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붓』, 동화 한편이 그려지다
지난 주 토요일, 면학 도서를 갔다가 ‘경성대 개교 50주년 기념 루브르 박물관 소장 판화전’이 5월 31일까지 열린다는 안내 팜플릿을 봤다.
오늘 중학생 녀석들 논술 수업을 끝내고 오는 길에 경성대 제1 미술관에 들러 감상을 했다. 최근작들은 크로키나 데생같은 느낌을 준다.
중간 쯤 가다보니 『여행하는 붓』(1998, 피에르 알레친스키)이라는 기막힌 제목의 판화 작품이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배 한 척이 떠 있고 붓끝이 배의 돛이되어 이리저리 길을 만들고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동화 한편이 그려진다. 배는 거친 풍랑을 만나 뜻하지 않는 항구에 닻을 내리기도 할 것이고, 잔잔한 파도 위를 떠다니며 낯선 항구로 여행을 가기도 할 것이다. ‘여행하는 붓’이 아니라 여행하듯 살아가는 나의 ‘삶’을 보는 듯 하다.
돌아보니 19세기나 20세기 중반에 나온 판화 작품들은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위에 있는‘작은 숲’이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판화로 보는 나무나 숲, 지붕, 강물은 일반 회화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