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조용한 일이다. 군중이 모인 거리의 함성은 혁명 말미의 일부 일 뿐, 고요한 대화가 쌓이고 쌓여 '위험 한 생각'이 현실이 된다.
저자는 조용히 혁명이 쌓이는 시간과 매체에 주목한다. 17세기 프랑스 과학자 니콜라클로드 페이레스크의 편지, 그는 20년간 유럽 전역 과학자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지중해 전역에서 동시에 월식을 관찰해낸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이 참정권을 요구한 차티스티 운동을 묘사한 그림, 인물의 손에 인민 헌장이 들려 있다. 1992년 미국 젊은 여성들이 만든 여성주의 독립 잡지들. 펑크 공연장 등에 배포했다. 설폭행, 섭식 장애 같은 소재를 다뤘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미국 보건 대학 전문가들이 주고받은 메일들, 정치권의 논쟁에 가려진 실제 팬데믹 대응 전략이 담겼다.
한 사회가 긴 사유의 시간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어쩌면 현대 인류는 너무 많이 연결되어 숙고라는 도구가 퇴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폭발적으로 이슈가 떠오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남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