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부터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르치고 있던 많은 아이들과 어쩔 수 없이 작별을 해야했다. 남자 아이들은 무덤덤한데 여자 아이들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나와 함께 생각을 쑥쑥 키워나가자고 ‘쑥쑥’이라고 모둠 이름을 지었던 아이들은 더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은 떡볶이 만들기를 하고 토요일날 추억 만들기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한 날, 앞 주에 준비해 올 재료들을 각자 나누어 주었더니 야무지게 챙겨왔다. 그런데 남자 아이 한명은 심한 감기에 걸려 오지 못했다. 이 수업을 아주 많이 기다렸던 아인데.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글쓰기는 다음 시간에 새로운 선생님과 해야한다고 했더니 앞에 바뀔 선생님이 계신데도 싫다는 기색을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 만들어 먹으면서 사진도 찍고 떡볶이 이름도 지었다. 아이들이 만든 떡볶이 이름은  ‘우리들의 추억 만들기 떡볶이’.


  이 모둠 아이들은 방학 숙제로 명승지를 다녀와서 글쓰기 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추억 여행은 부산의 명승지중 한 군데를 가기로 했다. 토요일, 부랴부랴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륙도를 갔다.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겸, 방학 과제물도 할 겸.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부산의 명승지 자료 뽑고 아이들이 견학하고 간단하게 정리할 표 만들고 허겁지겁 가는데 아이들한테 전화가 쉴 새 없이 왔다. 토요일 오전 수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초보 운전자라 아이들을 태우고 가면 위험할 것 같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사는 게 바빠 얼굴도 자주 못 본 같은 사무실 심선생님께 운전을 부탁을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명승지들 중 가고 싶은 곳을 정하다가 가까운 오륙도에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먼 곳을 가고 싶어 했지만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질 것 같아서 가까운 곳에 가서 놀다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음료수랑 과자를 사서 심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갔다. 그런데 오륙도 들어가는 길이 많이 바꿨다. SK뷰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살던 마을을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 짓는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 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니 새로 만들어진 오륙도 진입로가 나왔다.


  차를 중간에 세워두고 오륙도가 보이는 바닷가로 내려갔다. 아이들은 “너무 멋있다‘고 탄성을 질러댄다. 정말 아름다웠다. 거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대 정신은 없었지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이들은 수첩을 꺼내 들고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다른 선생님께 이 아이들을 인계하면서 '남 주기 아까운 아이들‘이라고 했던 것처럼 ’기특한 녀석‘들이다. 그런데 오륙도가  2개 밖에 안보인다. 섬이 겹쳐 보이는 곳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섬이 왜 2개밖에 없냐고 한다. 바닷가에 계시는 분께 물어보니 갈 때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가면 대여섯개로 보일 거라고 하셨다. 갈 때 그곳으로 가기로 하고 기암 괴석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그 위에 위태롭게 서서 낚시하는 분들이 많다. 앉아서 쉴 수 있는 편평한 곳을 골라 앉았다. 내려다 보니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하다. 작은 바위섬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지고 간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심샘과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또 저희들 대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논다.


(오륙도가 (두 섬밖에 안보이네)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시계를 보니 4시다. 아이들은 가고 싶은 기색은 없는데 날이 저물어지기 전에 출발해야할 것 같아서 기념 사진을 찍고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내려갈 때는 몰랐는데 올라올 때는 차 대 놓은 곳이 제법 멀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멀어요 하더니 나중에는 엉덩이 춤을 추면서 올라간다.

  차를 타고 아저씨께서 가르쳐 준 대로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니 오륙도가 4개 정도로 보이는 곳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륙도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따뜻한 컵 라면을 먹었다. 그 곳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오헨리의 소설‘20년 후’처럼 그 앞에서 3년 후에 만나잖다 그래서 6학년이 된 해 12월 31일날 1시에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슴이 뭉클하다.


   재철, 예주, 하영, 상희와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오는 길,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의 머릿속에 나에 대한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겠지만 아이들이 오늘 여행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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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5-11-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솜님, 부산에 사시네요. 제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 오셨더랬군요. 위에 있는 아이들 얼굴이 참말로 해맑네요. 넘 이뻐요. 다솜님 마음도 참 이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