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의 기술 - 전략적인 찬사, 아부에 대한 모든 것
리처드 스텐걸 지음, 임정근 옮김 / 참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읽기 전에 리뷰들을 보고 성공지침서나 자기계발서류의 얄팍한 처세술이려니 했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했니, 속 보이죠?) , 읽어보니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이군요.


단순한 처세술에 관한 책으로 분류되기엔 억울할 정도로 (실제로 알라딘에서 심리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른 온라인 서점에는 처세술에 분류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이집트시대, 그리스시대, 중세사회를 거쳐 현대 미국사회와 할리웃 쇼비지니스 세계에 이르기 까지 아부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 내려왔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아부에 대한 잡학사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윗사람에게 잘 보여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을 얻고자 이 책을 찾은 사람들은 아마 저처럼 몇 페이지 넘기기 전에 실망할 겁니다. 이 책 어디에도 그런 매뉴얼은 없습니다. 물론 저같이 저급한 호기심으로 책을 선택한 독자를 위해 덧붙이는 글에 올려진 몇 가지 팁들이 있긴 합니다. 노골적으로 아부의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채우는 것은 작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테고 은근슬쩍 아부라는 코드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잔꾀도 부린 셈이지요. (아마 요즘 유행하는 처세술 책이었다면 이 분량 만으로 삽화를 곁들여 책 한 권을 만들고도 남았을 겁니다만)

그래서 구체적인 팁은 부록으로 슬쩍 올려두고, 사람들이 왜 아부를 하는지, 그 안의 심리학적, 사회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종교계에서 정치계에서 심지어 헐리웃 영화판에서는 아부가 어떻게 이해되고 통용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아부를 비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아부의 순기능을 옹호하는 것도 같지만, 결국 작가가 관심있는 건은 아부가 오랜 역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심지어는 원숭이 사이에서도) 어떻게 구사되어 왔고, 어떤 식으로 인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팩트에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로서는 그 어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아부의 정보를 준들 제대로 구사할 능력이 전무하기에 오히려 이쪽이 다행이지만, 세련된 아부를 구사할 수 있는 매뉴얼처럼 보이는 제목에 낚이신 분이라면 꽤 두꺼운 분량과 하드커버, 무엇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억울해 하실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면 본능적으로 아부란 단어에서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거부감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지만, 끝내 거부감을 물리치지 못한 강직한(또는 고지식한) 사람이라하더라도 과연 아부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상사에게 하는 게 곧 아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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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10-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에 대해 아주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때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아부, 즉 표현하는 칭찬의 마음이 관계를 해피하게 할 뿐 아니라 세상을 더욱 평화롭게 한다고 생각해요.
두껍다고 하시니 읽기에는 약간 망설여집니다만...^-^;;

Fox in the snow 2007-10-1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에서 우러나오면 아부가 아니잖아요.ㅋㅋ..이책을 보면 뭔가 댓가를 기대하고 하는 칭찬이 아부라고 하더군요. 속이 뻔히 보이면 실패한 아부가 되는 거구요. 가끔 실없는 소리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더라구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