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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분들이 소설의 감동적인 주제,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데, 전 어쩐 일인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보다는 디테일에 눈이 갔습니다. 도무지 머리에 그림이 떠오르진 않지만 구명보트에 대한 묘사,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해치우는 방법, 바다거북을 식용으로 손질하는 노하우, 끝없는 수평선으로 해가 지는 풍경이나 보트위로 날아오르는 날치떼같은 것 말입니다.
이 소설에 따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주인공이 살아남았다는 결말을 미리 알아버렸다고 실망하실 분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살아남았느냐가 관건이며, 주인공 혼자서 작은 구명보트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구체적인 생존의 방법과 묘사가 바로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무인도 서바이벌게임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설정합니다. 생존공간은 고작 작은 구명보트 한척뿐이라니, 대사도 거의 없던 영화 <캐스트어웨이>보다 지루하지 않을까는 걱정마세요. 몇가지 생존에 필요한 흥미로운 아이템도 주어지고, 벵골호랑이는 톰 행크스의 배구공 윌슨보다는 훨씬 더 훌륭한 친구가 되어주니까요.
사족처럼 붙은 동물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없었던게 좋았을텐데요. 소설에서마저 할리우드식 반전을 원하는 사람이 많진 않을테니까요. 벵골호랑이의 이야기야 신선하지만, 동물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구요.
다소 건조하게 리뷰를 쓰긴 했으나 흥미로운 소설임에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점이 짠건 나름대로 중심을 잡아보려 그런것입니다. 뭐든 치우지는건 바로 잡아보고 싶은 기이한 성질머리때문에..^^. 내버려두면 더 좋을 일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