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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싸일런트 월드
잭 이브 쿠스토 지음, 김풍등 옮김 / 풍등출판사(스쿠바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매일 아침 깨어나 말한다. "아직도 살아 있구나. 이건 기적이야."
그래서 도전을 계속한다. >
자크 이브 쿠스토는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인었다고 합니다. 그는 해군장교이자 전쟁영웅이었고, 스쿠바다이빙의 효시가 되는 아쿠아렁을 발명한 발명가였고, 독보적인 해양탐험가이자 해양과학자였으며, 최초로 다큐멘터리로 칸느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영화감독이기도 했고, 죽기직전까지 지구환경보호에 앞장 선 환경운동가였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최고였죠.
이책은 그가 동시에 재능있는 작가였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물론 밋밋하고 멋대가리없는 번역체를 감안하고서 말입니다, 번역만 좋았더라도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요..하지만 사명감에 불탄 번역자가 출판사를 차려서야 낼 수 있을만큼 무관심의 영역에 있는 책이니 이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요. 또한가지 위안은 문체는 썰렁하나,누구보다 열정을 가진 전문다이버인 번역자가 심혈을 기울인 번역이란 점입니다. 기술적인 정확도나 시의적절한 역자주를 보면 번역자의 세심함을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해저2만리가 공상과학소설로 여겨지던 시절에 목숨을 걸고 심해를 누빈 쿠스토 선장이 놀라우리만치 꼼꼼이 남긴 기록(아마도 그는 메모광이었을 듯)을 읽다보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불굴의 의지로 끝없이 도전하는 한 인간에 대한 경의가 느껴집니다.인류역사상 3m이상의 바다는 불과 60여년 전만해도 완전한 미지의 세계 였으나 단 한사람의 노력으로 (물론 그의 동료들이 존재하긴 하였으나) 이제는 나같은 사람도 공기통을 메고 바닷속 침묵의 세계를 조우하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 어쩌면 역사나 과학의 진보에는 영웅이나 천재같은 모멘텀이 필요한가봅니다.
다이빙에 관한 다큐멘터리라서 그런지 유달리 잠수원리나, 기법, 해양 생태에 대한 기술이 세밀합니다만, 이래뵈도 어엿한 오픈워터인 저로서는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흥미진진한 바닷속을 상상하면서 읽었습니다요. 죄송하지만,다이빙 경험이 없는 분들은 조금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르겠군요.(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으며 후반부 배안의 정밀묘사가 저에겐 무지 지루했거든요.문장을 반복해 읽어도 통 머리에 떠올려지는게 없으니) 하지만, 다이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쿠스토선장이 당신을 신비한 바다세계의 매력에 빠지도로 안내할테니 걱정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