나의 순진함에 깔깔거렸으니 말이다. 덧붙여 영화 속 주인공의 복장을 설명하는 부분들, 예를 들면 " 쟁반에 유방을 담아 갖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드레스 말이야" 와 같은 대목에서는 박장대소했다. 튜브 드레스를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도 있구나 싶었다. 또는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구두쇠야. 그런 사람은 자기 것을 주는 것도 싫어하거든"이라는 구절에서는 뜨끔을 넘어 화끈거렸다.  

또한 소설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고립된 장소, 억압당하는 신분, 암울한 시대 상황, 그리고 비연속적인 요소들(등장한 영화들)이 중심 인물과 시간의 전개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삶의 문제들과 관계를 맺는 구조는, 거미줄처럼 유연하고 탄탄했다. 그러니까, 독서가 좀 심드렁했어요, 뭐 이렇게 풀 죽은 척 하는 것은 거짓이다. 차라리, 거미여인의 거미줄에 아뿔싸! 붙들렸는데, 왜 제가 거미여인의 먹이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도가 솔직한 심정이리라.  

솔직해 졌으니, 좀 더 이야기 하면, 나는 몰리나의 성적 취향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문적 지식은 아니더라도, 책에 언급된 몇 몇 정신 분석학자의 글도 이미 읽었고, 퀴어와 관련한 소설이나 영화도 여러 번 접했던 터라, 놀랄 것도 대단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몰리나가 [여성적인 것]이라 말하는 것들과 발렌틴이 [해방]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더 마음이 쓰였다. 특히, 발렌틴 스스로 사회주의자요, 해방을 논하지만, 몰리나의 욕망이나 몰리나가 소개하는 대중문화를 억압하는 부분은 답답했다. 작품이 주는 답답함이 아니라, 실존이 주는 답답함이다. 더 나아가 그런 발렌틴의 의식이 몰리나의 헌신적인 태도(사랑이라고 쓰려니 좀 그렇다)에 의해 바뀌는 모습도 못마땅했다. 작품이 어깃장을 놓는 게 아니라, 헌신이나 희생으로 깨닫는 그 무엇, 요즘 표현으로 꽃이 지니까 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그런 고백들이 오버랩 되어서 못마땅했다.   

결국, 책을 읽는 시절에 부아가 돋는데, 눈흘김은 책에 보낸 셈이다. 사람 덜 된 것은 뭘 해도 이모양이다. 기약없지만, 시절이 좋아지면 다시 한 번 읽을 예정이다. 배배 꼬인 심사가 풀어지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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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부족 5월의 책 - 거미여인의 키스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6-03 02:41 
    책부족 독후감 호호야님 :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377 쟁님 : http://blog.daum.net/zanygenie/52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3 굿바이님: http://blog.aladdin.co.kr/good..
 
 
hohoya 2010-06-0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굿바이님의 독후감도 독후감이지만 태그가 더 멋져부러요.
사랑은 몰라도 선거는 해야죠.
그래야죠.
그 투표는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정치범 발렌틴을 위한 것이고 성적소수자인 몰리나를 위한 것이기에 내일 투표를 하러 갈 겁니다.

투표장에 부부가 따로따로 가거나 서로 먼산만 바라보다 도장을 어디에 찍을지 몰라 허둥댈까봐 멜라니아님 충고대로는 못할 망정 어쨋든 화해를 했답니다.
오로지 투표를 위해서 말이지요.

이 거미여인의 독후감을 쓸 당시 냉전중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이제 화해도 하고 여유를 되찾고보니 다른 분들의 독후감이 더 잘 들어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왜 위대한지 몰랐고 사실 지금도 일말의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 영화에서는 더 잘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책뒤의 해설이 없었던들 그저 시시하다고 느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굿바이 2010-06-03 14:00   좋아요 0 | URL
투표도 하고, 기도도 하고, 밤도 세웠는데, 어쩔 수 없음에 어쩔 수 없어하고 있습니다. 몇 몇 지인들과 통화를 하고, 결과 이후의 정국을 가늠도 해보지만 답답한 마음이 쉬이 풀리지가 않네요.

저도 거미여인은 영화로 볼까 생각 중이예요. 그리고 나자리노도 다시 찾아보려구요.^^

차좋아 2010-06-0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귀가 쫑끗 나도 나도 ㅋㅋ
사실은 더디게 읽었는데도 그래도 너무 재밌었어요.
거미여인의 거미줄에 걸린 기분마저도 좋더라고요.

저는 발렌틴의 의식이 몰리나의 작업(사랑이라고 하려니 좀 그렇네요ㅋ)에 넘어간 설정이 너무 좋았어요. 의식보다는 실존의 관계가 더 절박하잖아요^^

영화도 보고 싶네요. 저는 이야기가 궁금해 주석은 하나도 안읽었어요. 책 읽고 나중에 읽으려 했는데 지금은 또 마음이 안나네요~~

굿바이 2010-06-03 13:56   좋아요 0 | URL
몰리나의 작업에 혹시 향편님이 넘어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ㅋㅋ

사실, 그럴 수 있죠. 내가 좀 불편했던 것은, '희생'이나 '헌신'이런 것들일 꺼예요. 물론, 희생이나 헌신이 나쁘다는 게 아니예요. 나도 기꺼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걸 다 정치적이라고 하는 건 아니예요. 그냥, 몰리나 스스로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성적인 것에 집착하는게 안쓰럽다고 할까요...

차좋아 2010-06-03 23:25   좋아요 0 | URL
넘어가고 싶었던게 아니라 넘어갔었어요 ㅋ

딱히 여자라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래 알았어 너 여자야~'하는 정도가 적당할 거 같네요. 세상에 둘 뿐이기도 하고요 ㅎ
발렌틴은 나중에 아주 폭 바진 듯 했지만, 그것도 그럴 수있겟다 싶어요. 어짜피 잘 모르니까...

동우 2010-06-0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몰리나의 성적취향에 관심없다는 굿바이님.

자존이 강하셔서 늘 그러시지요. 짐짓 스스로를 폄도 하시면서두루. ㅎㅎㅎ

그러면서도 적확한 지적.
'여성적인 것'과 '해방'

헌신이나 희생으로 깨닫는 그 무엇, 그 상투성이 싫으신 굿바이님.

책부족 굿바이님 없었더라면 팥고물없는 찐빵...
하하하

멜라니아 2010-06-03 02: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팥고물이 맛있는 찐빵.
민정이 와서 극찬했던 찐빵, 그 이름 인화당 찐빵을
서울의 굿바이님에게 보내 주고 싶은 후추장임다. ㅎㅎㅎ

굿바이 2010-06-03 13:09   좋아요 0 | URL
저 찐빵 완전 좋아해요, 헤헤^^

동우님,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타인의 취향까지 신경쓰기에는 제 삶이 좀 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아요. 청룡열차 만큼요.

그리고 또 고백하자면, 저는 대중의 천박함이 싫어요. 그 무지함도 두렵구요.그래서, 대중을 향해 외치는 '해방'이 혹은 스스로 부르짖는 '해방'이 단어 그대로 읽히지가 않아요. 만약, 그것을 글자그대로 믿었더라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았을 겁니다. 지금보다 더 어리석은 모습으로요.

아참, 저는 자존감 없어요. 뭔가 오해라구요!!!

추신: 다음에 뵈면 다들 찐빵먹어요~ㅋㅋㅋ

멜라니아 2010-06-0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쟁반에 유방을 담아 갖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드레스 가 튜브 드레스 라고 해요?
독후감을 읽다 보니 독서 내내, 제가 그 거미줄에 안 걸리려고 심드렁하니
책부족 숙제라서 걸린 척 한다는 태도였다는 걸 알겠어요
동우님이 독후감에서 다시 보는 문장은 분명 읽었던 것임에도 제 기억에 희미해져 있었고
튜브 드레스 이야기도 그래요.

그러니 저는 영 딴짓처럼 튜브 드레스를 상상하면서
그런 옷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 볼까 입어 볼까 까지 생각이 미치고 있어요.

또한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구두쇠야. 그런 사람은 자기 것을 주는 것도 싫어하거든"이라는 구절에 밑줄을 긋고 싶은 것은
요새 새롭게 느끼는 바이고 하니, 책읽기 보다 독후감 읽기에서
이 책부족의 읽기는 더 흐믓하기까지 합니다.

거미여인은 지나갔고, 오늘 이 댓글을 쓰는 시간은 선거방송이 거의 끝마무리에 와 있는 떄인데
저는 발렌틴에는 동조하지 않더라도
게다가 민주 운동 같은 것엔 몸 담아 본 적도 없으면서

제가 찍은 사람이 도지사가 되어서 무척 기쁜 시간입니다
그를 응원하기 보다는 안 될 사람이 되어선 안 되기에
제 표를 라이벌인 그에게 주었던 바인데
선거 마지막 까지 제가 위험하다가 생각했던 사람이 계속 우위에 있자
이명박에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국의 대중이 싫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제주도민을 싫어할 마음을 먹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새벽 1시가 넘어 역전이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눈을 의심하다가 2시가 되어서는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가 되었고
지금은 축하의(되어선 안 될 사람이 낙선한 것에 대한) 축배를
함께 들어 알딸딸한 상태입니다
매우 기분 좋습니다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몰리나이지만
그가 걸어놓은 상상의 거미줄에 들어가 행복해지고 싶은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굿바이 2010-06-03 12:57   좋아요 0 | URL
제가 사업이 좀 피면, 예쁜, 그리고 우아한 튜브드레스 선물해 드릴께요.^^

제주도 개표사항을 보면서, 멜라니아님이 떠올랐습니다. 참 답답하시겠구나 싶었는데, 막판에 역전이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당선자를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투표는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부적격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행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만족하시면 어떨지 싶습니다.

뜬눈으로 보낸 밤입니다.
아쉬움도, 어슴프레한 희망도, 단단히 버티고 있는 절망도 보았습니다.
2년 뒤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그때는 지켜보는 사람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신할까 합니다.

멜라니아 2010-06-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사업이 좀 피면, 예쁜, 그리고 우아한 튜브드레스 선물해 드릴께요.^^

모두 이 말을 기억했다가 오리발 안 나오게 하십시다 ㅋㅎㅋㅎㅋㅎ
저는 드레스 값을 빵으로 때우기로 할까요? ㅎㅋㅎㅋ

어제 시청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청이 평평하고 안전하고 사람들이 착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아마, 제가 떨어뜨리고 싶었던 현 후보가 당선 되었다면
저ㅡㄴㄴ 시청에 걸어다니는 사람, 버스에 타고 가는 사람, 운전을 하는 사람
가게를 연 사람 ... 모두
저것들이 그 사람을 찍었단 말이야? 하면서 씩씩거리고 종내는
집에서 4년동안 안 나가려고 다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장은 아마도, 오세훈 씨를 좋아해서 찍고 한명숙씨는 좋아서 찍었다기 보다는
한명숙 씨에 비해 오세훈 씨 쪽이 분명하게 제시하거나 이익이 될 것 같은 인물이었다는 것에 비해
한씨 쪽은 불투명하고 원론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 번 대통령 후보일 때 나와서 이야기 할 때도 그 점이 아쉬웠는데
사람 좋은 거 하고 정책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은 다르니

다음 대통령 선거엔 다른 인물이 민주당 후보여댜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ㅎㅎ
그리고 경기도 쪽은
유시민 씨가 좋아하는 쪽 그에게 기대하는 쪽도 많지만
그만큼 안티도 많이 거느리고 있어서.. ㅎㅎ
저도 유시민 씨 안 좋아하거든요. 정신은 좋을지 모르나 리더는 아니다고 봐요

멀리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평가를 해 보는 겁니다

제주도에선 일단 안심입니다
아주 진보적이진 않아도 명예를 걸고 이번만 도지사를 하고 물러나겠다고 했으니
무리하게 나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굿바이 2010-06-07 11:41   좋아요 0 | URL
오리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까이껏~ 뭐든 좀 풀리면^^

오세훈씨에게 현직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문제는 잘 배우고 잘 자란 분인데, 좀 느긋하고 차분하게 행정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죠. 개발 논리도 다 나쁜 것은 아니니까, 어떻게, 누구를 위해, 그리고 향후 발생가능한 일들을 다 고려해서 진행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한명숙씨도 행정은 잘 하리라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좀 더 준비하고 고민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한명숙씨의 인격을 믿고 투표를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유시민씨는 이번 일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꼭 그래야 하구요. 그리고, 전화위복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 믿구요. 고정관념 속에 존재하는 리더의 모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제시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이번 결과는 그를 더욱 뼈아프게 해야 합니다.

토깽이민정 2010-06-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수업시간에 읽었던 에세이 중에, 미국 여자동성애자가 미국내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여성과 남성간에는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일반인이 동성애자를 곁눈으로 보고 손가락질하는 것과는 달리 동성애자들사이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들을 자신의 아래에 있는 존재들로 본다라고 하는 글을 읽었었거든요.

억압을 받는 사람들끼리든, 혹은 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든
어디서든 또다른 억압이 존재하는 현실에대한 풍자.

저도 발렌틴의 '넌 아무것도 모르니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 맞는 거야'하는 태도는 눈에 참 거슬렸어요. 몰리나가 스스로를 낮추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랄까.
그런데도 발렌틴이 결국 몰리나의 거미줄에 얽히는 결말이 웃기죠. 그런면에선.

몰리나의 헌신의 승리로 볼 수도 있지만,
순진하고 유도리없는 발렌틴이 '제꾀에 제가 당했다'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말이에요.ㅎㅎㅎ

굿바이 2010-06-07 11:29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뭔가 그들만의 연대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네. 미국은 드러난 숫자가 훨씬 많으니까 사회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근거가 더 많을텐데, 한국은 아직 미흡하다 싶어.

나는 몰리나의 헌신이 완전 짜증이었어. 이해하고 안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는 그 뭐랄까 헌신컴플렉스 같은 것들이 생각나서 말이야.
내 경우로 유추해 본다면, 분리불안이 원인이었던 것 같은데, 좀 나이를 먹으면 벗어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거든.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려면 뭘 어찌해야 하는지 통 모르겠다.

그러니, 몰리나의 징징 엉기는 그 모습이 좋아 보일 수 없지, 나도 계속 저렇게 사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이건 화를 넘어 공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