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극 ‘노’ -『망한가』를 보다 -

 

(노파 역을 한 남자 배우, 이분의 연세가 우리 나이로 78세였다)

 

일본의 3대 전통극이 노, 가부끼, 분라쿠라고 한다 

그 중에 5월 16-17일 부산 연극제 초청작이었던 ‘노’ 공연을 보았다. 가부끼는 직접 본 적은 없어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노’는 처음이다. 일종의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는 제례의식 같았다

  제목은 ‘망한가’

  내용은 일본의 한 승려가 전라도 단월이라는 마을 찾아온다. 태평양 전쟁 때 희생된 조선인 이동인이라는 젊은이가 아내에게 쓴 애절한 편지 한통을 전하기 위해서다.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백발이 된 이동인의 처에게 편지가 전해지고,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오두막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노파는 편지를 읽고 난 후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술잔을 기울인 뒤 ‘한의 춤;을 추면서 다시 오두막집으로 사라진다.


 극을 쓴 다다 도미오씨는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한국인 피해 사례 를 수집하던 중 한국인들의 아픔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며 "이번 공연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그 분들의 넋을 위로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 일간 감정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양심있는 일본인들 중 한 사람으로서 사죄의 뜻으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노’는 좀 지루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갔다. 그런데 정말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보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배우들의 걸음걸이, 몸짓, 음악, 무대 장치 같은 것들도 생소하고 독특했다. 안내 팜플릿을 미리 읽어두었기에 망정이지 배우들의 행동을 보고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 장구 같은 전통 악기를 이용해서 요코큐를 연주하고 그 연주에 맞춰 극이 진행된다는 것 정도만 건졌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 서울여대 성혜정 교수의 통역으로 ‘노’의 스텝이나 음악 등에 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노’에 남자배우들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노’가 연극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남자들만 공연을 했던 까닭에 극의 형태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거의 남성배우들이 ‘노’를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전통극 압살라 공연을 보고 앙코르왓에 새겨진 부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듯이 ‘노’를 통해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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