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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 2
제리 위코프.바바라 우넬 지음, 장여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찌기 최진실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요? 물론 이말이 어불성설임은 최진실 본인 조차도 절실하게 깨달았을겁니다. 다 큰 성인이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해 제어되거나 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론은 남자를 잘 골라야 한다는 말씀! 하지만, 자식은 다릅니다. 자식이야 말로 부모하기 나름이죠.놀랄만큼, 부모나 주위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아이를 보며 절실하게 느낀 점입니다. 물론 자식은 골라낳을 수 없기도 하구요.
요즘 한 TV프로에서 양육방법에 관한 리얼리티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얼마전 온 국민의 공분을 받았던 쌍둥이들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놀란건 쌍둥이들의 패악스런 행동이 아니라 대다수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는데 "왜 이제껏 저런 버릇없는 녀석들을 매로 다스리지 않았는가"라며 유약한 부모를 나무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내 자식이었다면 반쯤 죽여주리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 사람들도 있더군요.(그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쌍둥이들은 축복을 받은 셈입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아동교육전문가라는 사람의 해결방식이었습니다. 회초리로 벌을 주고, 그걸로는 달라질 기미가 안보이자 해병대훈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아 아이들을 뺑이치게 만들다 어머니 은혜를 부르며 눈물흘리는 억지상황을 연출하더니 나중엔 해병대장을 집으로까지 찾아오게 해 재입소시키겠다며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을 보고는 저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의 폭력성향이 비정상적이라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게 마땅할진대(이상하게 TV화면을 통해서도 나타나는 문제점을 그 프로에서는 외면하더군요) ,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려고 하다니, 과연 진정한 의미의 훈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아이들의 행동변화는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서가 아니라 더 큰 폭력앞에 굴복하는 것에 다름아닐겁니다. 아이들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을 뿐 아니라 폭력의 헤게모니까지 터득한 셈입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방송에서 프로그램은 50여일만에 완전히 변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만.(믿거나 말거나)
"소리치지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운다니, 아이 안낳아 속모르는 사람이나 할 소리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학문에 왕도가 없듯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훈육이 잘못한 아이에게 벌을 주는데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잘못을 인식하고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한방에 일시적인 효과를 얻는 회초리에 기대는 어리석은 훈육방식을 취하지는 않을테죠. 더군다나 부모들이야말로 언제 감정적으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불완전한 인격체이니 말입니다.
의외로 훈육에 필요한건 타이머시계와, 생각하는 의자만으로 충분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울거나 떼쓰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되, 잘못된 점은 엄격하게 바로잡아주는 일은 순전히 부모의 소양이지만 말입니다. 회초리로는 부모의 권위를 세울수 있을지 모르나 부족한 소양을 만회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