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가 시들하다


린이는 

자존심이 강해 자기 주장이 무척 강하다

그래서 누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자기가 먼저 하려고 한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해

알아듣도록 설명을 하면 그제서야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며

순서를 정한다

다행히 가위바위보의 결과에 아무 말 없이 승복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뭐든지 빨리 해 내다가

다른 아이가 자신보다 먼저 무언가를 해 내면 마음이 급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행여 그런 모습을 친구들이 볼까봐 얼른 눈물을 닦고 태연한 척 하지만


린이를 보면 내 모습과 닮은 점이 많다

내 잘난 맛에 사느라 남이 나 보다 잘하는 꼴을 보면 배알이 뒤틀리고

내가 자신 없는 것은 남 앞에 어수룩한 모습 보이기 싫어 아예 시도 조차 하지않고

나중에 혼자서 끙끙대고 해 보고


그런데 린이가 시들하다

수업에 흥미를 잃게 될까 걱정이 된다

이제 조금씩 글쓰기 맛을 알아가고 있는데

린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 고민 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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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선거철이다. 그래서 4학년 이상 아이들과 ‘선거’를 주제로 토론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주 수업을 마치면서 다음 주에 연설문을 한 번 써 볼 테니 친구들한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 오라고 했다. 그러자 모둠 아이 4명중 1명 빼고는 전혀 관심이 없다. ‘도대체 그런 걸 왜하냐는 표정이다.

 

  드디어 금요일, 토론 수업을 끝내고 연설문을 써 보게 했다. 연설문을 써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 보겠다는 아이는 연설문을 쓰고, 나머지 3명의 아이들에게는 “그럼 우리가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장 부반장 선거’에 대한 네 생각을 한 번 써 보자” 고 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자신도 연설문을 한 번 써 보고 싶다고 했다. 이 아이는 산문을 참 잘 쓰는 아이다. 역시나 연설문을 처음 쓰는데도 제법 잘 쓴다. 그러더니 처음에 연설문을 썼던 아이랑 둘이서 다 쓴 연설문을 읽어가며 서로 문장이 어색한 부분도 고치고 좀 더 크게 말해야 할 부분도 체크해 가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주장글 쓰기를 하고 있던 2명 중 한명, 전혀 관심 없다고 했던 아이 하나가 이러는 거다.“선생님 저도 한 번 써 볼게요?” 이 아이는 한 학급의 반장이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아이인데 의외로 선거에 관심이 없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그래 그럼 한 번 써 봐라.”고 했다. 엄마가 돈 많이 든다고 반장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갈려고 했는데 두 친구가 하는 것을 보니 자기도 선거에 한번 나가 보고 싶단다. 연설문을 이리저리 궁리하며 쓰더니 먼저 시작했던 2명의 친구와 같이 연설 할 때 말하는 속도를 조금 천천히 해야 될 것 같다는 둥 그 말 보다 이 말이 더 낫겠다는 둥 해 가며 연습을 하고 있다.

 

   ‘토깽이 같은 이쁜 내새끼’가 아니라 이쁜 내 제자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남은 1명의 글을 봐 주면서 내심 얼마나 흐뭇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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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챙이 엄마가 걱정할 텐데 -


  구포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는 작은 연못이 있단다. 학교가 산중턱에 있어 산에서 내려 오는 물을 받아 연못을 만들었단다. 그래서 그 연못에는 물방개니 소금쟁이니 올챙이 같은 것이 많이 살고 있단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올챙이도 잡고 독개구리도 잡고(?)논단다. 연못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체험학습도 없을 것 같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 한명은 어떤 남학생이 독개구리를 잡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는데 나중에는 자기도 잡아보고 싶더란다. 그래서 독개구리를 잡으려고 연못 속을 봤는데 없더란다. 그래서 내일 잡으러 간단다.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자기반에 어떤 여자애는 올챙이를 잡아서 병에 넣어 가지고 교실에 들고 들어왔단다. 아이들이 올챙이 헤엄치는 것을 구경하며 잘 가지고 놀았는데 공부를 다 마치고 돌아갈 때 그 올챙이를 변기통에 버리고 갔단다.

 

  그 말을 들고 한 아이는 “화장실에 버리면 죽는데. 하수구에 버리지.”

  그러자 다른 아이가“ 그냥 연못에 부어주지. 올챙이 엄마가 걱정하잖아. 우리 엄마도 내가 늦게 오면 걱정하잖아요. 그러니까 올챙이 엄마도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 맞다. 올챙이 엄마가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아이구, 기특해라.”

  이 아이는 언젠가 친구들과 노느라 연락도 없이 늦게 왔을 때 엄마가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올챙이 엄마도 올챙이를 기다리며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참 생각이 참 고운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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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6-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챙이 엄마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지닌 아이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지닌 아이군요.

프레이야 2006-03-0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포는 제가 자라고 초등, 중학교까지 다닌 곳이에요. 친정식구들은 아직 여기 살구요. 이 초등학교는 어딜까, 궁금하고 반가운 마음입니다.

다솜 2006-03-0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천 초등학교예요.저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단편 동화 한편이 그려지더라구요
 

  3월달부터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르치고 있던 많은 아이들과 어쩔 수 없이 작별을 해야했다. 남자 아이들은 무덤덤한데 여자 아이들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나와 함께 생각을 쑥쑥 키워나가자고 ‘쑥쑥’이라고 모둠 이름을 지었던 아이들은 더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은 떡볶이 만들기를 하고 토요일날 추억 만들기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한 날, 앞 주에 준비해 올 재료들을 각자 나누어 주었더니 야무지게 챙겨왔다. 그런데 남자 아이 한명은 심한 감기에 걸려 오지 못했다. 이 수업을 아주 많이 기다렸던 아인데.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글쓰기는 다음 시간에 새로운 선생님과 해야한다고 했더니 앞에 바뀔 선생님이 계신데도 싫다는 기색을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 만들어 먹으면서 사진도 찍고 떡볶이 이름도 지었다. 아이들이 만든 떡볶이 이름은  ‘우리들의 추억 만들기 떡볶이’.


  이 모둠 아이들은 방학 숙제로 명승지를 다녀와서 글쓰기 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추억 여행은 부산의 명승지중 한 군데를 가기로 했다. 토요일, 부랴부랴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륙도를 갔다.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겸, 방학 과제물도 할 겸.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부산의 명승지 자료 뽑고 아이들이 견학하고 간단하게 정리할 표 만들고 허겁지겁 가는데 아이들한테 전화가 쉴 새 없이 왔다. 토요일 오전 수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초보 운전자라 아이들을 태우고 가면 위험할 것 같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사는 게 바빠 얼굴도 자주 못 본 같은 사무실 심선생님께 운전을 부탁을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명승지들 중 가고 싶은 곳을 정하다가 가까운 오륙도에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먼 곳을 가고 싶어 했지만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질 것 같아서 가까운 곳에 가서 놀다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음료수랑 과자를 사서 심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갔다. 그런데 오륙도 들어가는 길이 많이 바꿨다. SK뷰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살던 마을을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 짓는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니 새로 만들어진 오륙도 진입로가 나왔다.


  차를 중간에 세워두고 오륙도가 보이는 바닷가로 내려갔다. 아이들은 “너무 멋있다‘고 탄성을 질러댄다. 정말 아름다웠다. 거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대 정신은 없었지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이들은 수첩을 꺼내 들고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다른 선생님께 이 아이들을 인계하면서 '남 주기 아까운 아이들‘이라고 했던 것처럼 ’기특한 녀석‘들이다. 그런데 오륙도가  2개 밖에 안보인다. 섬이 겹쳐 보이는 곳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섬이 왜 2개밖에 없냐고 한다. 바닷가에 계시는 분께 물어보니 갈 때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가면 대여섯개로 보일 거라고 하셨다. 갈 때 그곳으로 가기로 하고 기암 괴석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그 위에 위태롭게 서서 낚시하는 분들이 많다. 앉아서 쉴 수 있는 편평한 곳을 골라 앉았다. 내려다 보니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하다. 작은 바위섬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지고 간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심샘과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또 저희들 대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논다.


(오륙도가 (두 섬밖에 안보이네)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시계를 보니 4시다. 아이들은 가고 싶은 기색은 없는데 날이 저물어지기 전에 출발해야할 것 같아서 기념 사진을 찍고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내려갈 때는 몰랐는데 올라올 때는 차 대 놓은 곳이 제법 멀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멀어요 하더니 나중에는 엉덩이 춤을 추면서 올라간다.

  차를 타고 아저씨께서 가르쳐 준 대로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니 오륙도가 4개 정도로 보이는 곳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륙도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따뜻한 컵 라면을 먹었다. 그 곳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오헨리의 소설‘20년 후’처럼 그 앞에서 3년 후에 만나잖다 그래서 6학년이 된 해 12월 31일날 1시에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슴이 뭉클하다.


   재철, 예주, 하영, 상희와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오는 길,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의 머릿속에 나에 대한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겠지만 아이들이 오늘 여행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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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5-11-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솜님, 부산에 사시네요. 제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 오셨더랬군요. 위에 있는 아이들 얼굴이 참말로 해맑네요. 넘 이뻐요. 다솜님 마음도 참 이쁘구요.
 

   이 시는 초등 2학년 여자 아이가 시 수업을 할 때 쓴 글이다. 

    우겸이만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놀 때 자꾸자꾸 보고 싶어진다

 

 이 세상에서 우겸이가 제일 좋다

 

  -이 아이는 우겸이가 너무 좋아서 학교 홈페이지에도 자기가 우겸이 좋아한다고 밝혔단다


  그리고 3학년 아이들과 생활글 쓰기 수업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 한 토막.

  한달에 한번씩 자리를 바꿔 앉는데 내가 가르치는 남자 아이를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단다. 그런데 자리를 바꿔 앉을 때 다른 여자아이가

  내가 가르치는 남자 아이와 먼저 앉아버린 모양이다

  평소 두 여자아이는 친하게 지냈는데 그만 같은 남자 아이를 좋아하는 바람에

  싸움이 벌어졌단다. 그런데 지금도 말을 않고 지낸단다

 

  -이 이야기를 내 수업을 받고 있는 같은 반 여자 아이가 해 주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주인공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번에 4학년 아이가

  “선생님 내일 D-day예요.”

  “무슨 D-day?”

  “내일 00이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려구요.”

  “어떻게 고백할 건데.”

  “유나랑 각본 다 짰어요.”


  - 이 아이는 토요일날 집으로 좋아하는 아이를 초대해서 약간의 스킨쉽과 함께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커플 반지를 줄 거란다.

 

  요즘 아이들은 참 적극적이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반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밝히고 커플 반지까지 주고 받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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