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은 누구 인가를 생각하여 본다면 나에게 관심을 갖어 준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사랑을 베풀어 준 부모님이셨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는 집사람이다. 모두가 좋은 문장과 말로서 감동을 주지 않았지만.
나스메 소세키의 <도련님>(현암사) 의 주인공은 섬마을 중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동료 교사의 마땅치 않은 모습을 통해 부당함을 경험하지만 스스로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한다. 그 원천은 '기요 할멈' 덕분이다. 어린 시절 개구장이었던 그에게 '기요 할멈' 만이 도련님을 믿어 주었다. 고운 성품을 가진 기요 할멈은 도련님에게 인생의 스승이었다.
스승은 높은 곳에만 있지 않다. 나 또한 국민학교 시절에 매일 우리집으로 건너 오는 마을 할머니가 있었다. 우리집 부엌살림을 돌봐주는 분이었다. '구럴댁' 이라고 불렀다. 허리가 굽고 키는 작고 앞니는 썩어 오물거리며 밥을 먹었던 분이었다. 구럴댁의 큰아들은 부산에서 살았는데 적당한 키에 머릿기름을 바르고 양복을 입은 모습은 고위 관리처럼 도시인이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애주가였으며 아버지와 동갑인 것 같았다.
구럴댁은 어린 나를 보면 웃었다. 읍내 10리길 이상이된 먼 학교길을 다녀와 먹을 것을 찾는 나에게 찬장에서 뭐든 꺼내 주었다. 구럴댁은 나의 '기요 할멈' 이다.