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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을 반복하여 봤었다. 그 영화에도 유우머가 있다. 그 주연은 배우 송강호다. 12살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꾸었던 봉감독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봉 감독도 어려서부터 집안 환경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의 어린시절도 변두리 마을 조무래기들과의 부딪침속에서 자신에 대한 열망이 자랐다. 그가 자란 전남 함평지역은 영산강유역의 평야지대다. 읍내에 들어 온 서커스단 연사의 만담은 시골소녀에게 꿈꾸게 했다. '이야기의 선순환' 이랄까, 그는 동네에 돌아와 만담을 전해주는 인기스타가 되었다. '이야기의 힘' 을 믿게 되었다.
저자는 20대 중반때 중환자실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잊지 못한다. 일찍 어머니를 잃었고 가장 노릇을 하면서 살아가야 했던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강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언젠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뤄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저자의 <진이, 지니>(은행나무)가 그 결과물이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선순환시킨 내용은 침팬지 사육사인 주인공 '진이' 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간과 가장 흡사한 DNA를 가진 보노보 '지니'의 몸속으로 영혼이 이동한다. 이후 우연히 알게된 청년 백수 '민주'와 함께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운명적인 사랑' 에 빠지는 이야기다.
1915 작, 카프카의 <변신>(솔)의 첫 문장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다. <죽음 1>(열린책들) 에서는 '누가 날 죽였을까' 이다. <진이, 지니> 에서 사자의 영혼이 다른 유체로 이동한 반면 카프카의 <변신> 은 육체가 벌레기 된다.
<죽음> 에서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육신을 잃어버린 걸 깨달은 인기 추리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유명작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이다. <진이, 지니> 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전개하듯 <죽음> 에서는 구천을 떠도는 작가의 영혼과 인간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연애 감정을 묘사한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이 제시한 낯선 세계로 함께 들어가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온갖 감정의 격랑을 겪은 다음 소설 밖으로 나오면 오랜 여운과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김영사) 는 이창복 명예교수가 문학 속의 죽음을 연구했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근현대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고찰한다. 201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