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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밀려오는 묵직한 감동을 추스려본지가 얼마만인지..감각적이고 가벼운 문장들이 들끊는 요즘..50년이 넘은 ‘제대로 된’ 소설을 읽은 감상이란 실로 감격적입니다.

각설하고.

그리스인이라.. 한국인이나 중국인, 일본인, 독일인 같은 단어가 풍기는 스테레오타입이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그리스인이라니..그러고 보니 그리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고작 오래된 신들의 사랑얘기나 폐허가 된 신전, TV 커피광고에 나오는 하얀 회벽칠한 집으로 뒤덮인 산토리니섬의 정경따위같은 지극히 단편적인 지식뿐이어서 도대체 그리스인들이 어떤 기질의 사람들인지 감도 잡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란 내겐 탄자니아인 조르바나 화성인 조르바만큼이나 이국적이고도 낯선 이미지로 다가왔고 진정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게 되리란 기대를 갖고 이 책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책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아니라 자유인 조르바에 대한 책이더군요.(여전히 전 그리스에 대해선 무식한채로입니다^^)

세치 혀로 주어들은 진리에 대해 논하는 자야 셀수도 없이 많지만 삶을 통해 체득한 진리, 삶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평생을 살아가는 자가 몇이나 될까요? 심지어 죽음마저도 그의 방식대로 창가에 서서 맞이합니다. 물론 그의 방식에 다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다면..) 적어도 그의 삶이 가진 진정성은 그 어떤 철학자의 그것보다 감동적입니다. 어쩌면 소심한 나로선 상상하기 조차 힘든 삶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아직도 조르바가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과장된 인물이겠죠?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과 육체를 가진 인간이 존재했다니.. 조르바식으로 얘기하자면 영혼이 자유로와야 육체가 자유로와 지는게 아니라 육체가 자유로와야 영혼이 자유로와지는 거라죠? 그렇다면 시간과 돈과 관계, 도덕률의 노예인 저는 자유인이 될 가망성, 제로에 가깝군요-_-;;

사족을 붙이자면, 번역에 대한 칭찬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번 이윤기님의 역서를 읽으며 느끼는 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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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마루야마 겐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받고, 고독하며, 강인합니다.

이문열식 마초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 남자들은 세상을 고뇌하기 보다는 살아내는데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삶이란 약한 인간보다는 처세술이라곤 조금도 없이 강하기만 한 인간에게 더 냉혹한 법이죠. 평생에 손자에게 들려줄 제대로 된 무용담 하나 없고, 누구의 축복도 없이 태어났지만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는 인간..어쩌면 세상의 잣대로는 낙오자 일지도 모르는 그들은 어찌보면 구도자같기도 합니다.

그 인물들을 구축한 정체를 이 에세이집을 통해 조금은 알것 같군요. 소설가의 신변잡기라고 마루야마는 사소설을 경멸하지만, 역시 소설이란 작가의 투영임에 어쩔수 없나봅니다. 후후..

그동안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보았던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에세이에 나타나있더군요..

소설가의 정치적 발언이나 쇼맨십, 패거리문화를 무쟈게 싫어하고, 소설쓰기를 돈벌기나 출세의 방편, 취미생활이 아닌 ‘생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그의 소설관, 백경외엔 제대로 된 책한권 읽지 않았지만, 짧지않은 세월동안 오로지 소설쓰기에만 전념하는 작가정신도 맘에 듭니다.

그가 경멸해마지않는 문단이나, 문예지에서 주겠다는 문학상은 거부하는 그지만 평생에 가장 받고 싶은 상이 있답니다.
마루야마상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말예요.
괴팍해보이는데 귀여운(?) 구석도 있군요.

일본문단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잊을 만하면 소설가의 양심운운하며 신문에 얼굴을 내미는 이문열씨나 고시공부하듯 책읽기에 전념해 입신양명한 이인화씨같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나저나 마루야마 씨 무지 괴짜입니다.^^

별하나는 그의 소설을 위해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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