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오디세이 1 - 기업의 인류학에 관한 친절한 강의 기업문화 오디세이 시리즈 1
신상원 지음 / 눌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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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책이 분류되어 있는 경영서 분야의 콘텐츠로 판단하자면 제가 언급할 내용이 별로 없어보입니다. 제가 기업문화나  경영이론,인류학에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말하자면 MBA의 케이스 스터디 대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기업문화를 정의하고 분석하여 이를 경영전략에 활용하는 조직론인데, 여기에 인류학적 고찰이란 고명을 영리하게 얹은 것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제가 문외한인것과 관계있는 것이겠지요. 분명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경영자나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은 백만 스물 두가지의 쓰임새를 찾아냈을 겁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책을 읽는 내내 격하게 즐거웠습니다. 

우선, (저자가 강력하게 원했을 것이 틀림없는) 학교앞에서 대충 제본한 학회집 퀄리티의 디자인과 제본이 주는 신뢰감이 그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베게만한 하드커버 책은 제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한텐 아웃입니다. 사람도 책도 첫인상이 중요하죠. 어떤 식으로든 내용에 걸맞는 모습을 하고 있기 마련입니다.(물론 예외가 있다는 걸 경험한 적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편견이 없어지지 않아요)

 '기업의 인류학에 관한 친절한 강의'라는 부제에 충실한 조곤조곤한 화법이 그 두번째이유입니다. 저자본인은 이해하고 썼을까싶도록 난해한 암호처럼 쓰여진 인문학 책을 읽다가 무지를 탓하며 던져버렸던 악몽을 씻고도 남을 만큼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리차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나 윤디 리가 연주하는 리스트라고 하면 좀 지나칠까요. 

그리고 세번째 이유는 콘텐츠 자체입니다. 서두에 제가 별로라고 했던가요? 경영이론으로서는 nothing special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작물 자체로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이책에서 사례로 든 IBM과 애플의 기업문화가 다르다는걸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그 차이를 접근하는 시각이 재밌습니다.  경영학의 조직론에서 다루는게 방법론으로서의 기업문화라면 이책에서는 구조주의 인류학이라는 방법론으로 기업문화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인문학도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라는 걸 주장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입장에선 저같은 독자가 서운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인문학의 실용적인 용도 확장보다 인문학적 방법론을 경영에 적용해서 이론화한 시도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조직론의 동어반복이 아니라 보다 입체적인 측면에서의 기업문화분석이 가능해질거라 생각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소위 인문학 위기의 시대에 이력서 쓸 곳을 찾지 못하는 철학이나 미학, 사학, 심지어 고전문학이나 고고학 전공자들도 자신의 학문분야를 경영이랑 접목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인문학도들에게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저자는 인사담당자나 경영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지만 전 인문학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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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9-2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와 ~ 제가 환영 플래카드 들고 박수 치는 모습 보이나요? ^_^

Fox in the snow 2009-09-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쑥스러워라..치니님 반갑습니다. 자주 뵈어요~ 리뷰는 한동안 안올렸지만 어느새 살롱분위기가 된 치니님 서재는 가끔 들렸는데 워낙 낯을 가리는 소심쟁이라 인사는 따로 못드렸어요.^^*

chaire 2009-09-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 갑자기 뜬 눈속의여우 님 글 보고 깜짝 놀라며 반가웠어요.
오늘은 반가운 분들의 글이 서재동네에 많이 보이네요.
이런 분위기, 왠지 정다워요.

아참. 탱탱한 문장은 여전하시군요 :)

Fox in the snow 2009-09-2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레님 안녕하세요. 흠흠..돌아온 탕자 분위기..같네요.^^.환영해주셔서 몸 둘 바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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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뉴욕에 도착한 날, 뉴욕 중심 한복판에는 쌍둥이 빌딩이 없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제가슴도 그 빈자리로 퀭하니 불어오는 바람에 아직도 저릿한데, 하물며..

 

오스카의 상처는 911테러로 아빠를 잃었다는 자체보다, 마지막 순간에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 자신으로 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그날 빌딩으로 날아 든 비행기가 아니라, 끝내 울리는 전화를 받지 못한 자신에게 향합니다.

"그런 얘기를 꼭 해야겠니?"
"네."
"지금?"
"네."
"왜?"
"제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넌 내일 죽지 않아."
"아빠도 그 다음 날 돌아가실 줄은 모르셨죠."
"너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빠한테도 일어나지 않을 거였어요."

소설의 다른 한축인 오스카의 할아버지의 이야기 역시, 해야할 말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날 밤 네 어머니와 난 내가 돌아온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었어, 마지막 같지가 않았어, 난 애나에게 마지막으로 키스한 적이 있고, 우리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보았고, 마지막으로 얘기를 했지, 왜 모든 것을 마지막처럼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가장 한스러운 것은 미래를 너무 많이 믿었다는 거야"

긴 시간을 돌아온 할아버지와, 앞으로 긴 시간을 살아가야 할 오스카에게 남긴 할머니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입니다.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

첫장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그날 "세계의 창"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사람들을 거꾸로 되돌리는 사진을 넘기다가 그만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어린 오스카에세 '무거운 부츠'를 신기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건드린 작가의 음흉한 의도가 괘씸하지만 ,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상처를 다독여 주었으니 용서해 주기로 하죠.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면, 잘 아물게 치유하는 길 밖에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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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 거기 있니, 있다면 내가 꼭 안아줄게
    from 음... 2010-12-08 14:22 
    감히 말하는데, 이 책 한 권으로 우리는 소설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물론, 원한다면) 선사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구나 아는 소재인데다 무겁기까지 한 사건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직조하는 것이 (물론, 어려울 테지만) 이토록 남다른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고, 주인공 오스카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잊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우리가 (혹은, 나만) 몰랐던 자잘한 상식도 덤으
 
 
 
아부의 기술 - 전략적인 찬사, 아부에 대한 모든 것
리처드 스텐걸 지음, 임정근 옮김 / 참솔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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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읽기 전에 리뷰들을 보고 성공지침서나 자기계발서류의 얄팍한 처세술이려니 했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했니, 속 보이죠?) , 읽어보니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이군요.


단순한 처세술에 관한 책으로 분류되기엔 억울할 정도로 (실제로 알라딘에서 심리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른 온라인 서점에는 처세술에 분류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이집트시대, 그리스시대, 중세사회를 거쳐 현대 미국사회와 할리웃 쇼비지니스 세계에 이르기 까지 아부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 내려왔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아부에 대한 잡학사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윗사람에게 잘 보여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을 얻고자 이 책을 찾은 사람들은 아마 저처럼 몇 페이지 넘기기 전에 실망할 겁니다. 이 책 어디에도 그런 매뉴얼은 없습니다. 물론 저같이 저급한 호기심으로 책을 선택한 독자를 위해 덧붙이는 글에 올려진 몇 가지 팁들이 있긴 합니다. 노골적으로 아부의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채우는 것은 작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테고 은근슬쩍 아부라는 코드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잔꾀도 부린 셈이지요. (아마 요즘 유행하는 처세술 책이었다면 이 분량 만으로 삽화를 곁들여 책 한 권을 만들고도 남았을 겁니다만)

그래서 구체적인 팁은 부록으로 슬쩍 올려두고, 사람들이 왜 아부를 하는지, 그 안의 심리학적, 사회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종교계에서 정치계에서 심지어 헐리웃 영화판에서는 아부가 어떻게 이해되고 통용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아부를 비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아부의 순기능을 옹호하는 것도 같지만, 결국 작가가 관심있는 건은 아부가 오랜 역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심지어는 원숭이 사이에서도) 어떻게 구사되어 왔고, 어떤 식으로 인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팩트에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로서는 그 어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아부의 정보를 준들 제대로 구사할 능력이 전무하기에 오히려 이쪽이 다행이지만, 세련된 아부를 구사할 수 있는 매뉴얼처럼 보이는 제목에 낚이신 분이라면 꽤 두꺼운 분량과 하드커버, 무엇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억울해 하실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면 본능적으로 아부란 단어에서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거부감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지만, 끝내 거부감을 물리치지 못한 강직한(또는 고지식한) 사람이라하더라도 과연 아부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상사에게 하는 게 곧 아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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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10-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에 대해 아주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때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아부, 즉 표현하는 칭찬의 마음이 관계를 해피하게 할 뿐 아니라 세상을 더욱 평화롭게 한다고 생각해요.
두껍다고 하시니 읽기에는 약간 망설여집니다만...^-^;;

Fox in the snow 2007-10-1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에서 우러나오면 아부가 아니잖아요.ㅋㅋ..이책을 보면 뭔가 댓가를 기대하고 하는 칭찬이 아부라고 하더군요. 속이 뻔히 보이면 실패한 아부가 되는 거구요. 가끔 실없는 소리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더라구요. 전.
 
마인드 해킹 -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엿보는 해킹 실험 100장면
탐 스태포드.매트 웹 지음, 최호영 옮김, 이남석 엮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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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심장에 있을까요? 두뇌 속에 있을까요?
스티븐 호킹책 서문에 나오는 지구는 거북이가 받치고 있다고 믿는 여자처럼 마음이 하트모양의 심장속에 있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가 우리 마음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종종 저 사람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적어도 내 머릿속은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이 책은 우리가 뇌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두되활동이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하고 조직화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얼마나 주관적이고 제한적인 지도 알려줍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눈에 인식되는 세계일뿐, 어쩌면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기억의 순서를 자신의 인식범위 안에서 뒤바꾸기도 하고, 있던 기억을 삭제하거나 없던 기억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또 편리한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가정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읽다보면 그 정교한 메카니즘이 놀라울 따름이예요.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수많은 하이퍼링크덕분에 PC앞에서 읽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지하철같은데선 읽기 힘들죠.(MIT 미디어 랩사이트에도 갈 일이 생기니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제일 놀라왔던 사실은 우리가 뇌의 10%밖에 쓰지 못하고 죽는다라는 경구가 비과학적인 신화에 불과하다는거였어요.이 경구는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열망일 뿐, 신경심리학자들은 적어도 80년 길게는 150년 이상 수많은 반증, 즉, 모든 두뇌활동에는 100%의 뇌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해왔답니다. 나머지 90%를 활용만 하면 나도 똑똑해지리라는 기대는 거두시길.^^

안타까와 하시는 분들을 위해 굿뉴스 하나. 두뇌계발을 위해선 안쓰는 영역(실제로 이런 영역은 없다고 하니)을 활성화시키는 시도보다는 전형의 활성화란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진 방법을 쓰면 됩니다.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수학성적이 오르는 것이죠. 어찌보면 플라시보효과같은 건데, 놀랍게도 5분 정도의 암시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대요. (음..점점 약장수같은 리뷰로군요.)

설득의 심리학같은 책을 재밌게 읽었던 분이라면, 열광하실만한 책이에요.
책 자체의 전문성도 평가할만 하지만, 일반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을 뿐 아니라 간간히 웃기기도 할 정도로 재치있어요. 읽고 나서 잘난척 할 수 있는 내용도 많구요.

두고두고 레퍼런스하고 싶은 책인데, 도서관에서 빌려 온 관계로, 새로 한권 살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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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06-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 역시. 항상 제가 생각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십니다. 뇌의 10% 밖에 못 쓰고 죽는다 라는 말은 믿지 않았지만, 100% 쓰고도 이 모냥이라는 것에는 좀 좌절이군요. 흐흑.
아무튼 읽어보려고 보관 리스트에 넣습니다 ~

Fox in the snow 2007-06-2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서재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요즘 통 소설이 안읽혀요.^^
 
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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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읽는 일은 내게 있어 초보요리사가 만든 전가복을 먹는 일에 비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갖 고급 해산물들로 만든 요리라, 엉터리 요리사가 불온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설탕을 소금으로 잘못 알고 넣지 않는 이상, 실컷 먹고 난뒤, 본전 생각에 억울한건 아닌데, 숙련된 주방장이 내는 그 오묘한 조화로움이 빠져 뭔가가 허전한 그런 요리말예요.

특히 초반부는 (그러니까 제인에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후반부에도 그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의 전개를 위한 것인지, 온갖 SF, 탐정, 고전, 로맨스, 액션, 심지어는 반전소설의 독자들을 노린 지능적인 낚시밥인지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알맹이 없이 뜸들이는 데 치중을 하고 있어서, 저같이 성질 급한 독자는 책을 저만치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책을 끝까지 읽어낸 것은 후반부에서 그마나 교통정리가 된 탓인지, (무식한 독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지적인 오기가 유발된 탓인지 알 수 없네요.

정작 이 소설은 그다지 지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건과 인물들의 유기적 관계가 매칭이 안되는 데서 오는 답답함을, 지적인 의구심이라고 하진 않겠지요.

많이들 언급하신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이"는 읽어보지 못해 알수 없지만,  이 소설에서 온갖 혼성 장르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모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문학작품으로의 여행이란 아이디어가 우디 앨런의 "쿠겔마스씨의 에피소드" 에게 빚졌다는 사실 역시 이책의 핸디캡중 하나입니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보봐리부인 대신에 고른 게 폭풍의 언덕이 아니라 제인에어라는 것도 아쉬운 점. 멋지구리한 히드클리프가 나와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요.

또 하나 이 소설의 약점은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는 겁니다.(그게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도 모르지만) 스밀라만큼이나 드물게 강한 캐릭터인 서스데이 외에는 제대로 공들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요. 악당인 하데스는 너무 평면적이라 펭귄맨만큼의 내면도 보이지 않고, 서스데이와의 해피엔딩이 의아할 정도로(도대체, 왜!) 랜던은 매력없고 사건에 대한 기여도도 제로에 가깝죠.로체스터 이야기는 벌써 했구요.사실 헐리웃 영화였더라면 로체스터는 제인뿐 아니라 서스데이와도 약간은 케미스트리와 텐션이 있어줘야 되는데,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죠.

다시 전가복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래서 맛이 없다는 거냐고 물어보신다면, ㅎㅎ, 저야, 전복이나 해삼은 회로도 잘 먹는 사람이니... 실컷 신나게 접시바닥 보이게 먹어놓고 투덜투덜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어설퍼도 전가복인데, 탕수육에 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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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04-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이 멋진 리뷰를 읽고도 '전가복'이 무언지 모르니, 그 맛이나 심오한 뜻을 알 수 없어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요

2007-05-18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1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