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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만든 것은 중국이었지만 지폐의 대량 발행을 통해 본격적인 화폐경제를 이룬 것은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 때 일이었다. 유럽이 지폐라는 것을 만들기 4백여 년 전 일이다. 왜 그랬을까? 지폐의 유통은 무엇을 뜻할까? 이를 설명 해주는 좋은 자료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공화국 출신 상인인 마르코 폴로는 1271년 숙부 마페오 폴로를 따라 동방 여행을 떠났다.
1275년 원나라에 도착해 17년 간 중원 각지를 여행한 뒤 1292년 귀국길에 올라 1295년 돌아왔다. 그는 귀국 후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전쟁에 참가 했다가 포로로 잡혀 감옥에 수감됐다. 마르코 폴로는 감옥에서 역시 포로로 잡혀와 있던 피사 출신 작가 '루스티기 엘로'에게 자신이 동방(양)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구술해 쓰도록 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동방견문록'으로 알려진 그의 여행기다. 우리나라를 유럽에 코리아(카울리)로 소개한 최초의 책이다.
마르코 폴로가 전하는 원제국은 단일 화폐 경제권이었다. 원나라 지폐는 당시 세계의 기축통화였다. 어느 나라가 세계의 패권 국가가 되고, 그 나라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면 그것 자체로 그 나라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다. 오늘날의 미국은 원가가 얼마 되지 않는 달러를 찍는 것만으로 국부를 창출한다. 바로 강대국(super power)이기 때문이다. 달러는 어떤 경로를 거치든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환류 되어야 의미를 갖게된다.
칭기스칸은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1227년8월,13세기초). 칭기스칸은 몽골제국의 창시자로 1162년에 태어났다. '칭기스'는 샤머니즘적 관점에서 '광명의 신' 또는 '대양'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부족장으로 칭기스칸이 어렸을 때 타타르 부족에게 독살됐다. 그는 이후 갖은 고난을 겪으며 자랐다. 후에 케레이트 부족에 의해 세력을 키운 뒤 13세기 초 타이치오트족, 타타르족, 케레이트족을 잊달아 무찔러 몽골고원 동부를 평정했다. 1207년 서하를 복속시키고, 1215년 중국 금나라의 수도인 중도(베이징)에 입성, 1218년에는 서요를 병합했다. 그의 장남은 러시아와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을 정복했다.
'동방견문록(원제:세계의 서술)'은 탁월한 세계의 고전이다. 13세기 후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이다. 조부인 '칭기스칸', 제2대 군주인 '우구데이', 다음은 '구육', 그리고 '뭉케'로 이여지는 제국의 규모는 계속 확장된다. 1206년 '쿠빌라이'가 내몽골의 금련천 초원에서 쿠릴타이를 열어 스스로 '카안'을 칭했다. 쿠빌라이의 치세기간은 34년으로 그것은 몽골제국의 완성을 뜻한다. 그는 정치가로서의 원대한 안목과 전략가로서의 치밀한 판단력을 겸비한 군주였다. 그의 시대에 시작한 동서문명의 교류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유산을 남겼다.
이 고전은 '쿠빌라이' 치세의 몽골제국과 그 주변세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기념물이다. 쿠빌라이가 살던 13세기 후반의 몽골제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견문록의 페이지마다 그 시대의 모습이 배어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의 촌인들의 생활 풍습 중에 날고기를 먹는 것은 '생고기'를 먹는 것을 연상케 했으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집을 찾아 온 여행객에게 자신의 처를 내주는 것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아마 물자가 부족한 현실 생존법이라 여겨진다.
최근 EBS다큐 7부작 '강대국의 비밀'에서도 몽골제국의 유럽 침공에 대해서 역설한다. 또한 강대국의 관용과 세계적인 리더쉽에 대해 논한다. 20세기 독일이나 일본처럼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에만 기준하여 제국을 세우고자 하는 나라는 실패했다. 반면 몽골, 로마, 영국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국가 체제의 토대로 삼아 성공했다. 타민족에게 관용을 배풀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강대국 사이 끼여 한반도 통일과업을 숙명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로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