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선거철이다. 그래서 4학년 이상 아이들과 ‘선거’를 주제로 토론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주 수업을 마치면서 다음 주에 연설문을 한 번 써 볼 테니 친구들한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 오라고 했다. 그러자 모둠 아이 4명중 1명 빼고는 전혀 관심이 없다. ‘도대체 그런 걸 왜하냐는 표정이다.
드디어 금요일, 토론 수업을 끝내고 연설문을 써 보게 했다. 연설문을 써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 보겠다는 아이는 연설문을 쓰고, 나머지 3명의 아이들에게는 “그럼 우리가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장 부반장 선거’에 대한 네 생각을 한 번 써 보자” 고 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자신도 연설문을 한 번 써 보고 싶다고 했다. 이 아이는 산문을 참 잘 쓰는 아이다. 역시나 연설문을 처음 쓰는데도 제법 잘 쓴다. 그러더니 처음에 연설문을 썼던 아이랑 둘이서 다 쓴 연설문을 읽어가며 서로 문장이 어색한 부분도 고치고 좀 더 크게 말해야 할 부분도 체크해 가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주장글 쓰기를 하고 있던 2명 중 한명, 전혀 관심 없다고 했던 아이 하나가 이러는 거다.“선생님 저도 한 번 써 볼게요?” 이 아이는 한 학급의 반장이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아이인데 의외로 선거에 관심이 없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그래 그럼 한 번 써 봐라.”고 했다. 엄마가 돈 많이 든다고 반장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갈려고 했는데 두 친구가 하는 것을 보니 자기도 선거에 한번 나가 보고 싶단다. 연설문을 이리저리 궁리하며 쓰더니 먼저 시작했던 2명의 친구와 같이 연설 할 때 말하는 속도를 조금 천천히 해야 될 것 같다는 둥 그 말 보다 이 말이 더 낫겠다는 둥 해 가며 연습을 하고 있다.
‘토깽이 같은 이쁜 내새끼’가 아니라 이쁜 내 제자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남은 1명의 글을 봐 주면서 내심 얼마나 흐뭇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